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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위기의 한반도 생태계]80년뒤 사과 과수원 함경도서나 볼 수 있다

■산지 바뀐 과일들

제주도 등 일부서 재배되던 바나나

전남 넘어 충남·경북에서도 재배

과수농가는 화상병 주의보에 울상

"2080년 한반도 62% 이상 아열대"

■산·바다도 아우성

수온 상승으로 명태·꽁치 등

한류성 어종은 사실상 씨 말라

온난화 지속땐 뎅기열 등 확산

토종 나비는 아예 사라질 판





“청빛 토실한 감나무에 조랑조랑 귀엽게도 많이 열렸네. 가을에는 몸집 키워 다홍치마 갈아입고 시집가겠다. 몸집 키워가는데 폭군 같은 햇님 화상의 흉터 남기네. 내 팔십 넘어 나무에서 감이 화상 입는 것 처음 보고 철없는 늙은이는 그늘에서도 더워 더워. 너는 그 고통 이겨내며 목숨만은 있어 장하다. 매미도 너의 상처 위로하느라 저리 울고 있구나.” (허선영 시인의 ‘감나무’)

전북 고창에서 밭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허선영(80)씨는 “평생 마당의 감이 화상으로 타들어가는 것은 처음 봤다”며 “벌이 호박이나 오이를 수분시켜 도토리나 밤알 크기만 할 때 떨어지고 어쩌다 열린 것도 오이가 써서 못 먹는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사과 등 과수농가에 화상병 주의보가 내려졌다. 화상병은 사과·배·모과 등을 말라죽게 하는데 한 번 발생하면 주변 100m 이내의 모든 기주식물(초식성 곤충·애벌레의 먹이)을 토양에 깊이 묻고 5년간 과수 재배를 못하게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준다.

멸종위기 종. /자료제공=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제주도뿐만 아니라 경남·전남 등 남해안을 넘어 이제는 충남·북과 경북에서도 재배된다. 전북에서는 애플망고도 키운다. 고랭지 배추가 주산지인 강원도는 요즘은 사과·복숭아·포도·인삼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문제는 오는 2100년께 한반도에서 배·사과·복숭아·포도가 함경도나 깊은 산속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 측은 “2060년이면 아열대기후에 속하는 곳이 27%에 달하고 2080년이면 62%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젠가는 연 두 차례 쌀농사를 짓는 일도 가능해지지만 오히려 쌀 생산량이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하게 된다. 온도가 높아지며 해충과 잡초가 많아지는데다 지금처럼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고 태풍과 홍수도 몰아치기 때문이다. 벼는 이상고온 시 잘 여물지 못한다. 빌게이츠재단이 지난 2016년 2,000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된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국제쌀연구소)는 “기온이 1도 높아지면 쌀 생산량이 10%가량 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남아돌아 고민인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농작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처지에서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폭염으로 폐사하는 가축도 늘어나 축산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게 된다. 바다에서도 수온 상승으로 고등어·멸치 등 난류성 어종은 늘어난 반면 명태와 꽁치 등 한류성 어종은 우리 연근해에서 사실상 씨가 말랐다. 바다의 무법자로 난류성인 상어의 출몰도 증가하고 있다. 양식어의 폐사로 양식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적조와 해파리떼도 기승을 부리게 된다. 겨울이 짧아지면서 겨울에 수확하는 김 양식량도 감소했다. 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는 바닷속 탄산염과 반응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산화탄소가 늘어날수록 굴·게·새우 등 탄산염을 활용해 껍데기를 만드는 생물에 타격이 커진다.

올해는 극심한 폭염으로 모기마저 활동하지 못할 정도가 됐지만 온난화가 지속되면 말라리아·뎅기열 등이 확산된다. 전염병인 쓰쓰가무시병도 늘어나게 된다. 가뭄으로 물 부족이 심화되고 수온 상승으로 플랑크톤이 늘어나고 증발량도 많아져 식음수가 줄어든다.



새와 나무 등의 생태계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나비가 온난화에 대응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추세인데 토종 나비가 사라질 염려가 있다. 매미의 경우 이미 중국 열대에서 살던 꽃매미가 유입돼 수액을 빨아먹으며 과실수에 피해를 끼치고 동남아가 원산지인 말매미도 보편화돼 기온이 높을수록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참매미 등 토종 매미는 폭염으로 기를 못 펴는 반면 외산 매미가 도시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나무·잣나무·구상나무 등 침엽수림도 이미 감소하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4년 “1901~2012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0.89도 오른 데 비해 북반구 고위도로 갈수록 상승세가 심화돼 한반도는 무려 1.5도나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21세기 말 지구는 3.7도, 한반도는 최대 6도가 급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만약 6도나 폭등하도록 방치하면 육지와 바다 생물의 95%가 전멸할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분석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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