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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 가상피팅 '진달래' 들어보셨습네까?"

특허품 관리하는 '볼보라', 다양한 발명품 눈에 띄어

온라인 쇼핑몰 '만물상', '고려항공'은 국내서도 접속 가능

선전매체나 북한 미화내용은 '접속 차단'이나 '네트워크 불안정'

북한의 온라인 쇼핑몰 ‘만물상’이다. ‘조선 특산품’에는 말린 나물이나 산열매, 개성홍삼가루 등의 보양식품이 소개돼 있다./웹사이트 캡쳐




북한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어떤 물건이 거래될까. 고려항공 항공권은 얼마나 할까.

7일(현지시간) 북한 전문가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정부기관·사회단체·선전매체 등 북한의 웹사이트 주소 37개 목록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해당 목록에는 ‘온라인 쇼핑몰’처럼 운영되는 ‘만물상’과 북한 항공사인 ‘고려항공’, 북한의 지식재산권 대리기관인 삼흥지적자원정보교류사의 공식 웹사이트인 ‘불보라’ 등의 주소가 공개됐다.

전자상업 홈페이지 ‘만물상’에는 식료품과 보건의료품 등 ‘조선 특산품’이 소개됐다. 인기상품으로는 개성고려홍삼, 산꿀, 왕벌젖 등이 있으며 ‘금강산술’과 ‘소주’를 비롯한 주류도 올라와 있다. 상품 대부분은 산나물·버섯과 산열매 등 식료품이고, 영양 및 건강식품은 총 21개 상품으로 가장 많았다. 보건의료품에는 약초와 보약·영양제 등이 효능과 복용 방법과 함께 명시돼 있다. 하지만 사이트에 결제기능은 찾을 수 없었다.

북한 고려항공 웹사이트에 접속해 예매를 진행해 보았다. 온라인 결제가 안돼 은행송금을 통해 구입해야 한다. /웹사이트 캡쳐


고려항공의 항공권은 얼마나 할까. 기자가 직접 들어가 본 결과 출발지와 도착지로 ‘중국 베이징·심양’, ‘조선 평양’,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 등 모두 4곳이 설정 가능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평양은 230달러(한화 26만 9,100원), 베이징에서 평양은 1,750위안(한화 30만 1,805원)에 갈 수 있었다. ‘공무석(비즈니스 클래스)’은 2,910위안으로 약 20만 원이 넘게 차이 났다.

그러나 한국 여권으로는 항공권을 끊을 수 없었다. 여행자 정보를 입력하는 항목 중 여권을 발급한 국가에 대한민국(ROK)은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티켓 구매가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임의의 국가를 설정한 뒤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으로 도착하는 편도 행 ‘공무석’ 좌석 예매를 시도해 보았다. 이름과 국적, 여권 발급 국가, 여권 만료 기한 등을 입력한 뒤 본인의 이메일과 번호를 적으면 예매할 수 있었다. 별다른 인증 절차를 요구하진 않았다.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끝내고 나면 예약번호가 제공된다. 그러나 결제에서 막혔다. 고려항공은 ‘온라인 결제를 제공하지 못하므로 계좌 이체를 포함한 은행 송금을 이용해 달라’고 명시했다. 평양 시간을 기준으로 특정 날짜까지 입금되지 않을 시 예약은 자동취소된다. 좌석에 따라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47만 원 정도에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에 도착할 수 있다.

국가 명칭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도 눈에 띄었다. 가령 영국(GBR)은 대브리텐및북아일랜드련합왕국으로, 스웨덴(SWE)은 스웨리여왕국 등으로 표기됐다. 국명 대부분은 ‘공화국’, ‘왕국’, ‘련방’으로 끝났다.



공개된 항목 중 ‘류경 미디어’에 접속하려고 하니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차단 안내 문구가 뜨고 사이트 접속이 불가했다. 사이트는 안보 위해 행위 사이트로 분류됐다.


공개된 37개 사이트 중 국내 IP로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는 소수에 불과했다. 조선중앙통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의 매체와 금융정보국과 같은 정부 기관은 네트워크가 끊기거나 ‘응답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접속할 수 없었다. 안보 위해 행위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도 있었다. 북한 웹사이트의 경우 해외 게시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게시물 삭제’가 아니라 ‘접속 차단’으로 관리되는데, 인터넷망이나 이용하는 통신사에 따라 경고 안내문이 뜨거나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접속이 불가능해진다. 관계자는 “차단 접속에 대한 위험 경고 문구는 인터넷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접속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 체제나 김정은 등 삼부자에 대한 미화 및 찬양 내용은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 등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경찰이나 국정원 측에서 차단 시정 조치 심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보안법 위반 내용물의 경우 경찰청이나 국정원 등 관련 수사기관이 콘텐츠의 적법성을 판단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시정 조치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심의하는 방식인 셈이다. 방통심위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모니터링을 하는 등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은 아니며 해당 기관에서 심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적절한 조처를 한다”고 말했다.

‘불보라’에 ‘5차원 피복설계 지원체계’의 일종인 ‘진달래’ 기술이 소개된 모습이다./사이트 캡쳐


한편 통일부 문의 후 접속해본 북한의 지식재산권 대리기관인 삼흥지적자원정보교류사의 공식 웹사이트 ‘불보라’에서는 특허품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삼흥지적자원정보교류사는 북한의 지적 소유권 대리기관으로 저작권 등록 사업을 비롯해 특허문제와 관련된 교류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는 미술 작품을 비롯해 의약품과 설비 제품 등이 등록돼 있다. 그중에서도 ‘피복’으로 분류된 ‘옷찰용모의프로그람 <진달래>’는 한국의 ‘버추얼 피팅(Virtual Fitting) 서비스’를 연상시켰다.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신체 사이즈를 파악한 뒤 옷을 가상으로 스타일링 해볼 수 있는 3D 피팅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대형 백화점이나 인터파크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달래’ 역시 ‘인체와 직물의 변화 알고리듬, 옷 설계에 따른 인체 부위별 피부압 등을 고려한 착용모의 알고리듬 등이 포함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옷을 선택하고 색을 정해 저장된 인체 자료를 열면 입어보지 않고 옷을 피팅할 수 있는 시스템인 셈이다.

이외에도 조선장애자보호연맹 홈페이지 ‘희망’, 금수산태양궁전의 홈페이지 ‘영생’,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등 교육기관과 조선영화·조선료리(요리)·조선관광 등 여가를 위한 웹사이트가 소개됐다. 프랑크 교수는 트위터에 목록을 올리면서 “북한의 공식 웹사이트 모음집은 연구 자료로서 유용하지만, 접근하기 전 소속 국가법과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자유롭게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부가 감시하는 인트라넷에만 접속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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