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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급감에 공장 팔아 빚갚기 급급…벼랑 끝 기업 '9월 위기설'

[코로나 6개월…녹다운 된 국가산단]

■가동률 70.4%…IMF 이후 최저

노후·고령화에 생산성 하락 누적

코로나까지 덮치자 생존 벼랑에

상반기에만 처분된 공장 566개

은행 대출이자 연체 갈수록 쌓여

영세기업 하반기 잇단 폐업 위기





경기 시화공단에서 연매출 100억원 안팎을 올리던 자동차 부품 업체 A사는 최근 공장 부지를 팔고 충북 음성으로 회사를 옮겼다. 원청업체의 부진으로 일감이 반토막 나면서 부채가 감당이 안 돼 내린 조치다. 이 회사가 매각한 2,314㎡(700평) 부지에는 인쇄회로기판(PCB) 등 영세임가공업체 10개가 들어섰다. 시화공단의 한 부품 업체 임원은 “주위를 보면 은행에서 대출만기를 연장해줘도 경영난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며 “그나마 경쟁력이 있던 업체들은 경비절감 차원에서 지가가 저렴한 지방으로 이동해 영세기업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만 해도 ‘여름이 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제는 비전 자체가 안 보인다”고 넋두리했다.

‘제조 코리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국가산업단지가 노후화와 고령화, 여기에 생산성 하락까지 누적돼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강펀치를 맞고 휘청이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업종의 경쟁력마저 나날이 쇠퇴하다 보니 지난 5월 공장 가동률은 역대 최저인 70.4%를 기록했다.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우량기업들마저 생존 벼랑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올 상반기에만 전국 55개 국가산업단지에서 처분된 공장이 지난해 동기보다 56개 많은 566개에 달해 폐업 도미노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 코리아의 한 축을 담당해온 산단의 위기는 국가경쟁력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박사는 “사실상 비상사태”라고 했다.

◇생산·수출·고용의 ‘트리플 추락’…몰려오는 먹구름=한때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구미산업단지는 최근 충격에 빠졌다. 자동화 설비 업체 프로템과 그 계열사인 웰코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가 지역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통했던 만큼 공단은 뒤숭숭한 상황이다. 구미산단 내 한 업체의 관계자는 “내수·수출이 다 막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도가 도미노처럼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동률이 30% 남짓인 곳이 대부분이라 주 3~4일 근무하고 금요일은 일찍 문을 닫아버리는 곳을 빼면 없다시피 한다”며 “밤만 되면 불야성은커녕 야근하는 곳이 없어 썰렁 그 자체”라고 말했다.



실제 산업단지 실적을 보면 암울하다. 올 5월 생산(33조3,364억원)과 수출(89억3,000만달러)은 전년 대비 각각 19.8%, 30.8% 빠졌다. 고용도 97만7,000여명으로 2만명 가까이 줄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공장 가동률이 낮을 만큼 일감이 바닥 상태다. 이미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보증기관의 한 관계자는 “3월만 해도 소상공인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기업이 어렵다”며 “최근 은행 대출이자 연체가 발생할 경우 들어오는 사고통지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부도 사고가 급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력 대기업과 함께 침몰하는 산단=지역 대기업이 죽을 쑤는 공단일수록 타격이 더 크다. 창원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5년 전 직원이 6,000명이었는데 지금은 2,000명에 불과하고 한국GM도 희망퇴직·유급휴직 말이 계속 나올 만큼 어렵다. 대기업이 어려우니 이를 받치는 후방업체들은 설상가상일 수밖에 없다. 지역의 한 중소업체 임원은 “10년 전 창원 대기업 수가 40개를 넘었는데 지금은 절반 넘게 줄었다”며 “창원 지역 중소기업이라면 업종 구분 없이 다 어렵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창원 지역 기보의 사고율도 다른 지역의 두 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인근 지역도 심각하다. 가동업체 수만 해도 온산 산단이 244개사(5월 기준), 울산·미포가 607개사로 1년 전에 비해 총 136개사가 줄었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납입 유예 지원이 오는 9월 종료되는 가운데 지역 업체 관계자는 “하반기가 고비”라고 입을 모은다. 당국이 진행 중인 ‘재연장’ 결정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후화→고령화→생산성 하락 악순환 끊어야=국가산단이 이처럼 맥을 못 추게 된 것은 시설 노후화와 고령화,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는 데 실패해서다. 주력산업의 변화에 둔감한 탓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간과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차·자율주행차로 급변하고 있지만 공단 내 기업들은 여전히 ‘3차산업’의 하청기지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 하청에만 만족해 우물 안에 갇혀 있다 보니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하지 못한 결과다. 젊은 인재를 불러들이는 데도 실패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틀에 박힌 정책만 되풀이하면서 정책 역량이 의심을 받는 상황까지 왔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산단 내 기술혁신형 기업이 고꾸라지게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며 “옥석을 가려 이런 기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박사는 “기자재 노후화 등 작업환경 개선도 절실하다”며 “생산성 관점에서 일터혁신을 위한 정책적 관심과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단 경쟁력 회복을 위해 인프라 기반 확충 등 장기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화급한 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상훈·이재명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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