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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비엔날레...가을 문턱, 미술의 바람이 분다

43개국 참여 광주 '상상된 경계들'

서울 '좋은 삶' 등 다양한 주제로

전국 곳곳서 독창적 미학 선보여

수묵화史 조명·亞최대 사진축제

과학·예술 접목한 작품 전시도

남북분단 문제까지 예술적 접근





바야흐로 비엔날레 시즌이다. 전국이 비엔날레로 풍성하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라는 이탈리아 어원이 그대로 뿌리내려 격년제 미술제를 칭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우리나라는 매년 짝수해, 특히 9월에 대부분 비엔날레의 개막일정이 집중돼 예술 애호가들을 들뜨게, 또 바쁘게 한다. 각각의 비엔날레가 고유의 색깔을 갖고 있지만 올해 광주·부산·서울의 비엔날레는 2명 이상의 큐레이터들이 참여해 집단 지성과 다양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전시공간 확보와 도시 전역으로의 전시 확대로 관람객의 흥미를 자극한 것 등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사회문제를 파고드는 것은 동시대 미술의 일관된 속성이기도 하지만 특히 올 비엔날레는 누구도 남북문제를 직접적인 주제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곳곳에서 이에 대한 예술적 접근이 감지돼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광주 ‘상상된 경계들’=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제12회 광주비엔날레가 6일 오후 개막식과 함께 66일의 대장정에 올랐다.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주제 아래 총감독 없이 클라라킴, 크리스틴 Y.김, 김성우 등 11명의 큐레이터가 7개의 주제전을 통해 여러 종류의 ‘경계들’을 넘나든다. 43개국 작가 165팀을 불러 모았으니 제대로 보려면 1박2일도 모자라다. 개막 전부터 가장 이목을 끈 전시는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가 큐레이터로 나선 ‘북한미술: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로 북한 그림 22점이 통일부 승인을 거쳐 가까스로 들어왔다. 북한 화가 여럿이 함께 그린 ‘집체화’부터 산수·문인화 등이 ‘조선화’라는 이름 아래 독창적 미학을 선보였다. 이번 비엔날레부터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 뿐 아니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전시가 열린다. 7~8일 열리는 국제심포지엄에는 랄프 루고프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도 연단에 선다. 전시는 오는 11월11일까지 계속된다.

◇부산 ‘비록 떨어져 있어도’=7일 막을 올리는 부산비엔날레의 전시주제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 영토의 물리적인 분리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역으로 어떤 심리적 요인이 물리적 분리와 갈등을 초래하는지를 미술로 들여다보며 냉전 이후의 상황과 분단 문제 등을 짚는다. 최태만 집행위원장이 진두에서 이끌고 크리스티나 리쿠페로(프랑스), 외로그 하이저(독일)가 공동 큐레이터를 맡았다. 34개국 출신 65팀의 작가가 참여해 예년보다 작가 수는 줄이고 심도 있게 주제의식을 파고들었다. 그간 주 무대이던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자리를 옮겨 지난 6월 을숙도에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과 남포동의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를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자연과 도심, 근대와 현대 건축물을 넘나들며 미술을 만끽할 수 있다. 행사는 11월11일까지.

◇서울 ‘좋은 삶’=올해 10회를 맞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좋은 삶’을 주제로 시작돼 11월18일까지 열린다. 그간 1인 감독체제에서 탈피해 김장언 독립큐레이터, 김남수 무용평론가, 영화를 공부한 임경용 더북소사이어티 대표, 홍기빈 경제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감독으로 비엔날레를 꾸렸다. 16개국 68팀의 작가가 참여해 “좋은 삶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미술관 1층에 공론의 장(場)인 ‘아고라’를 마련해 각종 강연과 토론회, 연극과 퍼포먼스 등을 진행하는 게 이채롭다. ‘미디어아트’로 특화한 이 비엔날레에 국내외 16개국 68명(팀)이 참여했다.

◇창원 ‘불각의 균형’=1세대 추상조각가 김종영, 문신을 비롯해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으로 유명한 김영원까지 걸출한 조각가들의 고향인 창원은 조각으로 특화한 비엔날레를 지난 2012년부터 열고 있다.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은 제4회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제는 ‘불각(不刻)의 균형’이다. 조각이 돌이나 나무를 깎는 것일진대 조각가 김종영이 무위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해 주장한 ‘불각의 미’와 문신이 평생을 두고 몰두한 균형·대칭·조화의 정신을 아우르는 주제다. 윤 예술감독은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표현으로 보일 테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모순적이면서도 공존 지향의 지표를 염두에 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개막해 13개국 70팀 작가의 225점 작품을 창원 용지공원(포정사)과 성산아트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창원의 집 등 시내 전역에서 선보이는 중이다. 다음달 14일까지.



◇전남 ‘수묵비엔날레’ 첫발=예향 남도는 묵화로 명성 높았건만 현대미술의 기세에 그간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달 31일 첫발을 내디딘 ‘전남 국제 수묵비엔날레’는 전통회화를 주인공으로 세운 국내 첫 국제미술행사라 귀하다. 수묵화의 종주국인 한·중·일뿐 아니라 프랑스·독일·미국 등 15개국 작가 271명이 참여해 312점을 선보였다. 목포 문화예술회관을 주 전시장으로 목포의 3곳에서 ‘현대수묵의 재창조’를, 조선 후기 소치 허유가 머물렀던 운림산방 등 진도의 3곳에서는 ‘전통수묵의 재발견’을 보여준다. 남도화맥의 전통부터 동아시아 수묵의 변천사, 수묵의 콜래버레이션 등 독특하고 다채로운 수묵의 매력이 관람객을 모으는 중이다. 10월31일까지 열린다.

◇대구, 아시아 최대 사진축제=대구는 지난 2006년부터 사진비엔날레를 열고 있다. ‘프레임을 넘나들다’를 기치로 7일 개막하는 제7회 대구사진비엔날레에는 20개국 250여명 작가들이 1,0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규모에서나 수준에서나 아시아 최고의 사진축제다. 주제전은 ‘신화 다시쓰기’이며 프랑스 출신의 아미 바락 예술감독과 강효연 큐레이터가 함께 꾸렸다. 10개의 전시실에서 프레임뿐 아니라 전시장 칸막이까지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예술발전소, 봉산문화길 등 대구 전역에서 행사가 펼쳐진다. 대구의 본점, 서울에 분관을 둔 리안갤러리는 이번 비엔날레 특별전을 통해 소장품도 선보인다. 10월16일까지.

◇과학과 예술의 융합=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을 갖춘 대전이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내걸고 지난 2012년 처음 개최한 ‘대전비엔날레’는 에너지,브레인,우주에 이어 4회째인 올해 ‘바이오’를 주제로 일찌감치 지난 7월 17일 개막했다. 예술로 들어온 생명과학을 보여주고자 11개국 24명의 작가가 48점을 출품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듯하지만 생명과학, 로봇기술, 인공지능과 예술의 접목을 보여준 자리라 생각할 거리는 풍성하다. 대전시립미술관과 DMA아트센터, KAIST비전관 등 6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초 휴가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깜짝 방문해 비엔날레를 관람한 것이 화제가 됐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자연과 미술의 만남=충남 공주에서 열리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2004년 시작해 벌써 8회를 맞았다. 지난달 28일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서 ‘자연-사적공간-셸터’를 주제로 개막해 16개국 25팀의 작품을 공개했다. ‘자연미술’은 기존의 전시장을 벗어나 자연 속에 어우러진 미술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자연친화적이며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다. 작가들이 개막 한 달 전부터 입국해 작품을 설치했으며 유난히 더웠던 올해 날씨 탓에 고생이 많았다고 전한다. 은신처라는 뜻의 ‘셸터’는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내부공간으로 들어가 특징과 분위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관람이 더욱 즐겁다. 연미산을 비롯해 공주 구도심 상가, 공주대 도서관 등지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11월30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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