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쓰레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들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쓰는 만큼 버리고 처리하는 일 또한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며 폐기물 산업이 ‘알짜’로 주목받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폐기물 업체들의 주가는 크게 뛰고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관련 기업의 몸값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는 2018년 16조 7,000억 원에서 올해 19조 4,000억 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5년 23조 7,000억 원으로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시장이 성장하는 건 기본적으로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폐기물 배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의 경우 전 세계 폐기물 발생량이 2016년 20억 2,000만톤에서 2030년 26억 톤으로 늘어 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회용 마스크·장갑, 플라스틱 등까지 쏟아지는 상황까지 겹쳤다. 이런 가운데 처리 비용이 늘어나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한국폐기물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폐기물 매립 단가는 연 평균 15%, 소각 단가는 연 평균 9%씩 올랐다.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 또한 폐기물 산업을 주목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생산-소비-폐기’의 구도를 이루는 기존 선형경제와 대립하는 순환경제에서는 재활용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에 여러 폐자원들을 다시 쓰고 처리하는 사업들이 관심을 받는다.
달라진 분위기에 관련 기업들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몸값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가령 코스닥에 상장된 인선이엔티의 시가총액은 1년 전 3,600억 원에서 올해 6,00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미국 최대 폐기물 관리 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도 올 들어 주가가 30% 넘게 뛰었다.
관련 기업을 둘러싼 M&A 시장의 열기도 가열되는 모습이다. 굵직한 기업들이 M&A를 진행하며 폐기물 산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잇따르면서다. 가령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충청권 폐기물 소각 처리업체인 클렌코·대원그린에너지·새한환경·디디에스 등 4개 기업 주식 전량을 인수했다.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산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부건설도 2019년 건설 폐기물 중간 처리 전문 회사에 투자한 데 이어 작년엔 아예 폐기물 처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동부엔텍’을 설립했다.
폐기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단순 일회성에 그치지는 건 아니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한 모습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경산업은 순환경제와 ESG 경영의 관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M&A 시장도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며 “대부분 기업들은 2025년을 저탄소 경영의 의미 있는 기준점으로 삼고 있어 향후 2~3년 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