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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소부장 특별법 밥그릇싸움]"與 45조 쥐락펴락 안돼...우리 권한도 명시하라" 野까지 가세

野 '상임위 의무 보고' 견제장치 담은 개정안 별도 발의

文주문 초안내용과 접점 못찾으면 법안처리 해넘길수도

"日제재 풀리면 무용...대체 가능성도 미지수" 업계도 혼란





야당 의원들이 ‘소관 부처가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위해 기본계획을 마련할 때 여야 모두가 포함된 상임위에 보고하는 내용’을 담은 별도의 특별법을 발의한 표면적 목적은 여당 ‘견제’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부가 시대착오적으로 국민 혈세를 퍼붓는 관치 경제를 하는 것을 야당이 견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수십조원이 지원되는데 국민의 대표인 야당을 빼고 당정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은 국회에서 단독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제로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여당과 정부는 이미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특별법’을 마련했고 26일 발표된다. 이 법이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 발의돼 통과된다.

하지만 야당이 유사한 법을 선(先)발의 했기 때문에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두 법은 합쳐야 한다. 당연히 병합 과정에서 야당이 명시한 대로 정부가 기본 계획을 수립할 때 상임위에 보고해야 하는 권한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향후 통과된 특별법에 기반해 추진할 계획을 만들 때 상임위원회의 야당 의원들도 세부 계획을 보고 시정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셈이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의 보좌관은 “당정이 마련할 특별법에는 상임위에 의무 보고 사항이 빠진 것으로 파악돼 따로 이 권한을 적어놓았다”고 설명했다.

야당이 ‘입법 알박기’를 한 이유는 뭘까. 특별법이 지원할 세부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8월 산업부가 특별법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보면 관련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예산만도 7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관련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지원액(공급여력)도 29조원에 달한다.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을 인수·합병(M&A)을 하기 위한 지원금도 2조5,000억원에다 6조원의 특별지원금까지 있다.

특별법에는 오는 2029년까지 지원되는 45조원의 돈 뿐 아니라 각 부처에 주어질 막강한 권한도 담겨 있다. 특별법에는 M&A 때 법인세 세액공제, 해외 우수인력에 대한 소득세 공제, 기업부설 연구소 지방세 감면 혜택은 물론 관세 조사와 외환검사, 원산지 검증 유예, 납기연장과 분할 납부 등 막대한 세제·통관 혜택이 담겨 있다. 또 공정거래와 화학물질 등의 규제가 완화되고 특별연장근로 허용, 상장 특례 등도 적용된다. 이 거의 모든 정부 부처의 규제와 제도의 족쇄를 풀 특혜가 들어 있다.



이 때문에 부처 간 권한을 두고 알력 다툼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6일 당정이 발표하는 ‘소부장 특별법’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이견이 조율된 개정안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세제 특례와 금융지원 등의 내용을 두고 부처 간에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여당은 “발표할 특별법 개정안은 부처 간 의견이 수렴됐다고 보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부처 관계자는 “세액공제와 지방세 감면 등은 조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법 등이 모두 개정돼야 효력을 가진다”며 “특별법은 ‘할 수 있다’는 수준을 적시한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부처 간 해석이 다르면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소위 한번에 세제·금융 등 모든 혜택이 주어지는 ‘원스톱’ 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해찬(오른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오른쪽)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민관합동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이호재기자


무엇보다 이 특별법은 발의 이후 통과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야당 내부에서도 법 통과에 대해 미온적이다. 한 의원은 “징용 문제로 외교가 망가지고 수입규제가 된 것인데 반일감정을 들고 나와 세금으로 이를 극복하자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만약 특별법이 정쟁화돼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처리가 늦어질 경우 내년으로 넘어간다. 총선 국면에 휩싸이면 법안 처리는 요원해지고 20대 국회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한편 여야정이 특별법을 놓고 다투는 사이 산업계는 그저 혼란에 빠져 있다. 정부 지원은 모호하고 기술개발을 해도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용기(화물창)가 대표적이다. 정부와 민간에서 프랑스 GTT사가 독점한 LNG선 화물창을 대체하기 위해 2004년부터 개발해 2014년 실용화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극불(佛)’을 못했다. 심지어 기술적용 과정에서 설계변경 등으로 납기가 지연되며 소송전도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개발에 성공해도 수십년간 글로벌 분업 속에서 자리 잡은 세계 일류 제품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그 사이 한일 외교관계가 진전돼 규제가 풀리는 불확실성도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서종갑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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