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노 마스크’ 차림에 맨손 악수를 나누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했다. 한미정상회담은 이날 예정 시간을 1시간이나 넘겼고 단독회담부터 공동 기자회견까지 총 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아울러 오찬 메뉴는 해산물을 선호하는 문 대통령을 고려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한 달 앞서 진행된 미일정상회담에 비해 더 오래 백악관에 머물렀고 더 큰 환대를 받았다는 평가 속에서 청와대는 “상호 신뢰와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시간”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의 ‘방역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이며 길어진 회담 시간은 오히려 한미 간 입장 차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정상회담은 이날 단독회담(37분)-소인수회담(57분)-확대회담(77분) 순으로 진행된 가운데 예정보다 1시간을 넘긴 171분(2시간 51분) 동안 이어졌다. 소인수회담이 예정보다 약 2배 길어진 것이다. 앞서 미일정상회담은 지난달 16일 동일한 구성으로 진행됐으나 총 150분(2시간 30분) 걸렸다. 한미정상회담이 미일정상회담보다 약 21분 더 길게 진행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문 전체 시간은 약 5시간 40분이다.
아울러 ‘노 마스크 정상회담’이 한미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더욱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단독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을 갖게 된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노 마스크’ 차림으로 맨손 악수를 나누면서 활짝 웃었다. 아울러 대부분의 참석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거리 두기도 따로 적용되지 않아 한미정상회담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대면 자리에서 두 개의 마스크를 겹쳐 쓰고 회담에 임하면서 다소 딱딱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아울러 당시 양 정상은 악수를 하지 않았고 ‘팔꿈치 인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주먹을 내는 것으로 악수를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악수를 나눴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지난달 스가 총리를 만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인사를 나눈 바 있다.
이날 오찬 메뉴도 미일정상회담에 비해 정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정상은 소형의 원형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서로의 표정을 확인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37분간 오찬 겸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대접받았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 준비된 메뉴였다. 이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미정상회담 분위기를 두고 “그동안의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회담이었다”며 “총 3시간의 정상회담이 훈훈한 분위기 속 한미 간 모든 의제가 다뤄진 것”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스가 총리는 당시 오찬 메뉴로 나온 햄버거에 손도 대지 않았다. 미일 두 정상은 2ｍ가량의 긴 테이블 양 끝에 앉은 채 약 20분 내로 오찬을 끝냈다.
그러나 단순히 정상회담 시간을 놓고 동맹의 경중을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외교통일학부 교수는 길어진 한미정상회담 시간에 대해 “한미 간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을 두고 대만해협·남중국해·쿼드 등 여러 안건에서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며 “특히 막판에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언급에 대한 상하단 진통이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미일정상회담은 사전에 조율된 부분을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순조롭게 진행돼 2시간 만에 끝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