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해 6월 시세 2억4,000만원의 처제 아파트를 3억1,500만원에 딸 명의로 매수했다. 거짓 매수였다. 계약서도, 계약금도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를 또다시 아들에게 매도했다. 이번에는 매도 금액이 3억5,000으로 뛰었다. 앞선 딸 명의 매수는 거래 취소했다. 이번에도 계약서, 계약금은 없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제3자에게 이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매도한 뒤 아들 명의의 매수 신고를 해제했다. 결국 A씨 처제의 아파트는 이같은 실거래가 띄우기를 통해 당초시세보다 1억1,000만원 높은 금액에 팔렸다.
국토교통부는 A씨의 사례를 비롯해 총 69건의 법령위반 의심 부동산 거래 사례를 확인했다. 이 중 자전거래나 허위신고로 의심되는 거래는 12건이다.
국토부는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이 지난 2월 말부터 진행한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기획조사는 시세를 띄울 목적으로 아파트를 고가에 계약했다고 허위로 신고하는 등의 시장교란행위가 대상이었다. 기획단은 특히 허위신고 등이 의심되는 거래를 주된 조사 대상으로 삼고 계약 해제 신고가 의무화된 2020년 2월 21일부터 1년간 이뤄진 아파트 거래중 규제지역 내에서 특정인이 반복해 다수의 신고가 거래에 참여한 후 이를 해제한 821건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사례와 같이 거래당사자가 특수관계에 있거나 계약서가 없고 계약금을 주고 받지 않는 등의 의심사례가 다수 적발 됐다.
한 분양대행사는 허위거래로 부당 이익을 얻기 위해 법인 소유한 시세 2억2,800만원짜리 아파트 2채를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에게 각각 2억9,900만원, 3억400만원에 매도 신고했다. 물론 이 거래 두건 모두 계약서나 계약금 수수 내역은 없다. 이후 해당 아파트 2채를 제3자 2명에게 각각 2억9,300만원에 매도했다. 이전 임원에게 매도했던 계약은 해제신고 했고, 회사는 시세보다 1억3,000만원 높은 이득을 얻었다.
한 중개보조원은 시세 5,000만원인 고객의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7,950만원에 매수계약 신고한 뒤 이를 기반으로 같은 가격에 제3자에게 매도한 뒤 본인의 매수 계약은 해제 신고했다. 시세보다 59% 높은 가격에 매도인의 아파트를 처분해준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자진거래·허위신고의 경우 당사자가 1회적으로 부당 이익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단지의 시세를 끌어올려 부당한 피해를 지속해서 야기한다는 점이다. 실제 국토부는 자전거래가 일어난 단지의 현재 시세를 파악한 결과 남양주 A단지의 경우 자전거래 이후 현재까지 28건의 거래에서 약 17% 높아진 가격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B단지의 경우 현재까지 6건의 거래에서 약 54% 높아진 가격 유지되고 있다. 창원 C단지의 경우 자전거래 이후 약 29% 높은 가격에 15건 거래되는 현상이 7개월간 이어졌다.
기획단은 이밖에 계약 해제 신고가 의무화된 2020년 2월 21일부터 같은해 12월31일까지 이뤄진 71만 여건의 아파트 거래 등기부 자료를 전수주사해 잔금지급일 이후 60일이 지나도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을 하지 않은 거래 2,420건도 적발했다. 적발된 2,420건의 거래는 △허위로 거래신고했거나(3,000만원 이하 과태료) △계약 해제 후 해제신고를 하지 않았거나(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정상거래 후 등기신청만 하지 않은 경우(취득세 5배 이하의 과태료)로 구분할 수 있는데 3가지 모두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국토부는 허위신고 의심거래 2,420건, 법령위반 의심사례 69건을 경찰청에 수사의뢰하거나 국세청, 관할 지자체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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