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의사일정을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 의장을 직권남용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문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가진 아들의 공천을 위해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26일 문 의장과 권영진 국회 의사국장을 직권남용과 직권남용 방조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고발 사유는 지난 23일 문 의장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직권으로 순서를 바꿔 상정한 것과 임시회기 결정 안건도 한국당의 반대토론 기회를 박탈한 채 상정한 것 두 가지다.
23일 임시국회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 4+1 협의체가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이 법안의 상정 순서는 당초 예산부수법안·민생법안 등의 뒤인 27번째였다. 하지만 문 의장은 임시회기 결정 안건과 예산부수법안 2건을 처리한 뒤 기습적으로 순서를 변경해 상정했다. 순서를 23계단이나 뛰어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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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기습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표결되지 못하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진행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25일까지로 임시회기 결정 안건이 통과되면서 효력이 소멸됐다. 새 임시회의가 열리면 선거법 개정안은 토론 없이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 한국당은 “문 의장은 당적 보유가 금지된 국회의장의 중립의무를 망각한 채 4월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불법 사보임을 용인했고 ‘4+1’이라는 기형적 집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심의·수정된 513조원 슈퍼예산을 날치기 통과시킨 바 있다”며 “공직선거법 개정안 불법 상정과 임시회기 결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무력화는 그간 문 의장이 행해온 일련의 불법행위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문 의장이 민주당 당협위원장인 아들이 본인의 지역구에서 공천받게 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세습 정치에 혈안이 된 문 의장은 민주당이 제출한 대로 임시국회 회기를 표결 처리했다”며 “ ‘자식 이기는 장사 없다’던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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