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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식어가는 지방경기] "돈 적게 받고 일하겠다 해도 쓰는 곳 없어"

■ 설 민심 들어보니

명절 보너스 나왔을 때가 그리워

설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정오께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소매동. 화재로 울산시에서 임시 천막을 만들었지만 설 대목이 무색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적다. /울산=장지승기자




“선박 관련 일을 할 때는 비록 하청업체 소속이었지만 명절 보너스와 떡값이 꼬박꼬박 나왔으니 오히려 그때가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네요. 최근에는 돈을 적게 받고 일을 배우겠다고 해도 사람을 쓰겠다는 곳이 없습니다.”

전남 목포에서 타일 시공 보조 업무를 하는 김모(52)씨는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2년 전 그만둔 용접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는 10년 경력의 용접공이었지만 지난 2016년 영암 대불산단에 있는 선박 블록 업체들이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용접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경력을 쌓아 독립한다는 목표로 뒤늦게 타일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이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최근 일감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시공업자 혼자 처리하는 경우가 늘면서 김씨가 할 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 설 명절 각 지역 민심은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로 요약된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는 설 밥상머리에서는 경제에 대한 근심이 가득했고 ‘올해도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들끓었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서민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인천 송도의 한 식당에서 보조 업무를 담당하던 김모(60)씨는 지난달 일자리를 잃었다. 업주가 경영난을 호소하며 가게 문을 닫으면서 졸지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명절 전에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려 했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사람을 줄이는 곳이 많아지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방에서 4명이 일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한 명당 급여가 23만원씩 올라가는 상황이 되자 직원을 한 명씩 줄이더니 결국 가게가 문을 닫았다”며 “인건비를 줄여도 손님이 줄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지역 경제난은 설 연휴 풍경도 바꿔놓았다. 연휴 기간 전국 주요 도심 대부분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지난해에는 외식을 나오는 손님들을 위해 문을 여는 곳이 많았으나 올해는 명절 연휴 중 하루도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많았다. 장사가 되지 않는데 문을 여느니 차라리 인건비라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직원들에게 돌아왔다. 광주의 한 시장에서 배달일을 하는 김모(45)씨는 “지난해만 해도 명절에 특근비를 받아 명절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일했는데 올해는 상인들이 문을 닫으면서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일부 지역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더욱 심각했다. 손님들로 북적였던 부산 자갈치시장과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대전 중앙시장 등 전국 주요 전통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일부에서는 설 매출이 30% 이상 줄면서 상인들 사이에서 ‘역대 최악의 명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광주 번화가인 충장로 인근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명절 연휴에 사람을 안 쓰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장지승기자 jjs@sedaily.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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