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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무안 개점휴업 수두룩한데…경북·가덕도 등 공항 7개 또 약속 [공약, 거품을 걷어내라]

< 3 > SOC공약 옥석가리기 필수… '지역균형발전' 이라는 착각

이용률 1%도 안되는 애물단지 지방공항만 이미 5곳

'교통 인프라=지역경제 발전' 공식 더는 안통하는데

선거 때마다 표심 의식…명분만 앞세워 무조건 수용

"비현실적 공약은 포기하고 국민에 솔직히 밝히는 용기를"





가덕도신공항 조기 건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조기 건설, 도심 광주공항 이전 추진, 서산민항(충남공항) 건설, 제주 제2공항 조속 착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공항 관련 공약들이다.

‘청주국제공항 거점공항 육성’, ‘무안국제공항 관문공항 육성’까지 합하면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공약 중 공항 관련은 7개나 된다. 선거 때마다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이 남발되면서 지역별 ‘공항 나눠 먹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방 공항의 이용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활주로 활용률이 1%도 되지 않는 지방 공항이 5곳이나 있다. 원주(0.1%, 2020년 기준), 사천(0.2%), 군산(0.3%), 포항(0.3%), 무안공항(0.6%) 등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원주공항 여객터미널은 연간 28만 명을 수용할 수 있게 설계됐지만 일 평균 이용객이 50명꼴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용률이 낮은 지역 공항들은 매년 수십억 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포항공항의 경우 적자가 100억 원에 이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공항이 건설됐지만 수요가 부족해 관리 비용만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SOC 공약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은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처럼 광주와 전남 영암을 연결하는 ‘초(超)고속도로’를 만들고 전북에는 전주와 경북 김천을 잇는 동서횡단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만들어 인구를 늘릴 수 있었던 1970~1980년대와 달리 전국 시군구의 46%가 30년 내 소멸 위험에 처한 현재 인프라와 지역 경제 발전의 상관성은 높지 않다. 이세진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장은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은 단순히 건설해놓기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유지·관리 비용이 수반된다”며 “과거 사례에서 보듯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수요가 확보되지 않으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경인선 철도(구로~인천역) 지하화 등도 약속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수도권 전철 1호선 동인천역~구로역 구간 2개 복선 철로를 지하화해 상부 공간을 개발한다는 구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7조 원에 달하는 비용과 낮은 경제성, 공사 기간 대체 교통수단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무산됐다. 경부선 철도(당정~서울역 구간) 지하화도 부산 지역의 숙원 사업이지만 관련 용역에서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단골 SOC 공약인 GTX도 현실성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힘은 GTX 노선 연장과 신설에 드는 재원을 총 17조 64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3조~4조 원을 국비로 지원하고 나머지를 민자 유치와 역세권 개발 수익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나눠먹기 식으로 GTX 공약이 제시되며 민자를 유치할 만큼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졌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전문가들은 GTX-E와 GTX-F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 교수는 “강북선인 GTX-E와 순환선인 GTX-F 노선의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GTX-E의 경우 인구가 적은 수도권 북부를 주로 지나고 GTX-F는 수도권 외곽을 이어 서울 도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GTX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으로 기존 철도망을 활용하면 사업비는 줄일 수 있지만 다른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고 전용 선로를 이용하는 GTX 열차 대비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GTX가 오히려 수도권 집값만 높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수도권 교통 환경 개선은 필요하지만 서울과의 접근성이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GTX로 가격 상승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집값 기대심리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GTX 등 SOC 공약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인수위원 구성 등을 보면 대선 이후 SOC 공약의 추진 동력은 이미 많이 떨어졌다고 간주된다”며 “국민에게 솔직하게 달성이 버거운 공약, 현실적이지 못한 공약은 포기하겠다고 밝히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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