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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중·러 항일유적 답사기] 일본군 떨게한 독립운동 영웅…그를 빼앗는 '中 붉은별'

<5·끝>홍범도 봉오동 전투 기념비

일본 정규군과 싸워 최초로 승리

역사현장 댐 건설에 수면 아래로

저수지 입구 외롭게 선 기념비엔

"조선족 반일무장이 승리 거뒀다"

中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 안간힘

좌파운동가 딱지에 조국 무관심

중앙亞 강제이주 후 쓸쓸한 최후

홍범도 장군




중국 지린성의 투먼시에 세워진 ‘봉오동 전투 기념비’ 앞에 국화꽃 몇 송이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1920년 6월7일 오후 1시 만주 봉오동. 일본군 추격대를 유인·포위해 일망타진한다는 계획을 세운 홍범도 장군은 주민을 우선 대피시킨 뒤 험준한 사방 고지에 독립군을 매복 배치했다. 독립군이 매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일본군은 독립군의 포위망으로 슬금슬금 들어왔다. ‘탕!’ 사격 개시를 알리는 홍범도 장군의 신호탄과 함께 매복 중이던 독립군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예상치 못한 기습 공격을 받은 일본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포위망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미 지형적으로 유리한 지대를 차지한 독립군의 맹렬한 집중 사격에 일본군은 처절하게 패배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 전투가 끝난 후 “일본군은 157명이 전사(戰死)한 반면 독립군의 희생은 4명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일제에 당한 치욕을 한순간에 씻어낸 ‘봉오동 전투’는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우리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과 싸워 최초로 승리한 기념비적 사건이다. 홍범도(1868~1943·사진) 장군이 주도한 봉오동 전투의 전적지(戰跡地)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남양과 마주한 중국의 국경도시인 투먼(圖們)에 있다. 댐 건설로 형성된 ‘봉오 저수지’가 자리하면서 전투 현장을 당시의 그 모습 그대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립군이 일본군을 격침했던 골짜기도 물 아래로 잠기면서 ‘봉오’라는 지명은 저수지의 이름으로만 남았다.



대신 댐 아래의 저수지 입구로 가면 홍범도 장군과 독립군의 활약상을 기리는 ‘봉오동 전투 기념비’가 나온다. 중국의 혁명 열사를 상징하는 붉은 별이 기념비 상단에 박혀 있어 불편한 마음을 안고 다가섰더니 아니나다를까 기념비는 봉오동 전투의 성과조차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2013년 중국 정부가 세운 이 비석은 봉오동 전투에 대해 “중국 조선족 반일무장이 여러 민족 인민들의 지지 하에서 처음으로 일본 침략군과 맞서 싸워 중대한 승리를 거둔 전투”라며 “반일 무장 투쟁의 첫 총성을 울려 일본 침략군의 기염을 꺾어버리고 청산리 대첩을 위한 정치적·군사적 기초를 닦아놓았다”고 소개했다. 윤동주를 ‘조선족 시인’으로 지칭한 룽징시의 ‘명동촌(明東村)’처럼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야욕은 봉오동 전투 기념비에도 스며 있었다.

19세기 말부터 항일 의병장과 대한독립군 사령관으로 활동한 홍범도 장군은 카자흐스탄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50년 넘게 조국 해방을 위해 무장 투쟁을 펼쳤다.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는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많이 싸웠고, 가장 많이 이겼으며, 일본군이 가장 무서워했던 영웅이었다. 하지만 장군을 기리고 추모하는 국민들의 열기는 그의 업적에 비하면 지나치게 초라하다.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해 활동한 경력 때문에 ‘좌파 독립운동가’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장군의 공로가 평가절하된 탓이다. 그러나 그는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1937년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뒤 순국할 때까지 오직 나라의 독립만을 생각한 민족의 영웅이었다. 장군의 유해는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지금도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의 황량한 묘소에 쓸쓸히 잠들어 있다. /글·사진(투먼)=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중국 지린성 투먼시의 ‘봉오 저수지’를 찾은 한 방문객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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