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개월째 떨어졌으나 대부분의 차주가 고정형 상품을 이용하면서 금리 하락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날 시중은행들은 5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하락을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렸다. 17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6개월)는 기존 연 4.09~5.49%에서 연 4.02~5.42%로, 우리은행은 연 4.01~5.51%에서 3.94~5.44%로 각각 0.07%포인트씩 하향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차주들은 이런 금리 하락세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은행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입자 중 89.5%(신규취급액 기준)가 고정형 상품에 가입했다. 코픽스 하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변동형 상품의 가입자는 10.5%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으나, 정작 소비자들은 5년 동안 금리가 정해진 고정형 상품을 선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금리 하락기엔 변동금리가 유리하다’는 통념을 깨고 고정형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건 낮은 금리 때문이다. 17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연 3.62~5.02%로 변동형(4.02~5.42%)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0.40%포인트 낮았다. 하나은행 경우에도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연 3.596 ~ 4.396%로, 변동형(4.014 ~ 4.814%)보다 낮았다.
이는 은행의 자본 조달 비용은 줄었지만 변동형 상품에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이 변동형에 적용하는 가산금리는 고정형보다 각각 0.62%포인트, 0.806%포인트가 높았다.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관리를 명분 삼아 고정형 상품을 장려하는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금리 변동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은행권에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상품 기준을 30%이상(잔액 기준)으로 높이라고 권고해 왔다. 또한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나타내면서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은행 모두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만드는 고정형 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며 “소비자로선 저렴한 고정형 상품에 가입한 뒤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살피며 저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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