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생산 줄고 설비투자 49개월來 최저…'혹독한 겨울' 오나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5.31 17:51:2831일 발표된 ‘4월 산업활동동향’은 충격적이다. 4월 중순 무렵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여기에 생산은 한 달 만에 하락 반전했고 설비투자는 4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답답한 대목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달보다 0.3포인트 빠진 점이다. 무려 10개월 연속 하락으로 경제주체들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전날 산업연구원이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적자가 158억 달러(연간 기준)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데 이어 4월 산업 활동 지표도 일제히 하락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신호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산업 지표를 세부적으로 보면 4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3% 줄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같은 기간 3.5% 감소하면서 하락세를 이끌었다. 어윤선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중국 봉쇄 조치 등으로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식료품 생산도 이 기간 5.4% 줄었는데 이는 올 3월 재택 격리 확산 속에 식재료 수요가 크게 늘어난 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광공업 생산이 줄어들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4월 기준 77.0%로 전월(78.3%)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또 이 기간 제조업 출하가 2.3% 줄면서 재고는 0.2% 증가해 재고율이 117.2%까지 상승했다. 일반적인 경기순환 이론에 따르면 경기 하강기에는 출하 물량이 줄면서 재고가 늘어나고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 출하와 재고 물량이 모두 감소하게 된다. 제조업 재고·출하 동향만 보면 경기가 하강 흐름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절 제조업 재고율이 130%에 달했는데 재고율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경기 침체의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재고가 증가하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투자가 줄면 향후 경기 확장 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올해 들어 설비투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4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7.5% 줄면서 2018년 3월(-8.3%) 이후 49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올 들어서는 2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설비투자 감소의 원인은 그동안 설비투자 증가를 견인해온 반도체 제조용 특수 산업용 기계류의 투자 감소(-9.0%)에 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의 일평균 수입 물량은 지난해 4월 1억 680만 달러에서 올해 4월 4590만 달러로 떨어지면서 반 토막 이하로 급감했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어 심의관은 “주요 기업들이 추가 라인 증설을 진행 또는 계획하고 있어 최근의 투자 부진은 장비 도입 지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도 “설비투자가 감소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최근 주요 기업들이 수백조 원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경기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생산·투자와 더불어 소매판매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4월 소매판매 현황을 보면 의약품 등 비내구재 판매 감소(-3.4%) 속에 전체 판매량도 0.2% 줄었다. 올 들어 소매판매는 1월 2% 감소한 뒤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뛰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까지 상승하면서 경제주체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실제 1분기 가계 평균소비성향은 65.6%로 지난해 2분기 71.7%를 찍은 뒤 내리막을 타고 있다. 평균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우리 가계가 점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소비심리 악화는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구조적 측면에서 물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출 착시 효과를 걷어내고 장기 침체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는 코로나19 기간 대면 서비스산업이 위축되면서 이 수요가 재화 산업으로 대체된 일시적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침체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하반기에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기간 소비자들이 피트니스센터에 갈 수 없으니 홈트레이닝 기구를 사는 식으로 일시적 산업 변화가 일어났고 빠른 디지털화도 우리나라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수출 장기 부진에 대비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펀더멘털 위기에 선진국 금리인상…신흥국 올들어 45조원 자금 이탈
국제 경제·마켓 2022.05.29 16:07:55신흥국 시장에서 올 들어 수십조 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지출을 늘려 재정 사정이 나빠진 데다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신흥국의 투자 매력도가 뚝 떨어진 탓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물가를 잡으려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는 것도 투자금이 신흥국을 등지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 시간) 신흥 시장 조사 기관 EPFR을 인용해 신흥국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올 들어 이날까지 총 360억 달러(약 45조 2000억 원)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IB) JP모건이 신흥국의 달러 표시 국채 등을 모아 집계하는 벤치마크지수인 EMBI는 올 들어 25일까지 수익률이 -15%를 기록했다. FT는 “(EMBI는)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에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고 전했다.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것이 이 같은 신흥국 약세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신흥국들이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자국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린 것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월에 이어 6·7월 연속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고 유럽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한 점도 신흥국에는 불리하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조너선 포춘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으로) 선진국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하우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전략가도 “평상시 같으면 선진국이 금리를 높이는 것 자체가 (신흥국에)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신흥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최대 신흥 시장인 중국 역시 ‘신흥국의 덫’에 빠진 모습이다. 중국이 코로나 19 신규 확진을 억제하겠다며 ‘경제 수도’ 상하이를 수개월간 봉쇄하는 등 이른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한 것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중국 정부는 경기를 되살리겠다며 전 세계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오히려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를 스스로 벌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3·4월 두 달 동안 중국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총 180억 달러에 달했다고 FT는 전했다. -
'무서운 인플레'…1000원→3000원숍으로 바뀌는 日 다이소
국제 경제·마켓 2022.05.28 18:11:23100엔(약 993원)숍을 운영해 오던 일본 다이소가 300엔(약 2981원)숍 가게를 새롭게 선보였다. 버블 경제 붕괴 직후인 지난 1991년부터 균일가 정책을 펼치며 일본 서민들의 가게 부담을 줄여준 다이소마저 엔저와 공급망 붕괴 여파로 인한 물가 상승에 백기를 든 셈이다. 일본 기업들의 가격 인상은 이제 당연한 수순이 됐다. 문제는 물가 상승폭 만큼 임금이 오르고 않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다이소는 지난달 도쿄에서 ‘슬리피'라는 300엔숍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80%가 300엔이다. 일본 다이소는 올해 일본 내 매장의 40%를 슬리피로 전화할 계획이다. 일회성이 아닌 그간의 저가 정책 자체를 바꾸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물가상승에 수익성이 악화하자 이 같은 카드를 꺼낸 든 것이다. 다이소의 정책 변화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나섰다. 일본 국민 초밥집으로 유명한 글로벌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는 초밥 최저 가격을 100엔에서 오는 10월까지 120엔~150엔으로 최대 50% 인상하기로 했다. 엔화 가치 하락이 결정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물류난으로 운송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시로의 모회사 ‘Food & Life Companies(F&LC)’ 의 미즈토메 코이치 사장은 “원재료의 약 70%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로 인한 경영 환경이 열악하다"며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미즈토메 사장은 엔화 약세 외에도 수산 자원의 부족과 공급망 붕괴로 인한 운송 비용도 가격 인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대표 맥주 회사인 아사히맥주와 기린맥주도 오는 10월부터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 비용 인상에 14년 만에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아사히맥주는 소매점 기준으로 약 6~10%, 기린맥주는 6~17% 올릴 계획이다. 문제는 전방위적 물가 인상이 소비 심리를 더 얼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본의 지난 달 물가상승률은 2.1%로 2015년 3월(2.2%)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3월 임금상승률은 1.2%에 그쳤다. 일본의 임금 상승률은 30년 가까이 제자리인 만큼,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 일본 임금 상승률은 지난 1990년과 비교해 18만 엔(4.4%)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과 영국의 실질임금은 각각 47.7%, 44.2% 올랐다. 노무라 종합연구소의 키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
한국은행이 물가가 심각하다고 본 4가지 이유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5.28 10:15:37한국은행 물가 전망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은 조사국은 26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발표했습니다. 이전 전망치 3.1%보다 1.4%포인트나 한 번에 올려잡은 것입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가 연간 2%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향 조정입니다. 2008년 7월에 물가가 당해연도 4.8%가 되리라고 본 지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전망입니다. 물가를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한은이 한국개발연구원(KDI, 4.2%)이나 국제통화기금(IMF, 4.0%)보다 높은 수치를 내놓으면서 시장은 깜짝 놀랐다는 반응입니다. 한은이 크게 올려도 4%대 초반 정도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첫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줬습니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기보다 물가 상방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성장보다 물가의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크게 예상돼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중장기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 등 물가 걱정을 잔뜩 늘어놓았습니다. 금통위 역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향후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표현을 바꿨습니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미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드러낸 제시한 것입니다. 그동안 금리 인상에 회의적이었던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주상영 금통위원조차 금리 인상에 손을 들 정도입니다. 4월과 5월 금통위의 금리 인상은 모두 만장일치였습니다. 도대체 물가가 어떤 상황이길래 한은이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강조하는 것일까요? 26일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김웅 한은 조사국장이 설명한 4가지 이유를 토대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을 살펴봤습니다. ① 원유 의존도 높은데 국제유가 급등 먼저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단연 에너지 가격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높은 오름세를 기록 중입니다. 한은이 2월 물가 전망을 할 때까지만 해도 원유 도입 단가(기간 평균)를 85달러로 봤는데 이번엔 102달러로 20% 높였습니다. 한은이 2월 물가 전망치를 발표하는 날(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에 당시로써는 유가가 이 정도로 급등할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른 만큼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국장의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산업 구조를 지녔기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에 취약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7개국 중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습니다. GDP 대비 원유소비량이 가장 많고, 1인당 원유소비량은 4위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경제 규모(10위) 대비 원유소비량(7위)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도 국제유가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② 한 해 농사 망쳐…애그플레이션 길어진다 두 번째는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입니다. 기상이변으로 주요국 곡물 생산국의 생산량이 영향을 받은 데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곡물 가격 불안은 지난해부터 감지됐습니다. 그러던 것이 유럽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영향이 커졌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OA)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올해 3월 159.3포인트로 전월 대비 12.6% 상승해 집계를 시작한 1990년 1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한은은 전체 곡물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60% 정도 오른 것으로 파악했는데 밀이나 옥수수 등 일부 품목 상승률은 더욱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곡물 가격 상승은 국내 물가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곡물 가격이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주고 다시 외식 가격을 통해 개인 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리는 등 연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떨어지더라도 곡물 가격이 안정되지 않아 물가에 영향을 계속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파종도 못 하고 수확기도 놓쳤기 때문에 한 해 농사를 망쳐서 1년 이상 넘어가는 문제로 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총재도 “곡물 가격이라는 것이 경작하고 공급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 올라가면 상당한 정도로 오래 지속한다”며 “곡물 가격이 높은 수준이 지속하면 식료품과 관련된 여러 물가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③ 들불처럼 번지는 인플레에 5월 물가 5% 넘어 세 번째로는 물가 상승세가 여러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품목만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앞서 한은이 1월 조사한 결과 근원물가 전체 품목 309개 가운데 2% 이상 상승한 품목 개수는 150개로 집계됐습니다. 4개월이 지난 만큼 물가 확산은 확산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국장은 “물가가 천천히 오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광범위한 품목에서 오르고 있다”고 했다. 결국 한은과 정부 모두 다음 달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가 5%를 넘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5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오르면서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어떤 품목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다양한 품목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물가 상승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석유류 제품이 4.4%포인트 감소한 반면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이 각각 1.7%포인트, 1.6%포인트 상승한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기름값뿐 아니라 공공요금부터 식자재까지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기대인플레이션이 제품 가격 상승과 임금 인상 등으로 이어지는 2차 파급효과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입니다. ④ 거리두기 풀리자 대면 소비 폭발 마지막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수요 회복입니다. 물가 상승 원인은 크게 수요 측 요인과 공급 측 요인으로 분류됩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공급망 병목 등에 기인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랬던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도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억눌려 있던 대면 소비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물가 상승에 수요와 공급 요인이 각각 어느 정도씩 반영됐는지 정확히 구분하긴 어렵지만 수요측 물가압력이 크게 반영되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6%에서 4월 3.1%로 0.5%포인트 올랐습니다. 한은은 올해 근원물가를 올해 연간 3.2%로 전망했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추가경정예산안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은 2차 추경이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높이는 동시에 물가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반면 물가를 낮출 수 있는 하방 요인은 뚜렷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경기 회복세가 지금보다 더 꺾여서 수요가 줄어드는 정도입니다. 물가 상방 요인으로 거론됐던 국제유가나 곡물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된다면 물가도 진정되겠지만 불확실성이 큽니다. 결국 정부가 공공요금을 낮추거나 유류세를 감면하는 등 정책적인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모든 전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올해 연말 이후 점차 완화되고 중국이 하반기까지 간헐적으로 코로나 봉쇄조치를 시행한다는 전제로 이뤄진 것입니다.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중국 봉쇄조치도 장기화한다면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은은 물가 하방 요인보다 상방 요인이 더 크다고 보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
백화점 매출 늘고 SPA 줄고…인플레에 美소비 양극화 [글로벌 What]
국제 경제·마켓 2022.05.27 17:35:39치솟는 인플레이션 속에 미국 소매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서민층 대다수가 찾는 월마트와 타깃, 저가 의류 업체들의 이익은 급감하는 반면 고소득층이 주고객인 백화점이나 초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1달러숍의 실적 호조가 두드러진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이날 1분기 순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6% 급등한 53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억 8600만 달러로 2배 이상 불어났다. 고유가와 인건비 증가로 최근 반 토막 난 순익 실적을 공개한 타깃이나 30% 가까이 하락한 월마트 등과 대비된다. 특히 메이시스 계열의 고급 브랜드인 블루밍데일은 1분기 매출이 28%, 럭셔리 뷰티 체인인 블루머큐리는 25%나 늘었다. 아예 초저가 제품을 취급하는 1달러숍도 선전했다. 달러트리는 1분기 동일 매장의 매출이 11.2%나 증가했다. 달러제너럴은 매출이 0.1% 줄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연간 전망치는 상향 조정했다. 전반적인 소비 지표도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나온 미국의 1분기 소비자지출 잠정치는 3.1% 증가로 속보치(2.7%)를 웃돌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하면서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낙관적 시각을 보였다. 케이시 보스찬치치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가계와 기업의 대차대조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며 경기 침체를 일으킬 정도의 불균형이 없다”며 “개인 소득과 기업의 수익 흐름도 탄탄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날 증시 마감 후 실적을 내놓은 의류 브랜드 갭(GAP)은 1분기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비 11%나 급감했다고 밝혔다. 갭의 대표적 저가 브랜드 올드네이비의 매출은 22%나 빠졌다. 회사의 1분기 순손실은 1억 6200만 달러로 지난해 1억 6600만 달러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고 34%나 늘어난 재고는 2분기에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소니아 싱걸 최고경영자(CEO)는 “올드네이비의 타깃인 저소득층이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가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이글 역시 이날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과 순이익 실적을 내놓았다. 앞서 월마트와 타깃·홈디포 등 유통 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렇다 보니 고물가로 미국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저소득층은 소비 습관을 억제하는 반면 고소득층은 맞춤 정장과 명품 옷·신발 등을 사들였다”며 “고객들 사이에서 (소득 수준에 따른)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1달러숍의 매출 증가 역시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 때문에 더 싼 제품을 찾는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 긍정적 신호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메이시스의 제프 제네트 CEO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소비를 하지만 역풍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며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덜 받고 있지만 가계소득 7만 5000달러 이하인 저소득층은 덜 비싼 제품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팬데믹 완화와 고물가가 미국인의 소비 패턴을 크게 바꾸고 있다”며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실적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27일 진단했다. 신문이 금융 정보 업체 퀵팩트셋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요 생필품·소비재 관련 기업 91곳 중 약 40%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소비 감소와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는 “우리는 지금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상황에 있으며 경제는 계속 둔화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
[사설] 인플레·부실 두 개의 전선, 정권 명운 걸고 전쟁 나서라
오피니언 사설 2022.05.27 00:00:01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또 올렸다. 기준금리 두 달 연속 인상은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또 올 성장률 예상치를 3.0%에서 2.7%로 낮춘 대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에서 4.5%로 대폭 높여 잡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실물 현장은 공포로 가득하다. 금리를 두세 차례 더 올리더라도 인플레이션 쓰나미와 부실 폭탄이 동시에 몰아칠 것이기 때문이다. 올 3월 말 현재 가계 대출은 1752조 원으로 9개월간의 금리 인상 증가분을 더하면 늘어나는 이자는 17조 원에 이른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씀)’에 나선 2030세대와 자영업자·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은 벌써 직격탄을 맞았다.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자영업 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는 433만 원에서 643만 원까지 치솟는다. 2019년 말부터 올 3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9.8% 늘었는데 20대의 경우 27.9%나 급증했다. 조달 금리가 3%포인트 오르면 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일시적 한계 기업’은 지난해 34.1%에서 47.2%까지 올라간다. 연쇄 부도가 조만간 현실화할 수 있다. 자동차·조선·건설 업체 등은 원자재 값 폭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아우성이다. 금융권의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의 ‘닥터 둠(비관론자)’인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주식·부동산·가상자산이 모두 거품이므로 보지 못했던 폭락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물가 쇼크는 통화 당국만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다. 대통령과 모든 부처가 ‘인플레이션·부실과의 전쟁’에 나서도 수습을 장담하기 힘들다. 버블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아래 재정·외환·금융을 포괄하는 정책 조합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물가 대책과 함께 중요한 것이 ‘돈 안 드는 경기 부양 방안’이다. 규제 혁파 등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행정 역량을 총동원하고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전방위 구조 개혁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 -
한은 0.25%P 올렸다…기준금리 2% 시대 눈앞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5.26 18:24:00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이후 15년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5%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미국의 공격적 통화 긴축 행보로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지자 금리 인상의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9개월 새 기준금리가 1.25%포인트나 뛰어오른 가운데 연내 두세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지난달 연 1.50%로 올렸던 기준금리를 한 달 만에 1.75%로 인상했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뒤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은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직후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하방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지만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보다는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올렸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에서 2.7%로 내렸다. 이 총재는 “앞으로 수개월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연말 기준금리 2.25~2.50%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 전망이 올라간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답했다. 그런 만큼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남은 네 차례(7·8·10·11월)의 금통위에서 최소 두세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연말 기준금리로 2.75%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원 이상, 기업 부담은 2조 7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
물가 전망 4.5%로 올리고…성장률은 2.7%로 낮춰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5.26 18:07:16한국은행이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기존 3.1%에서 4.5%로 대폭 끌어올렸다. 연간 물가 전망치로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내수 소비 회복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물가 고공 행진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에 비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눈높이를 낮췄다. 물가 상승 압력과 성장 둔화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다. 이는 올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1%)보다 1.4%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4%대를 내놓은 것은 2011년 7월(4.0%)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연간 4.5% 전망은 2008년 7월(4.8% 전망)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5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시작으로 앞으로 수개월 5%를 넘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유가가 내려가더라도 국제 곡물 가격은 한번 오르면 상당 기간 지속되는 만큼 내년 초까지도 4%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당초 올 상반기로 봤던 고물가의 정점이 중반기로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일부에서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수준을 넘어 5%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는 3.0%에서 2.7%로 하향 조정됐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비롯된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한 결과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의 경우 7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29%나 줄어들었다. 설비투자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2%에서 마이너스성장(-1.5%)으로 뒷걸음질 쳤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은 각각 2.9%와 2.4%로 전망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공급 비용 상승의 충격이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노동 경직성을 완화하고 세제 지원 등 기업의 공급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李, 5% 물가 초읽기에 매파 본색…연내 네 번 올려 2.75% 갈수도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5.26 18:04:01취임 36일 만에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 나타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따질 것도 없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주요 기관 중 가장 높은 4.5%로 제시해 시장을 놀라게 하더니 기자 간담회에서는 연내 기준금리를 최소 두 번에서 세 번 올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 총재의 강력한 물가 대응 의지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올해 7월과 8월에도 연속으로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총재는 26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을 2.25~2.50%로 보는 시장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물가 수준이 올랐기 때문에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답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기 때문에 연말 기준금리가 2.25~2.50%가 되려면 남은 네 차례(7월·8월·10월·11월)의 금통위에서 두세 차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이로써 2007년 7~8월 이후 15년 만에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사상 초유의 세 번 연속이나 네 번 연속 인상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네 번 연속 인상할 경우 금리는 2.75%가 된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마저 거론한다. 원칙적 입장이지만 이 총재는 이날 “빅스텝뿐 아니라 7월과 8월 연속 인상까지 특정한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정책 판단을 위해 확인하려는 자료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한은의 국내총생산(GDP),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이다. 금리 인상 시기는 물가 지표에 좌우된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추가 인상 시기에 대해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적었다. 앞으로 3~4개월 동안은 수출입 물가나 기대 인플레이션 등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지표까지 눈여겨볼 필요가 커졌다. 연준이 다가오는 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중요하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다시 확대됐다. 다만 연준이 6월과 7월 연속 빅스텝을 시사한 만큼 한은이 7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미 금리는 역전된다. 하지만 물가만 봐도 다음번 회의인 7월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총재는 당장 다음 달 6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는다고 예측한 데다 “올해 물가 정점도 중반기 이후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물가 전망치를 1.4%포인트나 한꺼번에 올려 잡은 한은 조사국 역시 물가 상방 요인이 하방 요인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이 물가 상승을 이토록 경계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역사적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 당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미국은 1980년대 초까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겪었다. 결국 미국은 폴 볼커 연준 의장이 등장해 정책 금리를 20%까지 올리는 초강력 긴축을 겪은 뒤에야 인플레이션이 안정됐다. 이날 이 총재 역시 “정책 대응을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하면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금융 불안정이 커져 중장기적으로 취약 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금통위에서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게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금통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그동안 금리 동결 소수 의견을 내왔던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 주상영 금통위원도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 것이다. 한은은 실질 이자율이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인 만큼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역시 가파른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잠재성장률(2.0%)을 웃도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민간 소비도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잇따른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도 경기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성장세가 꺾이더라도 물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보다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한국,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노동비용 충격 여파"
산업 기업 2022.05.25 14:00:00한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고물가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 공급비용 감소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진단과 정책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 우려되는 국내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상황을 진단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다. 주제발표를 맡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전형적인 공급비용 상승충격이 유발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에너지 공급가격 상승이 ‘비용 충격’으로 작용한데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노동시장 경직성, 금리인상·유동성 회수 등 긴축적 통화정책,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지출 확대가 지금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최저임금 급등, 생산성 향상 없는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비용 상승충격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코로나를 맞이했다”며 “유동성이 회수되는 경우 노동비용 충격에 노출되었던 코로나19 이전의 국내경기의 부진상황이 베이스라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석 부산대 교수는 “대내적으로는 코로나 위기로 발생한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에 대한 금융부담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대외적으로는 환율상승에 의한 국제수지와 물가 악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통화당국과 재정당국의 엇박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예측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통화당국은 민간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재정당국은 효율적 재정집행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의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코로나 충격 회복 과정에서 불가피한 물가상승이 있지만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우려는 분명한 만큼 “자산가격 및 교역조건의 안정성 확보 노력을 통해 급격한 가격조정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정책은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 경제, 2차대전 후 가장 큰 시험대"
국제 경제·마켓 2022.05.24 06:14:09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모처럼 1% 넘게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1.59%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86%, 1.98% 상승했는데요. 8주 연속 하락해 99년 만에 최장 기간 하락을 보여줬던 다우지수도 이날은 2% 가까이 뛰었는데요.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증시의 방향과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입니다. 이날 같은 상황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크죠. 이날 본격 개막한 다보스포럼에서도 많은 얘기들이 나왔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금리를 끝내겠다”며 사실상 7월과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다보스 포럼에서 나온 미국 경제에 관한 주요 발언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의 현주소와 커지는 지정학 리스크를 짚어보겠습니다. “좋은 경제환경 아니지만 재앙도 아닐 것”…“내년까지는 걱정 안 해 침체 확률 15~20%” 우선 다보스포럼의 전체 분위기는 하방위험과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면서도 실제로 미국이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요. 데이비스 루벤스타인 칼라일 공동창업자는 이날 다보스에서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우리는 저금리와 매우 높은 성장률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바뀌고 있으며 계속 올라갈 수는 없고 지금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재앙을 초래하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금리는 당분간 올라갈 것이며 우리를 ‘바나나’에 넣을 수 있겠지만 나는 우리가 ‘바나나’에 있는지는 모르고 뭔가 침체와 ‘바나나’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는데요. 여기에서 바나나란 경기침체(recession)를 말합니다.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태스크포스를 맡았던 알프레드 칸은 경기침체를 바나나로 바꿔 불렀는데 이는 경기침체라는 단어를 썼다가 카터 대통령에게 한소리를 들었기 때문인데요. 자꾸 경기침체라는 말이 나오면 가계와 기업이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면서 오지 않았을 경기침체가 실제로 올 수도 있습니다. 천연두를 마마라고 하듯 바꿔 부르는 건데요. 루벤스타인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항상 미국 경제와 증시가 잘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죠. 그는 지난해 10월 LA서 열린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기자와 만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지금은 1970년대와 상황이 다르다”고 했었는데요. 이날 발언을 보면 전체적으로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상황은 좋지 않지만 아직 침체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바나나라는 말까지 꺼내가며 경기침체 얘기를 에둘러 표현하는 것과 지금이 바나나와 침체 사이쯤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적지는 않음을 알 수 있는데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좀더 명확히 경기침체가 없다는 쪽입니다. 그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공급망과 에너지 위기에 유럽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미국은 2023년까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노동시장이 강하고 소비자들의 대차대조표가 좋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불확실성이 있고 금리가 2%포인트가량 더 올라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봤는데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비슷합니다. 그는 다보스에서 블룸버그TV에 “내년까지는 걱정 안 한다. 침체확률이 15%, 20% 정도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돈을 쓰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도 “내가 보는 것은 고객들의 계좌 잔고가 계속해서 안정적이라는 것”이라며 “5월 초 몇 주는 소비가 10% 늘었다. 고객들이 갖고 있는 돈은 결국 줄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시장은 경기침체 가능성 65~70% 책정”…“S&P 하락폭 두 배 -40%까지 갈 수도” 하지만 하방위험이 큽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경기침체에 관한 질문에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금융시장 변동성 급증 등으로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시험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요. 아직 타깃과 월마트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이익 압박 문제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이코노미스트 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이날 내놓은 자료를 보면 다음 경기침체가 언제 시작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2023~2024년이라고 답한 이들이 61%나 되는데요. 올해 또는 2025년 이후라는 답은 각각 13%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 1분기에 피크(38%)였거나 2분기가 피크(33%)라고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가장 큰 하방위험으로 연준의 정책실수(40%)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34%)를 위험요소로 꼽았죠. 즉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고 해를 잘 넘길 수 있어도 연준의 과도한 금리인상과 공급망 붕괴 등으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인데요. 시장은 한 술 더 뜨고 있습니다. 이날 증시가 1% 넘게 반등했지만 여전히 우울한 증시 전망이 많은데요.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공공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금요일(20일) S&P500 종가인 3901을 기준으로 “시장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60~75%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S&P500은 경기침체를 전후로 평균 29% 하락했으며 중앙값은 24%”라고 설명했는데요. 지난 금요일 S&P500이 장중 베어마켓(전고점 대비 20% 하락)에 진입했었죠.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글로벌 CIO는 이날 다보스에서 “연준은 (금리인상을 위해) 오토파일럿으로 가고 있으며 시장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S&P가 전고점 대비 40% 폭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연준의 과잉대응을 걱정하고 있는데요. 마이너드는 비관적이라는 질문에도 이같은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가 시장을 얼마나 안 좋게 보는지는 비트코인이 800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는데요. 나스닥과 암호화폐의 연관성을 고려하면 연준의 움직임에 시장 전체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죠. 다만, 그는 지난해 10월 ‘밀컨 컨퍼런스’에서 “공급이 풀리면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며 “우리는 내년 이 자리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기본 전제가 꽤 틀렸던 것인데 한번 스텝이 꼬이면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는 점을 염두하면서 그의 발언을 들으면 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추가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일텐데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LIV Pulse 조사에 참석한 1009명은 S&P500의 바닥이 3500(중앙값)이라고 봤다고 하는데요. 이는 이날 종가보다도 10% 넘게 더 내려가야 하는 수치입니다. 월가에서는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바닥은 멀었다는 얘기도 많죠. 최악까지 가야 반등이 가능하다는 논리인데요. VIX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코로나 셧다운이 있었던 2020년에는 60을 상회한 적도 있지만 이날 오후4시 현재 28 정도입니다. 40도 넘지 않는다는 건데요. 콜 스미아드 스미아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상황은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며 “매도의 끝은 훌륭한 매수 기회겠지만 그 기회가 내일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美, IPEF·대만 방위·日 상임이사국 지지…지정학 리스크 더 커진다” 물론, 큰 폭의 하락이 좋은 투자 기회가 된다는 것 역시 그동안의 경험에서 배운 것 중의 하나인데요.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공동 창업주는 “전반적인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데 긍정적일 수는 없지만 당신이 자산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금을 갖고 있다면 좋은 기회”라고 했지만 핵심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적대로 “바닥에 접근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겠습니다. 추가로 고려할 것이 두 가지 있는데요. 첫째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당분간 연준의 지원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드 CIO는 “증시 하락과정이 질서있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준이 개입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주가가 하락해도 금융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연준의 걱정거리가 안 된다. 인플레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리 때문에 연준은 과거 습관대로 페드 풋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두번째는 지정학 리스크입니다. 시선을 돌려 글로벌 경제상황을 한발짝 뒤에서 보면 지정학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순방 길에서 대중 억제를 위한 3종 세트를 내놓았죠. 이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시 개입 발언, 일본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지가 그것인데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지를 전에도 했었다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이를 다시 명확히 밝히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미 국방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이 변한 건 없다고 하지만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왔던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확실히 중국에 대한 경고입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보듯 뻔하구요. 계속되는 보이지 않는 긴장 고조는 기업들의 영업에도 타격을 주게 됩니다. 이날 에어비앤비가 6년 만에 중국 내 사업을 접는다고 밝혔는데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이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봐야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스타벅스도 러시아에서 진출 15년 만에 완전 철수하기로 했는데요. 이 역시 매출이 1% 정도라지만 미국과 유럽 대 중국·러시아라는 구도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양새입니다. 최소한 이들 지역에서의 추가 성장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급망 효율성이 한동안 떨어질 수 있으며 전환 과정에서 경제에 지속적인 비용압박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과 기업의 마진 감소 등을 의미하는데요. IEA의 집행 이사 페이스 비롤은 “아직 전 세계가 러시아로부터 직접적으로 원유 수입을 줄인 것은 아니”라며 “(제재 진행에 따라) 원유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여전히 앞에 변동성이 많은데요. 이날 JP모건체이스는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주식이 크게 하락하면서 익스포저를 재조정하게 돼 2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증시에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봤습니다. 즉 이들은 주식과 채권 투자비율을 6대4 정도로 맞추는데 주가가 폭락해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아졌으니 이를 맞추기 위해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고 그것이 이달에 450억 달러, 다음 달에 2070억 달러가 된다는 것이죠. 이것이 매수세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건데요. 베어마켓 랠리처럼 근본적인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고 기술적 요인이 되는 만큼 계속해서 바닥이 어디인지 따져봐야겠습니다. 누구도 정확한 지점은 모르지만요. ※24일(현지 시간)은 출장 일정으로 ‘3분 월스트리트’가 쉽니다. 25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이슈 리포트]40년 만의 공포…불안감 키우는 '군중심리' 잡아라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2.05.13 07:00:00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로 떨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인플레이션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 미만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한 후 올해 4월에는 4.1%에 이르렀다. 한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최근 8%대까지 치솟았다. 40여 년 만에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세 가지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이 공포를 일으키는 것은 40여 년 전과 같이 세 가지 모두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첫째는 수요 견인(demand pull)이다. 총수요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소비·투자 등과 같은 민간 부문의 총수요 증가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팽창 기조의 거시 정책을 폈기 때문에 발생했다. 즉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해 돈을 풀었고 정부는 재난지원금 등의 재정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비용 인상(cost push)으로 인한 총공급 축소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대외 변수가 원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병목으로 촘촘했던 글로벌 공급 체계가 무너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석유·가스·원자재·식량 등의 가격이 폭등해 생산 비용이 증가했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더 나쁘다. 국민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기대 인플레이션(inflation expectations)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가계·기업 등의 경제 주체들이 현재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주관적으로 전망하는 1년 후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의 임금 인상, 가격 결정, 투자 결정, 소비 시점 조정 등에 영향을 미쳐 결국 실제 인플레이션에도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기대 인플레이션은 2020년까지 2% 미만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초부터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말 이후 가파르게 올라 올해 4월에는 3.1%를 기록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숫자보다 추세가 중요하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 추세라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실제 인플레이션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자기실현적 예언의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관리와 고용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전 의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미국의 현 재무부 장관이자 전 연준 의장인 재닛 옐런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잘 통제해야 공급 충격으로 인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시장에 확산되면 실제 물가를 더 높이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경제 주체들의 부정적 기대 심리를 최대한 빨리 진정시켜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키다. 기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서는 이를 자극하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 요인부터 이해해야 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다양한 비합리적 심리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첫째,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이다. 사람들은 손실을 싫어하기 때문에 손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능하면 손실을 피하고 싶어한다. 반면 이익에 대해서는 손실만큼 민감하지 않다. 손실 회피 성향 때문에 사람들은 상품 가격이 오르면 손실이 발생했다고 인식해 가격 인상을 체감하지만,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으로 인식해 가격이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 높게 형성하게 된다. 둘째, 준거점(reference point) 효과다. 물가가 올라도 임금이 함께 상승하면 사람들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게 형성하지 않지만 임금이 함께 상승하지 못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게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임금이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에 준거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용 가능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에 남는 상품의 가격 변동을 떠올려 기대 인플레이션을 형성한다. 예를 들면, 자주 구매하거나 지출 비중이 높은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실제보다 더 많이 인상됐다고 생각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 높게 형성한다. 넷째, 군중심리(herd behavior)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게 형성한 경제 주체들이 각자의 가격을 올리면 다른 경제 주체들도 따라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게 형성하고 자신들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집단행동이 발생한다. 마치 전염과도 같다. 다섯째,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정당화하려는 편향이다. 사람들은 일단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형성하면 자신의 기대와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해버린다. 따라서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하락하기 쉽지 않고 오히려 더 상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경제 주체들의 비합리적 심리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의 회복,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다. 1970년대 후반에 발생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The Great Inflation)으로부터 구체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1980년 상반기에는 무려 14.8%까지 치솟았다. 오일쇼크로 인한 생산 비용 상승,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연준의 팽창적 통화정책, 이로 인한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임금 인상 요구가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악순환(wage-price spiral)이 발생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했다. 그때 상황이 지금과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봉착하게 될 확률이 높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스태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1979년 취임 직후부터 3년 동안 기준금리를 최대 20%대 수준까지 인상하는 극단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단행했다. 한동안 가혹한 경기 침체를 경험하기는 했으나 연준 정책에 대해 경제 주체들이 신뢰를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연준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하락했고 스태그플레이션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선제적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목표제(2%) 등처럼 경제 주체들의 기대 심리와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통화정책 체계가 구축됐다. 한편 앞서 언급한 옐런 장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으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책 당국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결국 실제 인플레이션을 가파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경제 주체들이 명확히 인지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이들과 적극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언론도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불안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자제해야 한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인플레이션도 예외일 수 없다. 신임철 박사는…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예일대 경영대학원 MBA를 마쳤다. 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인수합병(M&A)를 공부한 뒤 성균관대에서 행동경제학에 관한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예일대 대학원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로부터 행동경제학을 직접 배우고, 입문서인 ‘처음 만나는 행동경제학’과 행동경제학 관련 논문을 다수 집필한 행동경제학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제도경제학회 산하 행동경제학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은행과 보험·카드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스타트업 등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국내 최대 모빌리티 유통 플랫폼 기업인 아톤모빌리티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
[이슈 리포트]빚내고 돈 풀어 버틴 코로나 시대…유동성의 역습 시작됐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10.15 07:05:00최근 미국의 국가 부채와 중국의 기업 부채 문제가 드러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각종 자산 가격에 관한 거품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①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 美 국가부도 우려·中 헝다그룹 파산 위기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으로 급한불 껐지만 美 부채 131%·中 기업부채 161%로 급증 ② 자산가격 거품도 심각 美 주식시장도 버블…GDP대비 시총비율 2000년 210%서 올 2분기 332% 치솟아 20대 도시 집값도 10년동안 98%나 급증 ③ 점점 짙어지는 'S의 공포' 글로벌 물가상승률 목표치 삼은 2% 넘어 원자재값 급등에 중간·소비재는 공급차질 금리인상 불가피한데…경기는 둔화 조짐 돈 잔치 끝나면 어김없는 경기침체 우선 부채 문제부터 살펴보자. 미국은 국가 부도 사태 우려에, 중국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세계경제가 직면한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를 의미한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이 두 위기를 각국은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극복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7년 14조 5,962억 달러였던 세계 부채가 2020년에는 30조 4,563억 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도 같은 기간 274%에서 398%로 급증했다. 모든 국가의 부채가 늘어났지만 미국의 정부 부채와 중국의 기업 부채 증가 속도는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미국은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오고 있다. 2020년 네 차례에 걸쳐 GDP의 17%에 해당하는 3조 6,000억 달러를 지출했고 올해 3월에도 1조 9,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을 추가로 집행했다. 이에 따라 경기는 회복됐지만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도 2007년 61%에서 2020년에는 131%까지 급증했다. 대외 부채도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의 대외 순자산(대외 자산-대외 부채)이 -15조 4,196억 달러였고 GDP 대비로도 2007년 9%에서 68%로 대폭 늘었다. 중국의 경우 기업 부채가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졌으나 중국 경제는 9.4%나 성장했다. 2020년에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3.2%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었으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3%였다. 건설투자 중심으로 투자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8년 GDP 대비 94%였던 기업의 부채비율이 2020년에는 161%로 높아졌다. 다른 나라도 부채에 의해 성장했다. 한국의 경우 2020년 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이 110%로 1997년 외환위기 때의 수준(107%)을 넘어섰고 가계 부채는 GDP의 103%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부채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증가하는 현상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역사를 보면 부채 급증 다음에는 금융위기나 심각한 경기 침체가 왔다. 1970~1989년에 주로 남미 국가에서 정부 부채가 증가했고 이들 국가가 위기를 겪었다. 1990~2001년에는 동남아 국가에서 기업 부채 위기가 발생했고 이 위기는 러시아와 터키까지 확산했다. 2002~2009년에도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결국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와 더불어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다. 금리 내리고 달러 찍어내다…버블 버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다. 그 결과는 자산 가격 거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중심으로 거품 정도를 살펴보자. 먼저 채권시장이다. 우리가 시장에서 관찰하는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물가 상승률의 합이다. 실질금리를 실질경제성장률로 대체하면 명목금리는 명목경제성장률과 같아야 한다. 실제로 1990년에서 2020년까지 31년 동안 명목금리를 대표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평균 4.4%로 명목경제성장률(4.3%)과 거의 유사했다. 2021년 현재 미 의회에서 추정하는 잠재 명목성장률은 3.9%이다. 최근 1.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국채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야기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거품이 발생했다. 미국 자금순환계정에서 각 경제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시가총액으로 정의하면 2021년 2분기 현재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33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52년 이후 장기 평균인 107%, 2000년 이후 평균인 180%보다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혁명 거품이 있었던 2000년의 21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도 거품이 일고 있다. 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주택 가격이 2012년 3월을 저점으로 올해 7월까지 98%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9%나 개인소득 증가율 49%보다 훨씬 높았다. 윌리엄 페섹 "韓경제가 세계경제 풍향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례가 없을 정도로 부채가 많고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겼다. 저금리와 경기회복이 이를 지탱해줬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경기마저 둔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 목표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로 내세운 2%를 넘어서고 있다. 정책 효과로 경제가 회복되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병목현상으로 각종 중간재에서 소비재까지 공급 차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처럼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도 오는 11월 개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둔화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세계경제를 미리 내다볼 수 있다. OECD는 매월 37개 가입국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국의 경기선행지수를 작성해 6~9개월 후의 경기 흐름을 예측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OECD 종합지수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 선행지수에 비해서도 앞서가고 있다. 2000년 1월에서 2021년 9월까지의 통계로 분석해보면 한국의 선행지수가 종합지수에 비해 4개월 선행했으며 상관계수도 0.5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런 의미에서 월가의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한국 경제를 ‘세계경제의 풍향계’라고 했다. 예일대 교수인 스티븐 로치도 한국 경제를 ‘탄광 속 카나리아’로 표현했다. 카나리아는 탄광에서 유독가스가 새면 먼저 쓰러져 위험을 알렸다는 새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019년 8월을 저점으로 2021년 7월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8~9월에 하락했다. 한국의 선행지수가 2021년 7월에 정점을 기록했는가가 문제이다. 선행지수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장단기 금리 차이다. OECD에서는 장기금리로 3년 만기 국채 수익률, 단기금리로 1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분석해보면 장기금리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사용하는 것이 설명력이 더 높았다. 2001년 이후 통계로 상관관계를 구해보면 장단기 금리 차가 선행지수에 4개월 선행(상관계수 0.50)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선행성이 3개월로 더 짧아졌고 상관계수도 0.62로 더 높아졌다. 장단기 금리 차가 올 5월 1.52%포인트(월평균)를 고점으로 6월부터는 축소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의 3~4개월 선행성을 고려하면 한국 선행지수가 올해 7월에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OECD 종합지수는 한국 선행지수에 5개월 후행했기 때문에 올해 말 이전에 정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그 후 시차를 두고 경기가 둔화할 것이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는 누적돼온 부채와 자산 가격의 거품을 터뜨릴 수 있다. 세계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필요해 보인다.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과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등을 거친 주식·금융 전문가이다. 현역 시절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지면서 족집게 애널리스트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측하면서 ‘한국의 닥터 둠(doom·파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김 교수는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거품 폭락이 일어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그는 현직을 떠난 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등을 지내며 저서 활동도 벌이고 있다.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