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는 (배달플랫폼이 제공한 시스템에 따라) 휴대폰 화면에 뜬 주문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수락해야 합니다. 운전 중에도 주문을 받기 위해 휴대폰을 봐야 하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주문요청, 내용보기, 수락을 할 때 (휴대폰을 보지 않도록) 음성 인식이 되도록 하면 안될까요."
전주에 사는 김 모씨가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연 노동현장 민생토론회에서 한 호소다. 그는 웹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코로나19 사태 때 배달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배달일을 하다가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6개월 간 산재 요양·치료를 받았다. 그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새 직장을 얻었다. 하지만 그가 민생토론회에 참여할 용기를 낸 것은 남편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남편도 며칠 전 배달 일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8주 진단을 받았다”며 “남편까지 배달 일을 하다가 다쳐 산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배달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울먹였다.
부부배달원의 호소가 고용노동부의 대책이 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을 열고 한 언론 매체의 배달기사 발언에 관한 질문에 “음성인식은 좋은 아이디어다”라며 “4월부터 8월 말까지 실태조사와 연구 용역을 실시한다, 이를 토대로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배달기사로 대표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사고 위험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노동계에서는 업무 환경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년 6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8개 특고 업종 96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46.4시간이다. 이는 2022년 말 한국의 취업자 평균시간인 38.8시간을 10시간 가까이 웃돈다.
이들은 근로시간이 길다 보니 제대로 휴식을 못하고 있다. 식사시간은 평균 0.6시간을 기록했다. 택배기사의 경우 0.2시간에 불과했다. 심지어 28.1%는 '식사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온전한 휴식시간도 0.4시간에 그쳤다. 46.1%는 '휴식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문제는 임금 수준이 이처럼 열악한 근로여건을 상쇄할 만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월 평균 수입은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5540원이다. 이는 2022년 8월 기준 정규직 노동자 시급 2만1188원과 작년 6월 전체 임금근로자 시급 2만2651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고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일을 더 늘리고 이론 인한 휴식 부족으로 다시 사고 위험성이 높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