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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 5억 첫 입찰에 7억대 낙찰 "그렇게 높게…" 술렁

<서울서부지법 경매법정 르포>

30평 법정에 90명 북새통

첫 경매 서두르다 서류미비

응찰 무효판정 받고 낙담도

"좋은 물건 안 바라고 낙찰만"

경매 내내 경직·긴장감 흘러

서울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 6일 오전 11시 9분 서울서부지방법원 신관 209호 경매 법정. 경매 입찰 종료를 1분 남기고 법정은 분주했다. 늦게 도착한 응찰자는 서류 뭉치를 들고 누군가와 급히 상의하고 있었고, 법원 직원들은 “그냥 가지 말아달라” “서류 접수부터 하라”고 연신 소리쳤다. 누군가 실수를 한 듯 판사도 “정일권(가명) 님! 정일권 님! 정일권 님!”하고 세 번 소리쳤다. 2분 뒤인 11시 11분. 예정 종료 시각을 1분 넘기자 판사가 “입찰을 마감하겠다. 지금부터 입찰함을 개찰하겠다”고 말했다. 청중은 긴장한 듯 경직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정부 규제 부작용으로 매물이 줄고 집값이 뛰면서 법원 경매 아파트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기자가 찾은 서부지방법원 법정은 인파로 붐볐고 한 응찰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그냥 낙찰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오전 10시 정각.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해 한 칸씩 띄워 앉도록 설계된 72석 규모의 법정 좌석에는 짐을 놓고 자리를 비운 이들을 제외하면 32명이 앉았다.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은 법정 뒤에 섰다. 응찰이 마감된 오전 11시 11분에는 인원이 늘어나 어림잡아 80~90명의 인파가 100㎡(30평) 크기의 법정을 가득 채웠다.

이날 나온 물건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용산구 한남동 ‘한남동 리첸시아’ 오피스텔 전용 51㎡였다. 첫 입찰로 감정가는 5억 3,000만 원이었다. 이 물건에는 열 명 이상의 응찰자가 몰렸다. 낙찰자는 7억 8,999만 9,000원을 써낸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윤기(가명) 씨. 판사의 입에서 ‘칠억 팔천…’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법정은 “그렇게 높게 써냈어”라는 말과 함께 술렁였다.





열기가 뜨겁다 보니 경매에 처음 참여해 실수로 낙찰받지 못한 사례도 나왔다. 용산구 이촌동 ‘점보아파트’ 전용 177㎡는 16억 2,000만 원으로 경매를 시작했다. 물건 응찰자는 두 명. 이 중 한 명이 필요 서류를 제대로 구비하지 못해 낙찰자는 17억 원을 써낸 정 모 씨가 됐다. 응찰 무효 판정을 받은 A 씨는 “어떻게 경매 법정에 오게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장에 매물이 없어서 처음 오게 됐다”며 “응찰 과정에서 직원이 재촉하는 바람에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고 말했다. 배우자로 보이는 또 다른 한 명과 법정을 찾은 그는 다소 허탈한 표정으로 건물 계단을 내려갔다.

이날 기자의 옆자리에 앉은 이혜순(가명) 씨는 경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자 그는 경매에 오게 된 계기를 말했다. “3년 전쯤인가, 집값이 너무 오르니까 나 같은 무주택자는 집을 살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경매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동안 집값이 더 올라서 이제는 좋은 물건은 바라지도 않고 그냥 낙찰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씨가 응찰한 물건은 서울 서대문구 단독주택과 남가좌동 토지 등이었다. 이들 물건은 모두 이 씨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응찰자들에게 돌아갔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감정가가 저렴한 물건이 다수 나오면서 경매 시장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서류 준비나 임차인 권리 분석 등 주의할 점이 많은 만큼 처음 경매 시장에 진입할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4.4%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4개월 연속 기록을 경신하며 119.0%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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