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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외설…금기의 경계를 묻다

◆ 에프레미디스, 로젠버그 개인전

왼쪽 조각상, 오른쪽엔 나체사진

렌티큘러 렌즈로 극단 이미지 대조

관객들에 금기 넘나드는 경험 선사







이탈리아에서나 볼 법한 고대 시대의 조각상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평범한 사진이라 생각하고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관람객은 “오!”하고 놀라며 다시 반대편으로 향한다. 작품의 왼쪽에 서면 유럽의 대형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고대 남성의 조각상 사진이 나타난다. 하지만 오른쪽에 서면 작품은 실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현대 남성의 나체 사진으로 바뀐다.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렌티큘러’기법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 뉴욕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아우라 로젠버그(Aura Rosenberg)의 작품이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독일계 갤러리 에프레미디스는 이달 28일까지 아우라 로젠버그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갤러리는 지난 9월 열린 같은 작가의 개인전이 큰 호응을 얻자 2부를 기획했다.



74세 여류작가 로젠버그는 오랜 시간 이미지를 통해 역사, 정체성, 가족, 젠더 등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에 질문을 제기해 왔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박물관부터 프랑스의 루마 재단까지 유수의 기관이 그의 작품이 갖는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유다. 작가는 지난 2018년부터 렌티큘러 렌즈로 촬영한 작품을 선보이며 극단의 두 가지 이미지를 대조하는 작업을 해 왔다. 렌티큘러는 쉽게 말하면 ‘양면 볼록렌즈’다. 가늘고 긴 원통형 볼록 렌즈를 나열해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나타나도록 하는 제작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의 초기 단계에 널리 활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조 화폐를 찾는 도구로 활용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미국 뉴욕에서 직접 촬영한 조각상 사진이 온라인에서 찾은 포르노그래피 이미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1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미 오래 전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극도로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조각상 사진을 촬영한다. 이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미 찍은 조각상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있는 디지털 포르노그래피 이미지를 찾아내 결합한다. 한 쪽 손을 들고 있는 조각상이 포르노그래피 속 남성 혹은 여성으로 바뀌는 데는 0.1초도 걸리지 않는다. 관객이 렌즈를 통해 금기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체험을 하는 셈이다.

전시된 작품 중 폴린 보나파르트(나폴레옹의 여동생)를 아프로디테로 형상화 한 조각인 비너스 빅트릭스(Venus Victrix)를 보자.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성적인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이러한 표현은 19세기 초 이탈리아에서는 금기로 여겨졌지만 금기와 열망, 타락 등을 다루는 낭만주의 시대에는 허용됐다. 이 조각상은 당시의 도덕적 규범과 사회적 행동 패턴에 대한 반발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도 이 작품의 성적인 표현력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작가는 이 조각상에 포르노그래피를 결합한다. 현대의 포르노그래피는 예술로 여겨지지 않는다. 작가는 렌티큘러 렌즈를 통해 나체의 조각상에서 발견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의 포르노그래피를 대조하고 관객에게 에로티시즘과 미술의 경계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전시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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