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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생리대 이어 생활용품까지…끊이지 않는 '라돈 공포'

라돈 충격에 측정기 찾는 사람 늘어…직접 사서 측정하기도

전문가 "라돈 측정·관리 기준 통일하고 전수조사와 회수조치 해야"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이 실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방사선 라돈이 나오는 제품을 모아 측정 시연을 하며 기자회견하고 있다./연합뉴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라돈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호흡기로 유입될 경우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은 무색무취해 측정기 없인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어 국민 불안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침대에서 시작된 라돈 충격은 생리대, 매트리스, 온수 매트, 베개 등 생활용품으로까지 번졌다.

지자체들은 라돈 측정기를 사 무료로 대여하고 있지만, 신청자가 폭주해 내년은 돼야 측정기를 빌릴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측정기를 직접 구매해 집안 곳곳에서 라돈 수치를 측정하는 이들이 늘었다. 라돈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정부 대책은 미적대는 사이 국민이 자구책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자 라돈은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 외에도 대리석 등 건축자재에서도 검출됐다. 라돈(Rn-222)은 암석, 토양에 포함된 우라늄(U-238)과 토륨(Th-232)이 자연 붕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기체 방사성 물질로 생활 주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지만, 검출 수치가 기준치를 훨씬 넘어섰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0월 전주 한 신축 아파트 입주민은 자체 검사 결과 욕실 천연석 선반에서 다량의 라돈이 검출되자 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전주시가 측정한 라돈 수치는 권고 기준치 200베크렐(QB/㎥)의 10배 이상인 2,000∼3,000 베크렐이었다. 올해 1월 1일 이후 사업계획 신청을 한 아파트는 라돈 측정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이 아파트는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해 라돈 측정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경기도 수원 한 신축 아파트 욕실 대리석 등에서도 기준치 이상인 230∼250베크렐의 라돈 수치가 나오자 입주예정자 협의회 요구로 재시공이 결정된 상태다. 라돈이 기준치보다 5배가 넘게 측정된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부산시가 재측정 후 기준치 이하라는 결과를 발표해 주민과 마찰을 빚었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부산시가 재조사를 약속한 했으며 조만간 정부도 직접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침대나 매트리스, 생리대 등은 안 쓰면 되지만 ‘라돈 아파트 공포’는 차원이 다르다. 주거공간인 아파트는 당장 버릴 수도 없고, 이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라돈 공포가 커지면서 부산 기장군은 자체적으로 내년부터 지역 내 모든 아파트를 대상으로 직접 라돈 측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돈대책반을 구성해 모든 아파트와 건축 중인 아파트도 라돈 수치를 측정해 입주자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환경부와 태스크포스를 꾸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 22일 ‘생활 방사선 제품 안전 강화대책’을 내놨다. 라돈이 나오는 모자나이트 등 천연 방사성 원료물질의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천연 방사성 원료물질의 사용과 이를 쓴 제품의 수입을 엄격하게 제한키로 했다. 또 현재 원료물질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가공제품은 한국원자력안전재단으로 이원화된 생활 방사선 실태조사 주체를 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이날 발표한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 연말까지 생활방사선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안전대책을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6일 “라돈이 검출되는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제품의 제조자와 제품명을 모두 공개해 국민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방사능 우려 제품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사용을 중단하고 소비자가 제품 구매를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라돈 검출 의심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회수조치를 하고 측정·관리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은 “현재 아파트는 환경부, 건축자재는 국토교통부, 산업 자재는 산업자원부 등 라돈을 관리하는 부처가 제각각이며 측정 기준이나 관리기준도 통일되지 않은 상태”라며 “국민 입장에서는 헷갈릴 소지가 다분한 만크 관리 주체를 통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경북 김포대학교 환경보건연구소장은 “정부는 시민이 라돈 의심 제품을 제보할 때만 허겁지겁 대책에 나섰는데, 이제라도 라돈 검출 의심 제품을 전수 조사해 이를 폐기·회수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며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라돈 규제가 실내공기질 측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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