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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는 실험용 쥐 덕에 인간 수명 획기적으로 늘어"

실험용 쥐 연구에만 28년 이한웅 연세대 교수

장기조직 등 사람과 가장 비슷해

119보다 쥐가 사람 더 많이 살려

희생 아깝지않게 결과 내려 노력

유방암·폐암 쥐 모델 연구 박차

이한웅 연세대 교수가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연구실에서 실험용 쥐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포즈를 취했다./성형주기자




19세기만 해도 전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30세에 불과했지만 현재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긴다. 200여년 만에 기대수명이 두 배로 뛸 수 있었던 데는 쥐의 공이 크다. 동물실험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쥐의 ‘희생’ 덕분에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 치료 연구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귀한 곡식을 축낸다며 한때 박멸의 대상이기도 했던 쥐에게 인류가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2020년 경자년 쥐띠 해를 맞아 실험용 쥐의 ‘애처롭고도 고귀한’ 운명을 들여다보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실험동물연구센터를 찾았다.

이한웅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실험용 쥐 연구에만 28년을 쏟은 권위자다. 강산이 세 번 가까이 바뀔 동안 쥐와 동고동락해온 그는 “사람의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도 모두 동물실험, 그중에서도 쥐 덕이 크다”며 “119보다 쥐가 사람을 더 많이 살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실험용 쥐는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일단 국내 동물실험의 95%를 쥐가 차지하고 있다. 비만·노화·암 등 질환 관련 유전자를 삽입 혹은 변형해 인위적으로 질환이 걸린 쥐를 모델로 신약의 안정성 및 효능이 검증된다. 돼지와 원숭이 등 다양한 실험동물 가운데서도 쥐가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생체구조가 인간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쥐는 장기·조직·세포에서 사람과 95% 이상 동일하다”며 “돼지는 제일 작은 게 40~60㎏인 반면 쥐는 30g에 불과해 사육공간·비용에서도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쥐는 임신 기간이 한 달가량밖에 되지 않아 짧은 시간 동안 세대를 관찰하고 노화를 연구하기에도 적합하다.

관건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는 환경과 가장 비슷하게 질환을 가진 쥐를 개발하는 데 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최근 1년 넘게 유방암에 걸린 쥐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에도 각종 유전자를 조작해 인위적으로 유방암에 걸린 쥐 모델은 있지만 사람이 실제로 유방암을 앓게 되는 환경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 쥐는 1만원 가량 하지만 이렇게 유전자 조작이 이뤄진 쥐는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쥐나 면역 결핍된 쥐는 몸값이 더 높다. 신약개발의 기본 토대가 되는 실험용 쥐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실험에 필요한 질병 쥐를 자체 개발하겠다며 미래 맞춤형 질환 모델 동물개발사업단을 발족했지만 현재 사업은 추가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종료됐다.



정부에서 실험동물별 차등 없이 연구비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것도 문제다. 이 교수는 “실험동물을 쥐로 할지, 원숭이나 돼지로 할지 아니면 박테리아로 할지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인데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독일에서는 쥐로 한다고 하면 사육비를 따로 지원해준다”고 언급했다.

이한웅(왼쪽) 연세대 교수와 이재훈 연구원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내 센터에서 실험용 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으로 신약이 개발되고 독성으로부터 수많은 사람을 보호하고 있지만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은퇴한 검역 탐지견을 실험하고 학대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동물실험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한층 거세졌다. 한국실험동물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과학자들도 동물실험의 숫자를 줄이고 비동물실험으로 대체하고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 윤리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쥐의 희생이 아깝지 않도록 연구에 매진해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몫이다. 수백마리 실험용 생쥐와 일상을 보내는 이 교수 역시 최종 꿈은 신약개발이다. 이 교수는 “쥐는 굉장히 똑똑하고 이타적인 동물”이라며 “쥐로 폐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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