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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A급 기업도 10년물 '0'…금리 더 주고 1년짜리 CP 의존

■장기 회사채시장도 한파…미래 성장·투자 계획 차질

미래에셋·SK매직 5년물 발행 막혀 3년물로만 조달

올 기업 신용등급 하향도 줄이어 회사채 투심 싸늘

"연내 상황 반전 어렵다"…발행 계획 연기도 수두룩





기업들이 신규 투자 및 미래 성장 자금을 확보하는 창구인 장기 회사채(만기 7년 이상) 발행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올 들어 7년 이상 장기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 22일까지 75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 6800억 원)에 비해 1조 원 가까이 감소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 등급이 투자 적격에서도 높은 편인 A급 회사들조차 올 들어 10년물 발행이 전무한 상황이고 대기업 계열사도 고금리를 감수하며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상환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내내 금리가 오르며 채권 값이 떨어질 가능성에 기업들은 연내 회사채 시장의 반전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투자 계획의 연기나 철회를 검토하는 모습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AA)은 이달 초 3·5년 만기로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5년물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3년 만기 자금 2000억 원만을 조달하기로 했다. SK매직(A+) 역시 5년물 발행을 계획했지만 시장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전액 3년물로 선회했다.

올 들어 만기 7년·10년 등의 장기물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도 KT(AAA), SK(AA+) 등 초우량 기업에 그치고 A급 대기업들조차 10년물 발행에는 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려 해도 2~3년마다 회사채 상환 시기가 돌아오며 금리 변동성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IB 업계의 한 기업금융 담당자는 “사업 안정성을 고려해 투자 자금을 장기로 확보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시장에 수요가 없다”면서 “금리를 높여 (장기물을) 발행하려 해도 쉽지 않으니 발행 계획을 일단 연기하는 곳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조달 자금의 만기는 짧아지는데 금리는 오르는 추세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채권 값이 향후 더 떨어질 것에 대비해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만 회사채를 사겠다는 수요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가격은 떨어진다.

공모 회사채 금리는 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분석·평가한 기업의 금리에 투자자들이 제시한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해 정해진다. 통상 1~2월은 회사채 매입 수요가 많아 ‘연초 효과’가 나타나지만 올 들어 회사채 시장의 평균 발행 스프레드는 4.7bp로 지난해(-14.5bp)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실제 지난해 2월 5년 만기 회사채 1500억 원어치를 1.634%의 금리에 발행한 현대트랜시스(AA-)는 올해 400억 원을 3.027%에 조달했다. 한화건설(A-) 역시 지난해 1200억 원을 2.17%에 확보했지만 올해는 66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3.72%에 발행했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CP 등 단기자금 시장을 찾는 기업도 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달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200억 원을 16일 2년 만기 CP를 발행해 갚았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A-) 역시 21일 400억 원의1년 만기 CP를 연 3%에 발행해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 두 회사 모두 조달 금리는 지난해에 비해 1%포인트 이상 올랐다.

회사채 시장 상황이 연내 쉽사리 반전되기 어렵다는 관측은 기업들을 한층 옥죄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2년물 회사채조차 기관들이 외면하는가 하면 연내 상환될 초단기 채권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펀드매니저는 “올해 회사채 투자는 갈수록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어 초단기물만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선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신용평가사들이 대기업의 신용 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는 실정이다. 올 들어 롯데쇼핑과 디티알오토모티브·HDC현대산업개발·대성엘텍·일동제약·SK지오센트릭 등의 신용 등급이 한 계단 이상 떨어졌다.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 환경이 급변해 기업들의 차입 부담 등 재무 여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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