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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안개 낀 '해'를 마주하며 다가올 '해'의 희망을 품다

■서해의 일출명소 당진 왜목포구

리아스식 해안 독특한 지형에

국내 두곳중 한곳 서해 해맞이

제철 생선 많은 '배낚시의 성지'

인근 면천읍성으로 발길 옮기면

복지겸·박지원 이야기 전해져

서해 일출로 유명한 왜목포구는 해가 노적봉(남근바위)에 걸리는 11월부터 3월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일출 시기다. 기자가 찾은 날은 짙은 해무로 일출을 볼 수 없었고 안개 너머로 희미한 햇살만 비쳤다.




당진 왜목포구는 서해에서 무안 도리포와 함께 일출을 볼 수 있는 유이(唯二)한 곳이다. 서해에서 일출이라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형성된 독특한 지형 때문이다. 섬처럼 튀어나온 반도의 동서로 바다가 펼쳐져 있어 아침에는 동쪽 바다로 해가 뜨고 저녁에는 서쪽으로 해가 진다.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오전 4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짙은 안개로 차는 고속도로 요금소부터 엉금엉금 기어가다 보니 왜목포구에 도착할 무렵 시계는 벌써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출까지는 아직 9분이 남았지만 아쉽게도 일출 촬영은 물 건너간 것 같았다. 육지에 내린 안개가 바다에서 흩어질 리 없었다. 오히려 육지의 안개보다 바다 안개가 더욱 짙었다. 백사장의 젖은 모래를 밟으며 한동안 서성거렸지만 일출 시각이 지나도록 안개에 붙들린 어둠은 가실 줄을 몰랐다.

서해 일출로 유명한 왜목포구는 해가 노적봉(남근바위)에 걸리는 11월부터 3월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일출 시기다. 그래서 해마다 1월 1일이면 사람들이 몰려 새해 소원을 비는 장소로 유명해졌다.

왜목포구에는 왜가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다. 하지만 이현길 마을번영회장은 “왜목마을의 지형이 여자의 목과 같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왜목포구가 일출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새 천년이 시작한 지난 2000년부터다. 마을 사람들이 일출 사진을 촬영했는데 그것을 본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이 축제를 기획했다고 한다. 이후 축제는 꾸준히 이어져 지난해 20회째를 맞았다.

이현길 왜목포구 번영회장은 “백사장 앞 표지판에는 ‘마을의 지형이 왜가리의 목을 닮아서 왜맥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기록돼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그보다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바라본 이곳의 지형이 임신한 여자가 누워 있는 모습인데 왜목마을이 여인의 목 부분에 해당돼 왜목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왜목포구를 찾은 날은 평일이었는데도 새벽부터 배낚시와 좌대 낚시를 나가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 번영회장은 “철에 따라 주꾸미·삼치·노래미·숭어 등이 올라온다”며 “왜목에 있는 배들은 대부분 바다 낚시꾼들을 실어 나르는 배들”이라고 했다.



면천읍성은 조선 초기에 쌓은 전형적인 평지 읍성으로 조선 후기까지 면천의 군사 및 행정 중심지로 기능했다.


왜목항의 안개를 뚫고 차는 면천읍성으로 향했다. 면천읍성은 조선 초기에 쌓은 전형적인 평지 읍성으로 조선 후기까지 면천의 군사 및 행정 중심지로 기능했다. 성의 둘레는 986m, 높이 4.5m였던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현재는 서편 성벽 일부의 성돌만 남아 있다. 나머지 부분은 무너지고 흩어져 마치 토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면천읍성은 엄연한 석성으로 현재 당진시가 읍성을 복원하고 있다.

성문은 네 곳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동문만 남아 있다. 성벽을 고이고 있는 돌에 성을 쌓은 연대인 ‘기미년(己未年)’이라고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면천읍성에서 만난 장영란 문화관광해설사는 “읍성에 있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의 딸이 뜰에 심은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겸이 병을 얻어 앓고 있는데 백약이 무효하자 그의 딸 영랑은 아미산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렸다. 마지막 날 신선이 나타나 두견주를 빚어 100일 후에 마시고 그곳에 은행나무를 심은 뒤 정성을 드리라는 계시를 내렸고 영랑은 그대로 행하여 아버지의 병을 고쳤다고 하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연암 박지원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면천읍성 인근 골정지 안 초가 정자 ‘건곤일초정(乾坤一草亭)’은 1800년(정조 24년) 연암 박지원이 면천군수로 있을 때 세워진 정자다. 박지원은 ‘과농소초(課農小抄)’와 ‘한민명전의(限民名田義)’ 등 개혁 정책에 관한 책들을 썼는데 건곤일초정은 이 같은 박지원의 애민 사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연못 한가운데에 돌을 쌓아 인공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육각 정자를 지었는데 인근 면천향교의 유생들이 박지원을 찾아 이 정자에서 시를 읊고 학문을 익혔다고 전한다. 정자는 일제강점기에 소실됐으나 2006년 당진시가 복원했다. 해마다 7~8월이면 골정지에는 연잎이 바다를 이루며 연꽃이 피어나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글·사진(당진)=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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