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새롭다’라는 말은 좋은 것 같아요. 저한테서 새로운 걸 발견했다는 말이잖아요.”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와 분위기로 변신해 ‘뉴페이스’라고 불릴 때가 많은 배우. 주연이든, 조연이든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가 닿는 연기를 보여주려 책임감 갖고 노력을 더하는 배우. 올해 드라마 ‘닥터로이어’와 영화 ‘파로호’, 쿠팡플레이 시트콤 ‘유니콘’ 등 TV, 스크린, OTT를 종횡무진하며 저마다 색다르고 인상깊은 연기를 남긴 배우 김대건. 그가 이번에는 심리 미스터리 추적극 ‘주연’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을 이뤄냈다.
영화 ‘주연’(감독 송원준 / 공동제공·배급 (주)마노엔터테인먼트)은 시체 한 구가 동네에서 발견된 뒤 동생 '주연(민도희)'이 갑자기 사라지자 오빠 '주혁(김대건)'이 찾아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혁은 실종된 동생을 추적하다 몰랐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김대건은 미스터리 장르 속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와 꿈이 좌절된 현실을 살아가다 마침내 터뜨리는 감정을 몰입감있게 표현해냈다. 영화 개봉 당일인 지난달 29일 배급사 사무실에서 김대건 배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주혁 시점으로 가는 영화다 보니 욕심이 갔지만 부담감도 앞섰어요. 시사회 날에도 온전하게 감상할 순 없었습니다. 어떻게 봐주실 지 걱정이 돼서요. 개봉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렇게 개봉하게 돼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김대건이 분한 주혁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다 만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래서 더욱 욕심이 났다고. 송원준 감독의 전작인 <파장동>과 <전기기능사>를 보고나니 확신도 들었다.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가야하는 역할이다보니 고민을 많이 해야했고, 배우로서는 큰 도전이자 숙제같던 영화였다고. 그래도 현장에서만큼은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즐겁게 촬영했다. 지난 겨울 촬영 도중 갑자기 함박눈이 내렸던 일도 추억으로 남았다.
“그 회차에 잡힌 촬영은 그 회차에 완수해야 했어요. 클라이막스 씬인 부모님과의 다툼도 3회차에 미리 찍어두고 나중에 퍼즐을 맞춰나가야 했죠. 겨울 촬영이다보니 날씨적으로 힘든 것도 있었지만, 촬영장에 갑자기 눈이 내려서 추억이 되기도 했어요. 그 장면이 영화 속에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주혁은 극 초반 여동생 주연과 친남매 케미를 보여준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난 민도희 배우와는 대본 리딩 때부터 서로 의지가 많이 됐다고. 외동인 김대건은 현실 남매를 사실감있게 전하기 위해 실제 친오빠가 있는 민도희와 의견을 조율하고 촬영장에서도 아이디어를 서로 보탰다. 그 밖에도 자신이 맡은 주혁이란 캐릭터를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위해 겉모습부터 내면까지 자신이 생각한대로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주혁이란 역할은 먼저 뭔가 표현해내는 역할이 아니에요. 관객들도 주혁과 함께 정보를 듣게 되면서 극이 진행되는데, 자칫 제가 더 표현을 해버리면 관객들이 느끼는 것까지 차단시킬 것 같았죠. 관객들과 같이 호흡을 느끼려고 노력했어요.”
김대건의 장점은 맡는 작품마다 캐릭터에 맞는 옷을 정확하게 입고 나온다는 점이다. 그는 최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트콤 '유니콘'에서 MZ세대를 대표하는 천재 개발자 직원 '강휘'로 완벽 변신해 웃음을 선사했다. 드라마 ‘닥터로이어’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위험을 무릅쓰는 '도진우'를 흡인력 있게 그려내 큰 인상을 남겼다. 올 여름 개봉한 영화 '파로호'에서는 의문스러운 청년 '호승' 역을 맡아 서늘한 긴장감을 불어 넣기도 했다. 2020년 KBS 드라마 스페셜 ‘나의 가해자에게’에서는 과거 학교폭력을 당한 뒤 다시 학교폭력과 마주하는 기간제 교사 ‘송건우’ 역으로 분해 탄탄한 연기력을 호평받았다.
각 캐릭터가 주는 분위기가 워낙 다르다보니 같은 배우임을 몰랐던 이도 많다고. 거기에는 캐릭터를 향한 김대건의 디테일한 고민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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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는 역할마다 차이점을 두려고 해요. 연기적으로 투박하게 차이를 두기 보다는 우선 외적인 스타일링이나 머리스타일까지 생각하는 편이에요. ‘파로호’에서는 원래 대본 상 짧은 머리스타일이었지만, 캐릭터가 행동적인 게 많다보니 레이어 진 긴 머리가 좋을 것 같아 감독님께 어필했었죠. ‘닥터로이어’ 때 탈색은 제 의지가 아니었지만요(웃음). 그외에는 사람 김대건이 그 상황에 처할 때 하는 걸 최대한 연기로 구사하려고 해요.”
김대건은 19살 때 연기를 처음 시작해 어느덧 올해 30살의 배우가 됐다. 2020년 영화 ‘호흡’(권만기 감독)으로 신인남자연기상을 수상한 이래 좋은 작품들의 러브콜이 이어져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올 겨울에도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다. 쉴 때는 걷는 걸 좋아해서 하루 1만보씩 걷는다고.
“딥해질 수 있는 생각도 걸으면서 밖으로 배출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안 좋은 생각은 걸으면서 바닥에 찍어 남겨두는 느낌이에요. 20대 때는 ‘나는 왜 빨리 갈 수 없지’라며 요동치는 감정이었다면. 지금 돌이켜보면 큰 도약은 없어도 한 계단, 한 계단 나아가고있다는 생각입니다. 어디든 한발자국씩 내딛자, 그런 속도감이 지금은 나쁘지 않더라고요.”
영화 ‘주연’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까운 사람의 내면을 깨닫게되는 이야기로, 상대에 대해 쉽게 가지는 선입견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처럼, 다른 사람은 모르는 자신만의 모습이 무엇인지 농담처럼 묻자 다시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누구나 다 그런 모습이 있을 거예요. 그렇다보니 표면만 보고 ‘이런 사람이야’ 라고 단정짓는 것도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주연이에게는 우리가 들을려고만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은 사람이라고들 많이 말하는데,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는 내 속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팬들 역시 김대건 배우의 겉모습 일부분만을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배우 자체를 좋아해주는 게 크다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좋은 연기로 보답하는 것만이 정답이라면서, 아직 보여줄 게 많은 그는 ‘유니콘 시즌2’와 함께 <화양연화>나 <헤어질 결심>같은 진하고 딥한 멜로까지 해보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내비치기도 했다. 팬클럽 이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지인이 ‘건대입구’에서 착안해 ‘대건입구, 출구없음’이라고 추천해줬다고. 그말대로 배우 김대건의 목표는 ‘출구없는 배우’가 되는 것일지도.
“일상생활에서 행하고 말하고 살아가는 게 연기에 다 묻어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잘 살아가려고 합니다.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그게 또 작품에 보여지고. 일을 하면서 우여곡절 있더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내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사는 게 배우이자 사람 김대건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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