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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빚투'에 개미도 힘빠져…코스피 2,800선 추락하나

[짙어진 S의 공포-삼천피 붕괴] 미·중發 복합악재 휩싸인 증시

치솟는 유가·금리에 美부채·G2갈등까지...도미노 악재 덮쳐

美 의회 부채한도 협상 돌파구 마련 못해...디폴트 우려 고조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공급망 난맥 등 겹쳐 기업 실적도 암운





코로나19 이후 거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쌓아올린 ‘코스피 3,000’이 결국 힘없이 무너졌다. 미국의 부채 한도 조정 협상 교착이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난맥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마저 덮쳤다. 물가 상승으로 선진국이 시행해온 막대한 돈 풀기를 멈춰야 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기업 실적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다시 가열되면서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지렛대 역할을 해온 개인투자자들의 무리한 ‘빚투(빚내서 투자)’ 여파로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정이 길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증시가 2,8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9% 내린 2,962.17로 마감하며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 넘게 급락하며 2만 8,000선이 무너졌다.

전일 미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2% 넘게 빠진 것을 비롯해 3대 지수가 모두 급락한 여파가 아시아 증시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증시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것은 미 의회가 부채 한도 협상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다. 미 연방정부 국가 부채는 지난 9월 중순 기준 28조 4,000억 달러를 초과했다. 법정 한도인 22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미 재무부는 오는 18일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야당인 공화당과 부채 한도를 높이려는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직면한 상태다. 미 재무부가 부채 한도 상향이나 유예 시한을 18일로 못 박고 있어 그때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말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국가 부채 한도 증액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18일쯤 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채 한도 협상을 둘러싼 정치 불협화음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10월 18일로 시한이 설정된 만큼 시장 참여자들은 만에 하나 타결되지 못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을 주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그린플레이션’도 지속적으로 금융시장을 옥죄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3% 오른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82달러로 201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다. 23개 에너지·금속·곡물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의 상품 스폿지수는 이날 1.1% 올라 2011년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상승 원인인 인력 부족과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의 비용 증가를 불러와 기업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된다. 비용 상승을 소비자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만약 소비자가격에 전가되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우려도 제기된다.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 등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시행해온 막대한 돈 풀기를 멈춰야 할 시점이 바짝 다가왔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초저금리로 풀린 돈이 말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우려는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렸다. 4일(현지 시간)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1.5% 오른 1.488%에 거래를 마쳤다. 국채금리 상승은 시중금리와 회사채 금리 등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자금 조달이 많은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치명적이다. 이날 테크주가 많은 나스닥지수의 하락 폭이 우량주 위주의 다우평균보다 훨씬 컸던 배경인 셈이다. 이의 영향으로 이날 애플(-2.46%), 엔비디아(-4.87%), 아마존(-2.85%), 마이크로소프트(-2.07%)의 주가가 급락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글로벌 기술주를 비롯해 한국 시총 상위 10위 대형주들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소강 국면이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점화될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 미국의 통상정책을 책임지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 중국에 1단계 미중 무역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또 1단계 합의에는 빠졌던 중국의 국가중심주의, 비(非)시장주의 무역 관행을 겨냥한 공세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에 불거졌던 G2 간의 갈등은 전 세계 경제의 변동성을 높였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공급망이 타격을 입으면서 글로벌 공급 난맥이 형성됐다.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기세가 꺾여 수급이 예전처럼 강력하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다. 이른바 ‘빚투’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변동성 장세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 융자를 모두 합친 규모는 24조 8,393억 원이다. 문제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했다 되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 매도당하는 ‘반대매매’다.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 주식이 급락할 경우 보유분을 모두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겹악재에 국내 증시의 조정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이 상승 방향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하락 시 코스피 하단을 2,800선 부근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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