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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영의 해외경매이야기] 자신의 내면 담은 '사랑스러운 악동' 큰 인기...3년간 거래액 6,000만弗

나라 요시토모의 거부못할 매력

젊은 컬렉터에 인기 끄는 '검증된 생존 작가'로 떠올라

편지봉투에 그린 '무제' 1억2,000만원...9년새 600%↑

9월 광주비엔날레서 '후쿠시마 사고' 관련 작품 선봬

나라 요시토모 ‘분홍색 강물 속에서(In the Pinky Lake). 5년새 작품가격이 2배 가량 상승해 지난 5월 경매에서 약 147만달러에 거래됐다. /사진출처=크리스티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분홍색 강물 속에서(In the Pinky Lake)’는 약 147만달러의 판매가를 기록했다. 지름 180㎝의 둥근 접시 형태 캔버스에 핑크빛 물 속에 얼굴을 턱까지 담근 채 입을 앙다물고 있는 큰 눈의 아이가 그려진 작품이다. 둥근 형태의 그림인 톤도(Tondo) 시리즈 대표작 중 하나로, 지난 2013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48만달러에 거래된 기록이 있으니 5년 새 작품 가격이 200% 가까이 올랐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에도 나라의 작품 ‘무제’가 출품됐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입을 꼭 다문 아이의 머리 위에서 밤하늘의 별인지, 노란색 별 하나가 반짝하고 빛나고 있는 이 작품은 15.9×24.1㎝의 자그마한 편지봉투 위에 색연필과 크레용으로 그려진 종이 작품이다. 4,500만원부터 출발해 열띤 경합 끝에 약 1억2,000만원에 판매됐다. 이 경우도 2009년 6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1,800만원에 판매된 기록이 있으니 이 작품은 9년 만에 가격이 600% 가량 상승한 셈이다.

나라 요시토모 ‘무제’. 2009년 경매에서 1,800만원에 거래된 작품이 지난 6월 경매에서 1억2,00만원에 팔렸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이 두 작품의 사례처럼 특정 작품의 현재와 과거 경매 기록의 변동 추이를 살피면 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아트바젤(Art Basel)과 UBS가 공동으로 발행한 ‘2018 아트마켓 리포트’가 분석한 최근 미술시장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현대미술의 강세, 그리고 그중에서도 생존작가 시장의 강세다.

현대미술의 특징 중 하나는 불안정성이다. 그러나 2017년 한 해 동안 세계 미술시장에서 거래된 현대미술의 총액은 전년 대비 12% 상승한 62억달러로 전체의 약 46%를 차지하며 근대미술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그중 생존작가 작품의 거래 금액은 약 26억달러로 전년 대비 19% 가량 늘었다. 작업 활동도, 작품에 대한 평가도 현재 진행형이며 기존의 평가 역시도 변동 가능성이 열려있는 생존작가의 작품을 대하는 구매자들의 행보는 작고작가의 작품과 비교할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술사적으로, 그리고 시장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이 이루어진 일부 작가들의 대표작품 군에 대한 인기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경매시장을 주도하고 두드러진 가격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수집가층의 세대교체와 함께 젊은 컬렉터들의 달라진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소수의 검증된 생존작가의 대표작이 그들의 기호에 맞으면서도 동시에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라 요시토모다. 그는 2017년 생존작가 시장의 강세를 주도한 톱10 명단에 아시아 출신 작가로는 유일하게 야요이 쿠사마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나라 요시토모 ‘작은 별 거주자(The Little Star Dweller)’. 지난 2015년 경매에서 약 340만달러에 팔려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운 그림이다. /사진출처=크리스티 홈페이지


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과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기 시작했고 2010년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에서의 개인전을 계기로 뉴욕과 LA 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면서 시장에서도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 이후의 경매 거래 총액만도 6,000만달러가 넘고 낙찰률은 90%가 넘을 정도로 지속적인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경매에서 최고가에 거래된 작품은 2015년 크리스티 뉴욕에서 약 340만달러에 팔린 ‘작은 별 거주자(The Little Star Dweller)’이고 나라를 대표하는 어린아이 그림은 이제 시장에 나오면 보통 2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는 판화 한 점이 약 1억6,000만원 선에 판매돼 판화 거래 신기록이 만들어졌다.

누구나 한번 보면 그 매력에 빠질법한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나라의 작품 세계는 한마디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일하는 부모님과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형들 밑에서 주인 없는 고양이나 강아지, 나무들과 친구 하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아이로 성장했다. 1988년부터 12년간은 독일 뒤셀도르프의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공부했는데 이때는 언어의 장벽이 그를 다시 한 번 고립시켰다. 그래서 그는 또 한 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림에 몰두했다.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2000년부터 그가 그린 사랑스럽지만 악동 같은 반전 매력 넘치는 어린아이들은 바로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이 어린아이들은 고립된 그의 내면의 소리가 솔직하게 드러나는 나라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상업적인 용도로 자기 작품을 사용하기도 하고 잡지나 책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수십, 혹은 수천 개의 에디션이 있는 판화나 조각부터 라디오, 시계, 수건 등 다양한 아트상품까지 누구보다도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의 작업 방식은 대중으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낼 뿐 아니라 비평가들의 사랑도 받고 있다. 대중적인 인기로는 감히 현재 현대미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가운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광주 비엔날레(9월7일~11월11일)에 나라 요시토모가 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 국내 비엔날레에는 첫 출품이니만큼 어떤 악동들을 보게 될지에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듯하다.
/서울옥션 국제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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