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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과학] 수영, 저항 적은 중앙레인 유리…'카본 신발' 육상메달 휩쓸어

양궁 AI 기반 안면인식 기술로

선수 심박수 측정해 전략 세워

육상, 신발 밑에 탄소섬유판 장착

스프링 역할해 '기술도핑' 논란도

배구도 서브 넣고 볼도 띄워주는

AI 로봇 개발해 동반 훈련 필요





“세계적 강팀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유자재로 서브를 넣고 볼도 띄워 주는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을 개발해 같이 훈련하면 어떨까.”

김연경 선수가 나선 우리 여자 배구팀이 똘똘 뭉쳐 최근 도쿄 올림픽에서 터키와 일본 등 배구 강국을 물리치고 ‘올림픽 4강’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브라질과의 준결승전부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마음에 든 느낌이다. 상대편의 강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고 세터도 볼을 자유자재로 뿌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올림픽의 과학기술화를 적극 추진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올림픽 종목들에는 어떤 과학기술 원리가 담겨 있을까.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에서 3관왕을 한 안산 선수.


<양궁>

우선 과학 훈련 하면 메달밭인 양궁을 꼽을 수 있다.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훈련장에서 선수들은 70m 거리의 과녁을 쏠 때 AI 얼굴 인식 알고리즘으로 심박수와 점수가 화면에 표시된다. 헤드셋을 쓰고 활 시위를 당겨 뇌파를 측정해 집중력 수치도 잰다. 활을 쏠 때 일부러 소음을 내거나 바닷바람이 부는 섬을 활용하기도 한다. 담력을 키우기 위해 전차 사격훈련을 하거나 11m 다이빙 훈련도 한다. 경기할 때 우리 선수들의 심박수가 유독 낮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 모양에 딱 맞춘 그립을 만든다든지, 장비의 첨단화도 도움이 됐다.

활에 얽힌 과학 원리도 흥미롭다. 궁수가 시위를 당기면 자연스레 지면에 비해 약간 기울어져 있기 마련인데, 먼저 강한 힘을 받은 화살의 꼬리가 무게중심이 있는 머리를 앞서려고 하면서 흔들리게 된다. 이른바 ‘궁사의 패러독스’ 현상이다. 이때 화살 깃은 화살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안정적으로 날아가도록 해준다. 화살을 포물선을 그으며 쏘는 것은 농구나 투포환 종목 등도 그렇지만 중력을 고려해서다. 화살이 가장 많이 날아가는 각도는 42~43도로 높게 쏘는 것이라고 한다.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면 화살이 고점에서 하강하며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은 과거 중국에서 동이족(東夷族·동방에서 큰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 불릴 정도로 활쏘기의 달인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선조들의 이런 DNA를 물려 받았다. 우리 활은 각궁(角弓)이라고 해서 물소뿔, 대나무, 뽕나무, 참나무, 소 등의 힘줄, 민어의 부레, 자작나무 껍질, 명주실 등을 썼다. 각궁은 활 시위에는 탄성이 없고 활대의 탄성을 활용해 많이 휘는데 무려 천 보(약 500m)가량 나갔다고 한다. 양궁의 원조격인 영국의 활이 딱딱한 나무를 사용해 많이 휘면 부러지기 때문에 큰 힘을 내기 위해 궁수 키와 비슷할 정도로 컸던 것과 대조적이다.

도쿄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한 황선우 선수.


<수영>

도쿄 올림픽에서 황선우 선수가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수영에서는 과학 원리가 참 다양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마이클 펠프스 등이상어의 피부를 참고해 물이 흡수되지 않고 부력을 좋게 하고, 가볍고 저항이 적은 전신 수영복을 입고 메달을 휩쓸었다. 하지만 “기술적 도핑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 수영복은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금지됐다. 물론 이후에도 물의 저항을 줄여주는 전신 수영복을 입고 금메달을 딴 선수들도 있다.

수영의 자유형은 추진력의 75% 이상이 팔에서 나오고 발차기를 통해 수평을 유지하며 물의 저항력을 줄인다. 대체로 팔을 빨리 젓지만 팔을 천천히 젓는 영법이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과거 호주의 이언 소프는 다른 선수보다 세 배나 빨리 발차기를 하면서 양팔은 풍차처럼 아주 천천히 회전하는 영법을 선보여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수영을 할 때 중앙 레인에 자리하면 양옆의 선수들에게 물의 저항을 안겨줘 유리하다. 그만큼 양 끝 레인 선수들은 물이 수영장 벽을 맞고 되돌아와 저항을 받아 불리하다.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4위를 한 우상혁 선수.


<육상>

도쿄 올림픽에서 우상혁 선수가 2m 35㎝를 넘어 세계 4위를 한 육상 높이뛰기도 관심이다. 힘차게 달려 몸의 무게중심과 바(가로막대)의 간격이 가장 가까울 때 점프한 뒤 얼굴과 배가 하늘로 향하게 하고, 등을 활처럼 젖히고 허벅지와 종아리를 들어올려 넘는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이 방식은 미국의 딕 포스베리가 193㎝나 되는 큰 키에도 변변치 못한 성적을 거두다가 고민 끝에 패러다임을 바꾸며 대박을 쳤다. 그전까지는 얼굴을 앞으로 한 채 앞을 보고 도약해 몸을 옆으로 돌리며 바를 넘는 기술이 주를 이뤘다.

장대 높이뛰기도 있는데, 장대의 탄성을 활용해 운동에너지를 위치에너지와 탄성에너지의 합으로 전환한다. 장대는 나무→금속→유리섬유로 진화했는데, 선수들의 기록은 장대를 잡는 높이와 떼는 높이에 달려 있다.

달리기에서는 단거리와 마라톤 선수들의 주안점이 다르다. 100m 선수들은 짧은 시간 큰 힘을 내기 위해 강한 근육을 만들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데 비해 마라톤 선수들은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유산소운동을 많이 한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스프링 역할을 하는 탄소섬유판을 장착한 운동화를 신은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내며 기술 도핑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육상의 전설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기능성 운동화를 신지 않는 선수들에게 점점 불공정한 환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여자도마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여서정 선수.


<체조 도마>

아버지에 이어 올림픽 메달을 딴 여서정 선수가 활약한 체조 도마에 담긴 과학 원리도 재미있다. 이 종목은 선수가 힘차게 달려 디딤판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오른 뒤 도마에 손을 얹고 거꾸로 솟구쳐 회전한 뒤 착지하는 것을 겨룬다. 회전하며 내려올 때 팔을 딱 붙이는 것은 회전 반경을 작게 해 회전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착지할 때는 보통 귀의 안쪽 반고리관 속의 림프액도 같이 회전해서 감각세포가 회전하며 균형을 잃게 되는데, 선수들은 회전할 때 시선을 고정시켜 균형을 잃지 않고 원하는 곳에 착지하려고 하나 대체로 자연스레 눈을 감는 경우가 많다. 수영의 다이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착지할 때는 체중의 8~10배에 달하는 충격이 근육에 미치게 되는데 두꺼운 매트에 착지하고 유연성과 근력을 키워야 관절에 미치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사람은 고양이처럼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충격을 분산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여자골프에서 우승한 미국의 넬리 코다 선수.


<골프>

매일 18홀씩 나흘을 돌아 가장 적은 타수를 기록한 선수가 우승하는 골프에도 과학 원리가 많다.

합성고무와 플라스틱 등 화학물질로 만드는 골프공은 무게가 45.93g에 직경은 4.267㎝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이는 질량이 무거울수록 운동량이 증가하고 직경이 작을수록 공기의 저항이 줄어 비거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골프공은 탄성이 세 카트 도로에 맞으면 많이 튄다. 특히 골프공에는 분화구처럼 움푹 들어간 딤플이 300여 개나 되는데 공이 백스핀을 먹으며 날아갈 때 공기가 딤플로 모이면서 볼을 더 높이 뜨고 더 멀리 나가게 한다. 골프에서는 프로야구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금지하는 것과 달리 골프채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다. 골프는 머리를 고정한 채 몸을 꼬은 뒤 그 힘으로 골프채를 던지듯이 치는 게 노하우다.

김형숙 한양대 인텔리전스컴퓨팅학부 심리뇌과학과 교수는 “올림픽 스포츠에는 빅데이터 분석부터 AI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훈련이라든지 각종 장비의 첨단화, 심리학 등 인문·사회과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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