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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뒤덮은 미세먼지 공포··"피할 나라가 없다"

인도 수도 뉴델리, 세계 최악의 겨울철 스모그 시작

인도 공기질지수 최악 수치 경신

힌두교 최대 명절 전후로 '유해 폭죽' 만발

"中,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 인구 年 110만명"

UN "아시아 지역 인구의 92%인 40억명이 오염된 공기 속 생활" 경고

대기오염 문제는 아프리카·EU에서도 '심각'··"조기사망자 수십만"

6일(현지시간)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극심한 스모그를 피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전승 기념물 인디아 게이트를 지나가고 있다. /뉴델리=로이터연합뉴스


전 지구촌이 대기오염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미세먼지로 유명한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태국부터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말 그대로 피할 곳도 출구도 없는 무방비 상태이며, ‘시계제로’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는 세계 최악의 겨울철 스모그가 시작됐다. 뉴델리는 해마다 10∼11월 힌두교 최대 명절인 ‘디왈리’를 전후해 대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때 뉴델리 아난드 비하르 지역의 ‘인도 공기질지수’(AQI)가 최대치인 ‘999’를 찍었다. 미국 대사관 인근의 인도 AQI 지수도 459를 기록하는 등 뉴델리 시내 대부분 지수는 이날 오전 400∼500대 이상을 기록했다. 인도는 PM10(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 PM2.5(지름 2.5㎛ 이하인 초미세먼지) 등 여러 오염원을 종합해 자체적으로 인도 AQI를 수치화하고 있다. 인도 AQI 지수는 201∼300은 ‘나쁨’, 301∼400은 ‘매우 나쁨’, 401 이상은 ‘심각’을 뜻한다. 세계의 대기오염 실태를 조사하는 ‘에어 비주얼’의 미국 AQI 지수 기준에 따르면, 이날 뉴델리 시내에서 지수가 ‘2,000’에 도달한 지역도 여러 곳 있었다.

6일(현지시간) 인도 펀자브주 서부 암리차르의 골든 사원에서 여성들이 디왈리 축제를 기리는 촛불을 붙이고 있다. /암리차르=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서쪽 끝에 있는 힌두교의 성징 브린다반에서 여성들이 디왈리 축제를 기리는 촛불을 붙이고 있다. /브린다반=EPA연합뉴스


뉴델리의 공기는 지난달 들어 나빠지기 시작하다가 지난 7일 디왈리 축제 시작되면서 최악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공식적인 디왈리 축제기간은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이다.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일 밤에는 뉴델리 시내 여러 곳에서 대규모 불꽃놀이 등이 진행됐다. 인도 대법원은 디왈리 때 밤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친환경 폭죽’만 사용하도록 허용했으나 많은 이들이 규정을 무시하고 ‘유해 폭죽’을 마구 터트려댔다.

또 뉴델리 인근 여러 주(州)에서는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후 11월 중순 시작되는 파종기까지 논밭을 마구 태우는 바람에 엄청난 재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 도심 빈민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운 연기, 건설공사 먼지 등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 인도 당국은 먼지 발생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수도권(델리-NCR) 내 땅파기를 포함한 모든 건설현장 공사를 중단시킨 상태로, 건설공사와 산업시설 가동은 오는 11일 재개된다.

5일(현지시간) 인도 펀자브주 서부에 있는 도시 암리차르에서 학생들이 “오염 프리 디왈리 축제”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유해 폭죽 사용을 금지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암리차르=AFP연합뉴스


중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인구가 연간 110만명에 이르며, 각종 질병과 농작물 수확감소 등 발생하는 직간접적 피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 2,670억위안(43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생하는 오존과 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11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쌀, 밀, 옥수수, 대두 등 농작물 수확도 2,000만톤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스티브 임 교수가 이끈 홍콩 중문대 연구팀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농작물 수확 감소와 질병 발생 등 대중의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결과, 43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미세먼지는 폐 질환, 심장질환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며, 오존도 인체에 독성이 있어 장시간 흡입하면 호흡기관을 해친다. 또 오존은 식물의 광합성을 감소시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현재 중국 내 도시의 PM 2.5(지름 2.5㎛ 이하 초미세 먼지) 평균 농도는 48㎍/㎥로 세계 2,626개 도시의 평균 농도 19㎍/㎥보다 훨씬 높다. 연구팀의 분석결과, 중국 내에서 오존과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원인은 공장 등 산업시설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중국 북부의 석탄난방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차량, 화력발전소 등도 대기오염 물질의 주요 배출원으로 분류된다. 스티브 임 교수는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은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0.7%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기오염이 초래하는 다방면의 피해를 인식하고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유엔환경계획(UNE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기오염’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 인구의 92%에 해당하는 40억명이 오염된 공기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배기가스 등을 줄이기 위한 단계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UNEP는 아시아 지역의 산업과 도시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대기오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면서 자동차, 발전소, 공장에 대한 환경 기준 등이 시급히 갖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남성이 미세먼지로 가득한 중국 베이징의 한 건물 발코니에 서 있다. /베이징=블룸버그


지난 2월 태국의 수도 방콕 시내가 스모그로 뒤덮여 있다. /방콕=블룸버그


상대적으로 환경 규제가 미흡한 아프리카에서도 대기의 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지역에서 대기의 질을 조금만 개선해도 한 해 영아 수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지역 30개국을 대상으로 호흡기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과 조기 사망과의 관계를 분석해, 세계 최빈국에서 호흡기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영아 사망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15년 동안의 관련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10㎍/㎥ 씩 늘 때마다 영아 사망은 9% 증가한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2015년을 기준으로 미세먼지가 5㎍/㎥ 감소했다면 아프리카 지역 영아 4만명 정도가 죽음을 피했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대기오염 측정장치가 설치된 곳이 별로 없는 현실을 감안, 대기오염 입자 농도 인공위성 기반 측정치 자료와 2001년부터 2015년 사이 100만명에 달하는 영아의 출생과 사망 장소와 시기를 분석한 가구별 보건조사 자료를 병합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AP연합뉴스


대기오염 문제는 EU에서도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유럽환경청(EEA)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EU의 대기오염이 서서히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심각해 연간 약 5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EA는 지난 2015년 EU 28개 회원국의 오염 수준이 약간 낮아지기는 했지만, EU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목표치보다는 훨씬 높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에서는 지난 2015년에 39만1,000명이 PM2.5로 알려진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또 같은 해에 EU에서 독성이 강한 이산화질소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7만6,000명, 오존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도 1만6,4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기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면서 “대기오염 원인에 대처하는 노력을 강화해야만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입자를 일컫는다. 여기에는 먼지와 화석연료, 바이오매스 연소 등에서 나오는 카본블랙이 포함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기오염은 심장병, 폐암, 천식·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WHO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인구 10만 명 이상 도시 가운데 97%는 WHO가 정한 대기질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51%가 기준치를 충족한다. 에릭 솔하임 UNEP 사무총장은 “깨끗한 공기로 호흡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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