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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에 놀란 글로벌 투자자, 주식 팔고 금·국채로 피신

■격랑 휩싸인 국제 금융시장

예상깬 직접공격에 세계증시 급랭

닛케이 1.57%·상하이 1.22% 하락

브렌트유 한때 배럴당 71弗 거래

金 6년만에 온스당 1,600弗 돌파

이란이 8일(현지시간) 미군 주둔 이라크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를 겨냥해 발사한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 캡처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공습한 8일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면서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성형주기자


이란이 8일(현지시간) 오전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기지 2곳에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과거 미국이 아닌 제3국 테러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보복에 나섰던 이란이 이번에는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미 군사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보복에 나서고 이란이 이스라엘 등 미국의 우방국을 공격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자금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도쿄 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1.57% 급락한 2만3,204.76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는 장중 2.65% 떨어지며 지난해 11월21일 이후 처음으로 2만3,0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1.22%, 1.24% 내렸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0.53% 하락했다.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선물도 1.6% 추락하며 뉴욕 증시에는 이날 개장 전부터 암운이 드리웠다. 전날 이란 사태로 다우존스지수가 0.42% 떨어지는 등 뉴욕 3대 주가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국제유가는 장중 5% 내외로 급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한때 5.1% 오른 배럴당 71.75달러에 거래됐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7% 뛴 65.65달러까지 치솟았다. 자칫 이란의 이번 보복 공격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이어질 경우 원유 시장은 더욱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이란이 대미 협박 카드로 이용했던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실행되지 않았지만 강대강 물리적 대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 카드까지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고 안전자산으로 쏠리면서 금 현물 가격은 6년 만에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날 대비 2.4% 급등한 온스당 1,611.42달러에 거래되며 지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간밤 뉴욕상품거래소에서도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이 전날 대비 0.35% 상승하며 10거래일째 오름세를 이어간 동시에 2013년 4월2일 이후 6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 현물 가격도 장중 2.7%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주요국 통화 가운데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 가치도 상승했다. 엔화는 이날 장중 달러당 107.65엔까지 내려가 달러 대비 가치가 3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반면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달러인덱스(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는 장중 0.07% 하락했다.

금·엔화와 안전자산군을 형성하는 주요 국채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9%포인트 떨어진 1.7239%에 거래되며 1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비례하는데 투자자들이 주식 대신 국채에 몰리며 가격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미국 투자자문사인 튜더피커링홀트의 마이클 브래들리 이사는 CNBC방송에서 “트레이더들도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었지만 (보복이) 미 군대를 향할지는 몰랐다”며 “이에 미국이 다음 조치로 이란 내에 보복 타격을 가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제프리 할리 수석 연구원 역시 블룸버그통신에 “이란이 그러한 방식으로 보복한 것에 매우 놀랐다”면서 “미국이 충격적이고 두려울 만한 대응에 나서도록 자극한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증시의 주가가 최대 10%가량 조정되고 안전자산 쏠림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ING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동 정세가 심화하면 글로벌 주식시장이 7~10%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응에 따라 금값이 25% 폭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인시그니아컨설턴트의 친탄 카르나니 수석 연구원은 마켓워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반응할 경우 금값이 2,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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