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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 제외 노사 협약 배척당해... 재계 "경쟁력 치명타"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가 27일 다스 근로자 승소로 판단한 미지급 법정수당·중간정산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의 핵심쟁점은 다스 직원들의 추가수당 지급 요구가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되는지였다. 신의칙이란 법률관계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지 않은 채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쪽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추상적 규범을 뜻한다. 또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 전에 이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빼기로 노사가 합의한 상황에서 대법원 판례만으로 단체협약 내용을 뒤집을 수 있는지도 신의칙 관점에서 검토됐다. 대법이 이날 근로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기아자동차 등 신의칙을 놓고 진행 중인 다수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가뜩이나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악재를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소송에서 1·2심은 “신의칙을 적용하려면 추가 법정수당 등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해야 하는데 다스의 예상부담금은 2009~2013년 당기순이익의 13%가량에 불과하다”며 다스 근로자 곽모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증가한 회사에서는 과거 통상임금 증가분에 대한 추가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씨가 회장으로 있는 알짜 자동차 부품 회사다. 법원은 10월 이 전 대통령의 횡령 등과 관련한 1심에서 이 회사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은 기능직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돼 있었다”며 “다스의 정기상여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다스의 추가 부담금액과 당기순이익 규모를 감안할 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이 생겨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근로자가 단체협약에서 제외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다시 산입해 재산정한 수당과 중간정산퇴직금의 추가 지급을 요구하더라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신의칙 기준에는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단체협약 등 노사 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근로자의 요구를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노사 합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판결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달랐다. 노사 간 신뢰를 무시하고 회사 재정상태로만 신의칙을 판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과거 노사 합의에 반해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 측의 수당 청구를 신의칙으로 제한한 취지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며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은 정부 지침과 관행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했다면 이에 대한 당사자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그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이어 “회사 재정상황을 주요 근거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없다는 형식적 논리로만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며 “노조가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 사업장의 임금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아 이미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인데 과거 수당까지 추가로 지급 의무를 지우면 국제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법원 3부는 보쉬전장 근로자 57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유사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주요 쟁점이었던 신의칙 부분은 판단을 유보했다. 보쉬전장 사건은 다스와 달리 추가 부담금(100억~110억원)이 2009~2013년 당기순이익(44억원)을 크게 웃도는 만큼 양측의 주장이 훨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심은 “추가 지급액이 당기순이익보다 많다”며 보쉬전장의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했으나 2심은 “이익잉여금을 이듬해 사내유보금으로 매년 이월해왔으므로 부담은 없다”며 노측 손을 들어줬다. 경영상태가 양호한 다스와 달리 보쉬전장은 사측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지급액이 순이익의 2~3배에 달하는 만큼 근로자가 최종 승소할 시 재계에 미치는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기업들까지 사내유보금을 털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은 1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현대중공업·아시아나항공 등 보쉬전장처럼 하급심 판결이 엇갈린 사건도 상당수라 당분간 재계는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윤경환·구경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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