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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도 아닌데 30년 근속자에 퇴직금 8억 챙겨줘 화제됐던 '이 회사' 내홍 무슨 일?

15일 주총 앞둔 유한양행, 28년 만에 회장직 신설 놓고 내분

그동안 회장직은 유일한 박사와 그의 측근인 연만희 고문만 수행

‘유일한 박사 지우기’ 논란에 유일한 직계 손녀 美서 급거 귀국

직원들 "특정인 위한 회장 신설안…회사 사유화 움직임" 주장

사측 "글로벌 제약사로 나가기 위해 직급 유연화하려는 것" 반박

유한양행 본사 전경과 유한양행의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 사진=유한양행 홈페이지




임원까지 승진하지 못해도 30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한 직원에게 8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특히 화제가 됐던 유한양행(000100)이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 지우기’ 논란에 휩싸였다. 28년 만에 회장직을 신설하려는 사측의 움직임에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유일한 박사의 유일한 직계 후손인 유일링 유학학원 이사가 급히 입국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제약 업체인 유한양행이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해 회장과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려는 회사 방침에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 경영진이 신규 직제를 이용해 회사를 사유화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본사 앞에서 트럭을 동원한 시위까지 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회장·부회장직 신설은 회사 성장에 따른 조치일 뿐, 특정인을 선임할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일한 박사의 유일한 직계 후손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 사진=유한학원


이러한 가운데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의 하나뿐인 직계 후손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는 13일 “유한양행이 할아버지의 창립 원칙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좋은 기업 지배 구조의 빛나는 예시였던 회사가 직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유 이사는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최근 귀국했다. 유일한 박사의 사회 환원과 선구적인 전문 경영진 체제 도입으로 한때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혔다.

사측은 28년 만에 회장직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1926년 창립한 유한양행 역사에서 회장에 올랐던 사람은 유일한 박사와 그의 측근인 연만희 고문 등 두 명뿐이었고 연 고문이 회장에서 물러난 것은 1996년으로 28년 전이었다. 회장과 부회장직이 정관에 명시된 적도 없었다. 정관 개정에 반대하는 직원들은 이정희 현 이사회 의장이 회장직에 앉기 위해 직제를 신설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장은 지난 2015년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해 연임에 성공, 6년간 유한양행 사장을 역임한 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이전 대표들은 사장 임기가 끝나면 모두 은퇴했다.

지난 11일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53주기가 되는 날,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회장직 신설 등을 반대한다는 뜻을 알리기 위해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트럭시위’를 벌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나 유한양행 측은 특정인을 위한 직제 개편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유한양행 측은 “글로벌 제약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직급을 유연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특정 인물을 선임할 계획이 전혀 없고, 주총에서도 직제만 개편할 뿐 회장 선임은 예정되어 있지 않아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공석일 것”이라고 했다.

유일링 이사는 회사 입장에 대해 “공석으로 남길 자리라면 왜 만드느냐”며 “회장직 신설은 ‘기업은 사회와 직원의 것’이라던 할아버지 유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회사 방침에 반대하는 직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유한양행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트럭은 직원들의 익명 모금으로 마련했는데 전 직원의 6분의 1인 300여 명이 모금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매출 2조도 안 되는 회사에 의장·사장 두 명과 부사장 여섯, 수십 명의 임원이 있는 지금 구조도 이미 지나치다”고 했다.



한편 최근 유한양행이 30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한 직원에게 8억여 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화제가 됐다. 임원 승진을 하지 못해도 거액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30년을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명예퇴직한 A 전 유한양행 부장은 작년 보수로 총 10억1100만원을 받았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의 연봉(10억89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병만 부사장의 연봉(6억2000만원)보다는 5억원 많다.

A 전 부장은 유한양행에서 30년 6개월간 일하고 명예퇴직했다. 근로소득을 제외한 퇴직금만 8억5700만원을 받아 보수가 껑충 뛰었다. 퇴직위로금만 3억2700만원에 달했다. A 전 부장의 보수 지급 명세를 보면 급여 1억1400만원, 상여 1500만원, 기타 근로소득 2500만원, 퇴직소득 8억5700만원 등이다.

A 전 부장이 작년 수령한 10억1100만원은 서울 웬만한 아파트값 수준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9억5500만원이다. 강남 11개구의 중위가격은 11억7167만원을 기록했다. 중위 가격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나열하고 중위(50%)에 있는 가격을 산출한 수치다.

현행 공시 기준에 따라 상장사는 5억원 이상 연봉 상위 5명의 이름, 직위, 보수총액 등을 기재해야 한다. 이에 따라 A 전 부장과 함께 명예퇴직한 직원들의 보수도 공개됐다. 공시에 따르면 B 전 부장, C 전 부장, D 전 과장도 각각 7억~8억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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