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알리·테무 등 해외 쇼핑 플랫폼에서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이 없는 유모차 등을 살 수 없게 된다. 현재 150달러 이하 소액 물품은 관세 등 세금을 내지 않고 직접 구매(직구)를 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개편 여부가 검토된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16일 인천공항본부 세관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80개 품목에 KC인증이 없다면 직구가 원천 금지되는 조치가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세부적으로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유모차, 장난감, 물놀이 기구, 어린이용 자전거 등 34개 품목이 대상이다. 또 화재·감전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 온수매트 등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도 KC인증이 없으면 직구를 할 수 없게 된다. 가습기용 소독제 등 12개 생활화학제품 역시 신고·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의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의 국내 반입도 차단한다. 화장품·위생용품은 사용 금지 원료를 사용했는지 등을 검사해 유해성이 확인되면 국내 반입을 차단한다. 카드뮴이 기준치의 최대 700배나 함유된 반지 등 장신구가 직구를 통해 국내로 들어와 논란이 된 가운데 장신구·방향제 등 생활화학제품의 실태 조사를 통해 기준치 초과 제품은 국내로 반입할 수 없게 할 방침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은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권리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물건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게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그 책무가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권리보다 더 크다고 보고 이번 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해외 플랫폼의 국내 대리인 지정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정된 대리인은 소비자 피해 구제를 담당하고 KC 미인증 제품 판매 정보 삭제, 불법 제품 유통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해소 등을 위해 소액 수입 물품 면세 제도 개편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150달러를 넘지 않는 소액 제품은 해외 직구 시 관세 등 세금이 면제된다. 이에 국내 영세 제조업자들은 국내 기업만 엄격한 국내 규제를 따라야 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소액 면세 제도가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 국내 경쟁을 촉진하는 순기능도 있으므로 제도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액 면세 제도 개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정부는 대형마트 새벽 배송 등의 유통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자정~오전 10시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어 새벽 배송이 불가능하다.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해외 쇼핑 플랫폼을 통해 국내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정부는 기업들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해 상반기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e커머스 업계는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KC인증이 없는 물품을 세관에서 걸러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실효성 있는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2차장은 “세관의 인력 및 조직 등을 보강하고 관련 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많이 KC인증이 없는 제품을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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