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양국 충돌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전면전이 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인데요. 중동 정세 악화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며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늘은 이스라엘-이란 충돌 문제를 에너지 측면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세계 최대 가스전 때린 이스라엘의 ‘의도’
우선 공습 첫날 핵 시설을 주로 노렸던 이스라엘은 이틀째인 14일(현지 시간)에는 에너지 시설로 공격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란 남부에 있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일부가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에 크게 훼손됐는데요. 이 가스전은 연간 생산량이 2750억 ㎥ 로 세계 가스 생산량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최대 규모입니다. 이란 측은 이번 공격으로 1200만 ㎥ 규모의 가스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테헤란 북서부 샤흐란 지역의 석유 저장고 역시 드론으로 공격해 큰 불이 났습니다.
이스라엘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공격에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먼저 사우스파르스는 이란과 카타르가 공동으로 가스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카타르(가 부르는 명칭은 북부 유전) 쪽에서 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7700만 ㎥ 가스가 수출되고 있지만 사우스파르스를 통해서는 수출이 불가능합니다. 이란이 서방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죠. 사우스파르스에서 생산되는 가스는 전량 이란 내수용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이스라엘이 이란 에너지에 피해를 입히면서도 글로벌 가스 시장이 입을 피해는 제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말씀드렸다시피 카타르와 바로 인접해 있는 에너지 시설을 타격함으로써 중동의 다른 나라에 대한 경고 성격이었다고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유가에는 ‘호러’
이란이 쥐고 있는 ‘에너지 카드’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현실화할 경우 매우 파괴적인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JP모건은 세계 석유 무역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을 막을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현재 70달러 선에서 최고 13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였던 2022년 3월 당시 유가가 130달러 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반격으로 이스라엘의 석유 정제소로 연결된 파이프라인과 송전선이 손상됐습니다. 이란이 이 시설을 표적 타격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스라엘의 에너지 인프라 역시 이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공습 직전 증산한 사우디, 트럼프가 압박했나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계속 격화할지, 아니면 극적인 해소 국면에 접어들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계속 외교적 해법을 통한 사태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비판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사전에 대비했다는 정황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데요. 한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기습 계획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하기도 했고요. F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 원유 생산을 늘린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사우디가 5월과 6월에 이어 7월에도 하루 41만 1000배럴 규모의 석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이 아니었나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공급을 미리 늘려놔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인한 유가 급등을 상쇄하려 했다는 것인데요. 비약의 소지가 크지만,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해왔던 것이 트럼프 대통령인 만큼 이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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