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두산 화산이 천년 만에 폭발한다’는 소식이 온라인으로 전해지며 많은 누리꾼들이 불안을 호소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백두산 화산폭발’이 며칠씩 상위 키워드를 차지하기도 했죠.
‘심각한 화산분화 징후’, ‘폭발시 대홍수·재앙’, ‘대분화 시한폭탄’...온라인 매체 중심으로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과정에서 일부 자극적 제목이 더해져 누리꾼들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화산 폭발 시 우리나라와 바다 너머 일본까지 피해가 예상된다곤 해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 왜 백두산 화산폭발이 갑자기 이슈가 됐지?
발단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의 토론회였습니다. 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백두산/화산마그마연구그룹이 공동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이상민 의원이 주최한 이 행사는 개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습니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민간학술 분야 교류를 통해 통일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국회 토론회여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등도 후원한 꽤 규모있는 행사였죠.
토론회에서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2002년부터 백두산 천지에 잦은 지진이 발생했다”며 ”백두산이 가까운 장래에 분화한다면 대홍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도로, 댐, 전기 등이 마비되는 등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윤수 포항공대 환경과학부 교수도 ”백두산의 과거 분화는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량의 천배 이상 규모“라면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백두산의 정밀조사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들 발언이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백두산 화산폭발이 마치 며칠 사이 임박한 일인양 위기감이 조성된 셈입니다.
■ 근데...백두산이 정말 폭발하긴 하는 건가
백두산 화산폭발 관련 연구는 직접 맞닿아 있는 중국쪽 연구가 가장 활발한 편인데, 해당 연구 결과가 알려지며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이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재기돼 왔습니다.
대표적인 폭발 징후로는 지난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백두산 아래 마그마 활동이 활발해지며 지진 발생 수가 연평균 72건, 2003년 11월에만 243건에 달했다는 점이 꼽힙니다. 조사를 수행한 장백산화산관측소연구팀은 화산 활동 안정기에는 한 달 평균 7건이던 지진 발생 수가 이 시기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2012년 백두산 인근에서 섭씨 70도 이상의 온천이 관찰된 점, 백두산 천지 인근에서는 화산가스를 나타내는 기체 방울의 상승이 물속에서 관찰됐다는 점도 거론됩니다. 2015년 연구 자료에 따르면 화산가스 시료 분석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99%까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때문에 휴화산으로 알려져 있던 백두산이 최근들어 활화산으로 재분류된 것입니다. 백두산은 화산 중에서도 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다 산 정상에 큰 규모의 칼데라(천지)가 위치해 있어 마그마 분출 시 물과 만나 어마어마한 분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서기 946년 11월 초 있었던 백두산의 폭발은 과거 1만 년 이내 지구상에서 폭발한 가장 큰 폭발로 손꼽히기도 하죠.
한편 제주도의 한라산 역시 화산 활동이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는 활화산으로 최근 재분류되기도 했습니다.
■ 백두산 폭발,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해?
다만 지난 10여년 간 백두산 폭발을 암시할 수 있는 징후는 다소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백두산에서 관측된 지진 횟수는 2017년 10건 미만, 2018년 20여 건이었습니다. 화산 폭발 위기가 가장 크게 불거졌던 당시에 견주어 3분의 1 수준이죠.
최근 백두산 화산폭발 이슈 관련 기상청은 ”최근 1년 사이 관측 자료에는 백두산이 활화산으로서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 백두산의 화산 활동은 조금 안정적인 상태라 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지질자원연구원 등은 다만 남북과의 정치 사회적 관계에 따라 화산 폭발을 예측할 수 있는 관측 자료 확보가 용이하지 않기에 만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백두산 남북 공동연구 등의 민간 학술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죠. 지난 2013년부터 영국과 미국 전문가들이 ‘백두산 북-영-미-중 연구그룹(MPGG)’을 구성해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국내 연구진은 정치적인 문제로 참여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이번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근거 없는 안전불감증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백두산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학술적 연구와 정보가 부족한 탓이라는 설명이죠.
■ 그래도 만약, 진짜 터진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행정안전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4조의5 재난분야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운용 규정과 대통령훈령 제388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에 따라 대형 화산 폭발을 자연재난으로 분류하고 매뉴얼을 작성, 관리해왔습니다. 매뉴얼 작성 주체에 따라 표준매뉴얼에서부터 실무매뉴얼, 행동매뉴얼로 세분화돼 있죠.
실제 화산 폭발시 국민 행동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화산재 낙하 전에는 문과 창문, 환기구 등 외기 유입이 들어올 만한 틈새를 적신 수건으로 막고 특히 창문은 테이프로 막아야 합니다.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 천식 등 환자는 실내에 머무르도록 하고, 가축의 사료나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화산재는 몇 시간동안 계속 내리게 되며 경우에 따라 며칠간 외출을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생수와 음식물, 방진 마스크와 의약품 및 구급함 등 준비가 필요합니다.
외부 활동 시 화산재 낙하가 시작됐을 땐 마스크나 손수건, 옷 등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자동차 안이나 건물 등으로 신속하게 대피해야 합니다.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안경으로 대체해 써야합니다. 부득이하게 자동차로 이동해야 할 경우에는 전조등을 켜고 화산재가 날리지 않도록 천천히 운행해야 합니다.
화산재 낙하 후 실외를 청소해야 할 때에는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화산재가 침수되면 단단한 덩어리로 변해 처치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침수된 화산재가 배수구나 하수 등으로 들어가게 되면 막힐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TV, 라디오에서 전파되는 재난방송을 주의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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