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관리(DR)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그리드위즈가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주가매출비율(PSR) 비교 방식을 사용하면서 몸값을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무적으로 외형 차이가 큰 해외 기업들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기 때문인데, 그리드위즈는 공모가 할인율을 높여 고평가 부담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16일 그리드위즈가 코스닥 상장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그리드위즈는 자사의 공모가 할인 전 기업가치를 5884억 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 코스닥 IPO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리드위즈는 비교 기업의 PSR 평균인 4.46배에 지난해 매출 1319억 원을 곱해 이 같은 몸값을 도출해냈다.
PSR은 기업의 주가가 주당매출액(SPS)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IPO 과정에서 PSR 비교 방식은 주가수익비율(PER) 비교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적자 기업들이 사용한다. 기업이 현재 이익을 내지 않고 있더라도 해당 산업의 미래 높은 성장성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IPO 시장에서는 케이카(381970)·블루엠텍(439580)·셀리버리(268600) 등 PSR 비교 방식을 활용한 기업이 나올 때마다 고평가 논란이 일어왔다.
그리드위즈는 지난해 순이익 42억 원을 기록했음에도 PER이 아닌 PSR 비교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몸집이 크게 차이 나는 기업들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미국의 이턴코퍼레이션(ETN), 엔페이즈에너지(ENPH), 네덜란드의 알펜(ALFEN) 등 3개 사다. 이 중 이턴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만 약 30조 3000억여 원인 글로벌 기업이다. 엔페이즈에너지와 알펜의 매출 역시 각각 약 3조 원, 7000억 원으로 그리드위즈와는 차이가 크다.
비교적 매출이 작은 알펜의 PSR이 1.53배지만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이턴코퍼레이션과 엔페이즈에너지의 PSR이 각각 5.32배, 6.54배에 달해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그리드위즈는 신고서에서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낮은 비교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기술력 인정 혹은 에너지 시장 내 확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DR 기업의 국내 상장 전례가 없어 해외에서 비교 기업을 찾을 수밖에 없더라도 PSR이 기업 비교를 위한 지표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코스닥 IPO를 진행 중인 노브랜드의 증권 신고서에는 “PSR이 적합한 투자 지표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비교 기업 간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유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그리드위즈의 순이익률이 3.15%였던 반면 이턴코퍼레이션과 엔페이즈에너지의 순이익률은 각각 13.87%, 19.16%에 달했다.
주목할 대목은 그리드위즈와 노브랜드의 상장 주관사가 모두 삼성증권(016360)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중소형사의 증권 신고서 작성은 IPO 경험이 풍부한 증권사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 상장 주관사마저 기업가치 비교 지표를 선택함에 있어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증권은 공모액의 3.8%를 인수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그리드위즈가 PSR 비교 방식을 적용한 데는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당시 인정 받은 약 1500억 원의 기업가치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한 비교 기업의 평균 PER은 34배다. 이를 그리드위즈에 적용해 구한 기업가치는 약 1426억 원이다. PER 비교 방식으로는 발행사와 재무적투자자들이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듯 그리드위즈는 공모가 할인율을 43.11~51.65%로 제시했다. 2021년 이후 일반 상장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들의 공모가 할인율 평균(22.55~34.11%)보다 큰 폭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공모 흥행에는 성공할 것”이라면서도 “PSR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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