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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 줄고 설비투자 49개월來 최저…'혹독한 겨울' 오나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 더 짙어진 'S의 공포'

제조업 출하량 주는데 재고 늘고

선행지수도 10개월 연속 내리막

경기 하강 사이클 초입에 들어서

거리두기 해제에도 소비는 냉각

"장기침체 대응책 서둘러 마련을"





울산 현대차 신차 출고센터에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31일 발표된 ‘4월 산업활동동향’은 충격적이다. 4월 중순 무렵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여기에 생산은 한 달 만에 하락 반전했고 설비투자는 4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답답한 대목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달보다 0.3포인트 빠진 점이다. 무려 10개월 연속 하락으로 경제주체들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전날 산업연구원이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적자가 158억 달러(연간 기준)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데 이어 4월 산업 활동 지표도 일제히 하락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신호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산업 지표를 세부적으로 보면 4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3% 줄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같은 기간 3.5% 감소하면서 하락세를 이끌었다. 어윤선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중국 봉쇄 조치 등으로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식료품 생산도 이 기간 5.4% 줄었는데 이는 올 3월 재택 격리 확산 속에 식재료 수요가 크게 늘어난 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광공업 생산이 줄어들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4월 기준 77.0%로 전월(78.3%)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또 이 기간 제조업 출하가 2.3% 줄면서 재고는 0.2% 증가해 재고율이 117.2%까지 상승했다. 일반적인 경기순환 이론에 따르면 경기 하강기에는 출하 물량이 줄면서 재고가 늘어나고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 출하와 재고 물량이 모두 감소하게 된다. 제조업 재고·출하 동향만 보면 경기가 하강 흐름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절 제조업 재고율이 130%에 달했는데 재고율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경기 침체의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재고가 증가하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투자가 줄면 향후 경기 확장 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올해 들어 설비투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4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7.5% 줄면서 2018년 3월(-8.3%) 이후 49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올 들어서는 2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설비투자 감소의 원인은 그동안 설비투자 증가를 견인해온 반도체 제조용 특수 산업용 기계류의 투자 감소(-9.0%)에 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의 일평균 수입 물량은 지난해 4월 1억 680만 달러에서 올해 4월 4590만 달러로 떨어지면서 반 토막 이하로 급감했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어 심의관은 “주요 기업들이 추가 라인 증설을 진행 또는 계획하고 있어 최근의 투자 부진은 장비 도입 지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도 “설비투자가 감소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최근 주요 기업들이 수백조 원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경기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생산·투자와 더불어 소매판매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4월 소매판매 현황을 보면 의약품 등 비내구재 판매 감소(-3.4%) 속에 전체 판매량도 0.2% 줄었다. 올 들어 소매판매는 1월 2% 감소한 뒤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뛰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까지 상승하면서 경제주체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실제 1분기 가계 평균소비성향은 65.6%로 지난해 2분기 71.7%를 찍은 뒤 내리막을 타고 있다. 평균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우리 가계가 점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소비심리 악화는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구조적 측면에서 물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출 착시 효과를 걷어내고 장기 침체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는 코로나19 기간 대면 서비스산업이 위축되면서 이 수요가 재화 산업으로 대체된 일시적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침체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하반기에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기간 소비자들이 피트니스센터에 갈 수 없으니 홈트레이닝 기구를 사는 식으로 일시적 산업 변화가 일어났고 빠른 디지털화도 우리나라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수출 장기 부진에 대비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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