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납품가격 20% 내려라" 막무가내…中, 車 판매 줄자 부품사에 몽니

베이징기차 현대차 협력사 협박





“현대차 판매가 줄어들며 중국이 말도 못할 정도로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국내 부품사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베이징현대차에서 재무를 맡는 베이징기차는 밀렸던 부품 대금을 협력업체들에 지급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다며 부품업체에 납품가격을 20% 이상 낮출 것을 요구한 것이다.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더 싼 가격에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중국 업체로 부품사를 교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현대 구매 담당 파트는 대부분 중국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며 “성능을 테스트해 문제가 없으면 가격이 싼 중국 업체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기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부품사들은 현대자동차의 부진이 길어지는 탓에 이 같은 압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글로벌 800만대를 판매해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글로벌 판매량이 뒷걸음질쳤다. 올해 목표로 잡은 755만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의 판매량에 발맞춰 공장 생산 능력을 확대해온 부품사들의 물량 공백이 커진 가운데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기 쉽지 않다.

부품업계가 국내 생산 물량을 중국으로 돌리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체들은 국내에서 반제품을 만든 뒤 중국 공장에서 가공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해왔다. 하지만 베이징기차가 책정한 납품단가에 맞추기 위해서는 관세와 물류비라도 아껴야 하는 실정이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수출을 포기하고 대신 중국 현지 업체한테 반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여전히 국내에서 물량을 보내는 업체에는 노골적으로 현지 생산을 압박하고 있다. 경북 경주에 위치한 시트 전문 제작업체 A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베이징기차는 최근 DTP-03(시트가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끔 하는 레일의 일종)을 A사의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거부할 경우 다른 업체에 물량을 넘기겠다는 문구도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업체들은 중국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커질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기차가 자사 주도의 차 부품 공급망을 갖출수록 현대차의 현지 합작사 내 입지는 줄어들게 된다. 베이징기차가 현대차에 부품 업체 교체나 단가 인하를 요구하더라도 이전처럼 맞불을 놓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납품 단가가 높았던 만큼 현대모비스 등 동반 진출한 그룹 협력사를 통해 그룹 전체 차원에서 적지 않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며 “베이징기차가 협상력을 키울수록 현대차그룹 내 협력사뿐 아니라 다른 부품사들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품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현지 생산을 늘릴 경우 국내 고용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조업은 2016~2017년 직접 고용 인원 40만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고용 인원은 올 초부터 매달 1,000명, 2,000명씩 감소하더니 지난달 기준 39만1,000명까지 내려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납품 물량은 쪼그라드는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 주기도 버거워하는 부품사가 여럿”이라며 “중국까지 생떼를 쓰는 터에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