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는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개선되면서 올해 3분기 1년 여 만에 영업이익 1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갤럭시 시리즈의 글로벌 판매량 호조가 이어지고 2나노(nm·10억분의 1m) 공정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600'도 곧 양산에 돌입하면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 주가 10만 원, ‘10만 전자’ 고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HBM4(6세대) 양산 체제 구축을 완료하고 이르면 올해 말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한 생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 시장 대응에 한 발 늦으면서 D램 시장의 1위를 SK하이닉스에 내준 상황이다. 추격을 위해 HBM3E 개발에 속도를 냈지만 발열 문제 등이 겹치며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에 납품이 지연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E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업계 관계자는 “HBM3E의 발열 문제가 해소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라며 “HBM3E에 이어 HBM4 납품은 시간 문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면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매출액 74조 700억 원, 영업이익 10조 4400억 원을 기록한 뒤 이익이 갈수록 하락했다. HBM 시장에서 뒤쳐지면서 AI 산업 확산의 파도를 타지 못한 탓이 컸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9조 1800억 원으로 10조 원 밑으로 내려왔고 4분기에는 6조 5000억 원, 올해 1분기에는 6조 6900억 원, 2분기는 4조 7000억 원까지 후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것이다. 2분기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이 4000억 원까지 추락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지난 8월 약 17일 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며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상황은 반전하고 있다.
이 회장이 떠나기 전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차세대 칩 ‘AI6’를 생산하는 약 23조 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파운드리 사업의 부활을 예고했다. 여기에 지난 8월 6일(현지시간)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센서를 애플에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지난 19일에 데이터센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톱5 기업 중 한 곳인 IBM의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칩 ‘파워11’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까지 수주한 사실이 알려졌다.
파운드리 사업은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한 단계 앞선 2나노 공정을 활용해 개발하는 '엑시노스 2600'의 양산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가 설계부터 생산까지 직접 맡는 자체 칩이다. 과거에는 수율과 발열 문제로 갤럭시 S 시리즈에 전면 탑재되지 못하고 일부 모델에만 적용됐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검증 기관에서 엑시노스 2600의 성능과 품질에 높은 점수를 매기면서 양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수율이 개선돼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내년 출시될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6의 전 모델에 엑시노스 2600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자체 칩을 사용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원가를 줄일 수 있고 칩을 조립하는 파운드리 사업도 물량 확보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발열 문제로 지난 2022년 이후 주문 생산을 맡기지 않았던 글로벌 반도체 회사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와 애플, IBM에 이어 퀄컴까지 복귀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완전히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일본과 동남아시아, 중동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는 스마트폰 사업에 이어 반도체 사업까지 개선되면서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매출액 82조 7000억 원, 영업이익 10조 7000억 원을 기록해 다시 영업익 ‘10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판단했다. 심지어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2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 5000원으로 상향했다.
KB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원에서 11만원으로 올려잡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내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2% 증가한 358조원, 영업이익은 66% 증가한 53조4000억원을 예상해 8년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며 "코스피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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