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 시나리오는 네 개였지만 압축하면 정시·수시의 적정 비중과 수능의 상대평가 전환 여부 등 두 가지였다. 이번에 1위와 2위는 두 가지 사안 모두에서 엇갈렸으니 결론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지난해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방침을 백지화할 당시 교육부가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공론화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국민 숙의를 거쳤음에도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면 굳이 국가교육회의와 공론화위·시민참여단 등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부터 의문이다. 시간만 낭비한 채 교육정책 불신만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애초 김상곤표 교육 실험부터 무리수였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6월 느닷없이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2개월 만에 없던 일로 해버렸다. 그러다 국민참여형 공론조사로 또다시 허송세월했다. 졸속 교육 실험이 진행되는 1년여 동안 교육현장의 혼선과 이해관계자의 갈등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제 공은 국가교육회의를 포함한 교육당국으로 넘어갔다. 교육부는 8월 말까지 최종 개편안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그 사이 또 얼마나 많은 혼선과 갈등이 초래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대학입시 개편과 관련한 정책 난맥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입시제도 실험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전문가 위주인 공론화가 정책 결정 때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새삼 확인됐다. 정부가 국민 여론을 핑계로 공론화라는 방패 뒤에 숨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능하다는 자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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