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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탄소섬유가 日타깃 될라" 日제품 대체할 국내업체 검토나서

삼성전자도 협력사에 공문 보내

유력 품목 재고쌓기 나섰지만

장기화 땐 생산·품질 차질 우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하고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가능성으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서울경제DB


건설기계 업종의 A 대기업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목록)에서 제외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력과 유압계통의 굴착기 핵심부품을 일본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급하게 안전재고(수급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한 재고)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품 납품 시기와 굴착기 생산 시기를 정확히 일치시켜 필요한 부품을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는 ‘JIT(Just In Time)’ 체제를 구축했는데 이제 와 공급 체계를 무너뜨리려니 억장이 무너진다. 부품들을 급히 공급받자니 단가와 물류비용이 올라가 비효율이 발생하고 사태가 해결되면 재고부담을 떠안게 된다. A사 관계자는 “리스트에서 배제되더라도 실제 규제가 작동하고 수급 불균형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과 품질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같은 업종의 B사는 재고를 좀 더 늘리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답답하기는 B사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의 전략물자 목록에 어떤 부품이 들어 있고, 어떤 부품이 실제 규제 대상이 될지 알 수 없어서다. B사 관계자는 “우선순위를 매겨 재고를 늘리는 ‘깜깜이 조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 속에서 대응을 하자니 피가 마른다”고 했다.

일본 내각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령을 처리하기 하루 전인 1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어둠 속에서 스위치를 더듬어 찾듯 대응책을 신중히 논의하고 있다. 정말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될지, 배제된다면 어떤 규제가 실제 적용될지, 그 기간은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응책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기업들은 입을 모았다.

LS전선은 고위 임원이 직접 일본을 찾아 물량확보에 나섰다. LS전선 관계자는 “최근 자체적으로 일본이 규제 가능한 품목을 조사해본 결과 소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생산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소재가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LS전선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전선 관련 소재 17개 품목 가운데 가공선 소재(invar), 충진제, 바니시 등 9개는 대체가 불가능한 제품이다. LS전선은 현재 1개월 정도인 재고 물량을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확보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공급업체의 해외공장에서 우회적으로 소재를 들여오는 것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를 조달하는 스텔라케미파의 일본 외 대만·싱가포르 생산기지에서 공급받거나 포토레지스트를 들여오는 일본 TOK의 미국·유럽 공장에서 소재를 수입하는 방안 등이다. 해외공장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수입을 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법적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우회 방식도 막을 것으로 보여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기업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구매팀 명의로 소비자가전(CE) 부문과 IT모바일(IM) 부문 국내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내 일본산 소재·부품 전 품목에 대한 90일치 이상의 재고 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확보 시한을 늦어도 이달 15일까지 지정하고 확보한 물량의 소진과 대금 지급은 삼성전자 측이 모두 보장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공문에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체들은 미래 먹을거리인 수소전기차·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핵심소재·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수소전기차의 핵심 소재로 일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탄소섬유가 문제로 꼽힌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들어가는 수소연료 저장용기는 국내 기업인 일진복합소재가 만들지만 여기에 필요한 탄소섬유는 전량을 일본 도레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성과 차량 내 부피,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당장 수소전기차에 필요한 탄소섬유를 도레이 외 다른 업체로부터 공급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이번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도레이를 대체할 국내외 탄소섬유 업체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수소전기차 생산량이 미미한 수준이라 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 판매량은 1,546대로 현대·기아차 상반기 전체 판매량 348만대의 0.04%에 불과하다. 현재 전 세계 완성차 업체 가운데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곳은 현대차와 일본의 도요타·혼다 세 곳밖에 없다.

이와 함께 자동차 업체들은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긴밀히 논의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신·고병기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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