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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정상화'의 힘…이집트 엘다바서 '3조 잭팟'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8.25 19:00:00우리나라가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분야 수출이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해외 원전 사업 수주이기도 하다. 이번 수주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일감이 끊겨 고사 위기에 몰렸던 원전 업계에도 단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러시아 로사톰 자회사인 ASE 부사장이 3조 원 규모의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엘다바 프로젝트는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하고 러시아 ASE가 수주한 엘다바 지역의 1200㎿급 원전 4기 건설 사업이다. 한수원은 이번 사업에서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 시공을 맡는다. 원자로 부분은 ASE가 건설한다. 정부는 기자재·배관·전기계측과 관련한 국내 100여 개 업체가 이번 수주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수원은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한수원이 엘다바 프로젝트의 단독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직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위기에 몰렸다. 단독협상 대상자 선정 당시만 해도 올해 4월에 본계약 체결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계약 완료 시점이 4개월이나 미뤄졌다. 정부는 내년 8월부터 엘다바 원전 건설이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엘다바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9월 중 원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계약 체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원전의 우수한 기술력과 안전성, 탄탄한 공급망이 입증됐다”며 “이번 계약이 어려움을 겪는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부터 발로 뛰면서 우리의 우수한 원전을 알리겠다”며 “원전산업이 국가 핵심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고사 직전' 원전업계에 단비…기자재·시공 100여개 업체 숨통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8.25 19:00:00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일감 절벽’에 몰렸던 국내 원전 업계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5년간 일감이 끊기면서 국내 원전 업계는 사실상 고사 상태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탈원전 5년이 남긴 후유증은 심각하다. 우선 원전 업계의 90%를 차지하는 원전 중소기업의 매출과 인력은 반 토막이 났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환경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문턱이 많아 준공 시기를 장담하기 힘들다. 이번 수주가 원전 업계에 ‘가뭄 속 단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와 이에 반발하는 러시아의 보복 등 ‘러시아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 수주의 가장 큰 의의로 ‘원전 생태계 복원’을 꼽았다. 실제 이번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는 신한울 3·4호기 등 국내 원전 건설 착수 및 발주가 본격화되기 전 일감 창출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의 지속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업계는 초토화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매출은 2016년 5조 5034억 원에서 2020년 4조 573억 원으로 4년 새 1조 원 넘게 줄었다. 수출 계약 금액은 같은 기간 1억 2641만 달러에서 3372만 달러로,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인력 역시 2만 2355명에서 1만 9019명으로 줄었다. 원전 경쟁력은 뒷걸음질을 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원자력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탈원전 이전 대비 원전 경쟁력이 65%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조사에 응한 31개사 중 51.6%는 탈원전 이전보다 원전 산업 경쟁력이 30~40% 하락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로 원전 기자재 및 시공 업체들은 긴급 수혈을 받게 됐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정부에서도 예비품 등을 조기 발주하며 일감 공급에 노력하고 있었지만 이번 수주는 무너진 원전 생태계 복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자재·배관·전기계측 분야의 국내 100개 업체가 수혜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인 정동욱 중앙대 교수 역시 “지금 창원의 원전 관련 중소기업은 고사 일보 직전”이라며 “이들 기업의 회생에 엘다바 프로젝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8월 엘다바 원전 사업이 첫 삽을 뜰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엘다바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올해 9월 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기자재 조달을 위한 계약도 조만간 추진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체코·폴란드 원전 수출에도 순풍이 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이후 13년 만에 성사된 원전 수출이다. 엘다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민관이 협업해 원전 수출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세일즈’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집트에서의 건설 경험은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UAE에서 증명된 우리 원전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 향후 추가 원전 수출 가능성을 높여주는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원전은 계획된 공기와 예산 준수로 세계적으로 신뢰성이 높다. 특히 탄탄한 공급망과 기술력 덕분에 원전 수출 관련 주요 5개국 중 가장 낮은 건설 단가를 자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 비용은 1㎾당 2410달러인 반면 중국은 3222달러, 프랑스와 미국은 8600달러에 달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엘다바 원전 수주는 UAE 바라카 원전에서 보여준 한국의 우수한 건설 역량과 사업 관리 능력을 입증받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러시아 리스크는 불안 요소다. 엘다바 원전 주 사업자는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의 자회사인 ASE다. 이번 수주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됐던 부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다. 원전 사업에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미국 등 주요국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금융 제재를 강화했다는 점도 걸림돌로 평가받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국과 러시아는 원전 건설 관련 협력이 거의 없었다”며 “원자로 대신 터빈 건물만 시공한다지만 국제사회의 눈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원전 건설 사업은 10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 사이 국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러시아가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엘다바 건설 프로젝트의 건설 비용은 러시아가 85%, 이집트가 15%를 담당한다. 박 차관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와 원만히 협의가 됐다”고 밝혔다. -
차입금·사채만 6개월새 30조↑.. 한전의 '빚 돌려막기' 신공 [양철민의 경알못]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8.25 07:00:00한국전력이 천연가스와 같은 에너지 가격 급등 와중에 전기요금은 제대로 올리지 못하며 ‘빚으로 빚을 막는’ 차입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만기이자액을 포함한 한전의 차입금 및 사채 규모가 30조원 이상 급등하는 등 한전이 조만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올 상반기 차입금 및 사채규모는 122조3508억원으로 지난해 말대비 30조원 이상 늘었다. 한전의 차입금 및 사채 규모는 2019년(80조3997억원)과 2020년(82조3262억원)만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관리돼 왔으나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본격 드러난 2021년 91조9504억원까지 늘었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14조3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손실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한전의 이 같은 부채 규모는 이후에도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 7월 액화천연가스(LNG) 1톤당 수입가격은 1034달러로 1년전(498달러) 대비 2배 이상 치솟은데다, 이달 넷째주 호주 뉴캐슬 연료탄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1톤당 436달러를 기록중이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사흘간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선언 한 후, 가스가격이 1년전 대비 10배 이상 치솟은 1MWh당 280.2유로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거래액은 7조544억원으로 1년전(5조1481억원) 대비 40% 가량 껑충 뛰기도 했다. 지난달 전력거래량(5만983GWh)과 지난해 7월 전력거래량(5만360GWh)은 전력거래액과 달리 큰 차이가 업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기요금은 오는 10월 1kWh당 4.9원 인상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결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달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가격이 높으면 발전단가도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으며 한전 적자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추가로 물가수준을 지켜보고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획재정부 또한 물가 자극 우려로 전기요금 인상에 소극적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측은 정부가 지난해 첫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내년 전기요금이 2배 가까이 오를 것이라 기대중이다. 현재 전기요금은 직전 1년의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에 기초해 산출되는데, 최근 1년새 연료비가 2배 가량 급등하며 기준연료비 또한 대폭 상승이 불가피한 구조다. 실제 한전 내부분석결과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1%p 오를때 마다 이익이 2946억원 늘어나는 만큼, 2배 이상 전기요금을 올려야 올해 발생한 손실(약 30조원)을 만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정부는 올해처럼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내년도 기준연료비 인상을 억누를 가능성이 높다. 한전 적자 보전을 위한 재정투입 카드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관련 법 개정으로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늘리고, 이후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대는 일종의 ‘기우제(祈雨祭)’식 대응을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 -
[무언설태] 이재명 “아내, 사적 도움은 사죄”…말 한마디로 덮을 사안인가요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2.08.24 18:14:02▲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출석한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해 “아내가 공무원으로부터 사적 도움을 받은 점은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아내가 법인카드를 쓴 적이 없다”면서 “카드는 배 모 비서관이 쓴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내의 불법 혐의를 전면 부인한 셈인데요.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최대 5억 원이 넘는 국고 손실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으니 ‘사죄’ 한마디로 얼렁뚱땅 넘어갈 사안은 아닌 듯 합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자신의 탄원서 내용을 비판하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핸드폰 열고 오매불망 체리따봉이나 많이들 기다리시기 바란다”고 비꼬았습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역사는 반복된다. 유승민 (전 의원을) 악마화해서 유승민 잡으러 다닌 정부가 유승민 때문에 무너졌나”라며 이 같이 주장했는데요. 앞서 이 전 대표는 법원 탄원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비상 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공격했습니다. 이에 당내에서 친이준석계로 꼽혔던 정미경 전 최고위원마저 “윤석열 정부가 신군부라면 이준석 대표 지금 이렇게 떠들도록 놔두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에게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이나 미래 비전, 거대 야당에 대한 비판 등도 들을 수 있을까요.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수급 관리 감사에 나서는 데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감사원의 선전포고”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우 위원장은 24일 비대위 회의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은 지난 4월에 감사원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사항인데 보복성 감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백신 수급 감사에 대해서도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 위원장은 “여러 월권 행위에 대해 법률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는데요. 거친 말로 반발하기 전에 감사원이 감사에 나선 이유부터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
[목요일 아침에] 국민은 기다리고 있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2.08.24 18:12:22요즘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지만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잔뜩 기대를 걸었던 법인세율 인하나 규제 완화도 말만 무성할 뿐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불법행위에도 공권력은 뒷짐만 지고 있어 “정권 교체로 달라진 게 뭐냐”는 한탄이 쏟아진다. 기업인들이 대통령 지지율만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국민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세제 개편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 1주택자의 공제액을 14억 원으로 올리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 1주택자 혜택을 주는 특례 조치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올해 종부세를 얼마나 내야 하는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미증유의 복합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많은 경제 대책을 내놓았다. 민생 안정 100대 프로젝트, 물가 안정 대책,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세제 개편안, 추석 민생 안정 대책 등이 잇따랐다. 하지만 국민 사이에서는 정책 변화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국정의 큰 그림과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민간과 시장 위주의 정책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 윤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성장’이라는 경제정책 기조를 내세웠다. 법인세율 인하, 규제 혁신, 반도체 산업 육성, 탈원전 폐기 등도 내놓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국정 비전을 위해 어떤 공약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국민은 잘 모르고 있다. 반면 대다수의 국민은 고물가와 부채 더미에 짓눌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열심히 뛰고 있다는 정부 얘기가 제대로 먹히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내놓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대표적인 사례다. 거창한 방향과 목표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기 같은 알맹이가 빠졌다. 부동산 대책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시장의 눈치만 살피느라 뜨뜻미지근한 정책만 쏟아낸다는 것이다. 국민이 윤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과거 정권과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되찾고 하루빨리 경제를 살리라는 주문이었다. 이는 새 정부의 최대 지지 기반이자 국정 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정권 초기의 금쪽같은 시기를 인사 논란과 내부 갈등으로 허비하고 말았다. 이제는 반성과 쇄신을 통해 국민에게 구체적 성과를 보여야 할 때다. 어떤 좋은 정책도 국민의 폭넓은 공감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그러자면 더 이상 전 정부 탓, 야당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집값을 다락같이 올려놓고 반성은커녕 투기꾼 탓으로 돌려버린 전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현 정부의 시대적 소명인 교육·연금 개혁을 주도해 나갈 교육·보건복지부 장관 인선도 서둘러야 한다. 수장의 지시가 중요한 공직 사회를 움직이려면 인사가 만사라는 교훈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이제는 내각과 대통령실이 심기일전해 국정 과제 등 국민께 약속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체감할 성과는 말이 아닌 실천이 앞서야 의미가 있다. 그러자면 한눈팔지 말고 오직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면서 기업과 노동계, 국민 모두에게 고통을 분담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거대 야당을 더 자주 만나 설득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은 국민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위기를 돌파할 정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국민은 새 정부가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누구나 체감할 만한 가시적 성과를 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세상은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
빚으로 버티는 한전…'차입금·사채' 반년 만에 30조 불었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8.24 17:46:21한국전력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한 탓에 재무구조 악화가 누적되면서 빚을 내 빚을 돌려 막는 차입 경영의 굴레에 빠지고 있다. 특히 최근 6개월 새 만기 이자액을 포함한 한전의 차입금 및 사채 규모가 30조 원 넘게 급등하며 비상등이 켜지자 급기야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올 상반기 차입금 및 사채 규모는 122조 3508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조 원 이상 증가했다. 한전의 차입금 및 사채 규모는 2020년(82조 3262억 원)만 해도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돼왔으나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본격화된 2021년 91조 9504억 원까지 늘었다. 문제는 한전의 부채 규모가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7월 액화천연가스(LNG) 1톤당 수입가격이 1034달러로 1년 전(498달러) 대비 2배 이상 치솟은 데다 이달 호주 뉴캐슬 연료탄 가격 역시 역대 최고치인 톤당 43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내 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10배 이상 치솟은 상태다. 전기 생산 단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전기요금은 10월 1㎾h당 4원 90전 인상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결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공공요금을 연거푸 올릴 경우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은 30조 원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정부가 지난해 처음 도입한 연료비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내년 전기요금이 2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 내부 분석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이익은 2946억 원 늘어난다. 반면 정부는 올해처럼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내년도 기준연료비 인상을 억누를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한전 적자 보전을 위한 재정 투입 카드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늘린 뒤 에너지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일종의 ‘기우제’식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22일 국회에 출석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가 연말이면 여력이 남지 않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필요하다.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감사원, ‘백신수급·탈원전’ 감사한다…文정부 전방위 압박
정치 정치일반 2022.08.23 15:44:01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코로나19 백신 수급·관리 실태와 ‘탈(脫)원전’ 정책을 하반기 감사 계획에 포함시켰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정기 감사기관으로 선정해 전임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기관 감사에도 칼날을 벼르는 모습이다. 감사원은 23일 감사위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하반기 감사운영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우선 코로나19가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초래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의 감염병 대응 실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기간 품귀 현상을 보였던 코로나19 백신 및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의 수급·관리 실태를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감사원은 2020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와 전화 통화를 하고 백신 4000만 회분 공급 등에 합의했지만 지난해 2분기 11만 2000회분만 들어온 배경 등을 집중 감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지난해 7~8월 두 달간 수차례 이어져 국내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감사원은 최근 발전 비중이 높아진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도 점검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 및 효율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앞서 감사원은 2020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각종 계획 수립 실태’ 감사를 실시하고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위법이나 절차적 하자는 없었다는 감사 결과를 지난해 3월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감사는 결국 약 1년 5개월 만에 재감사에 나선 것으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이른바 ‘타깃 감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전체를 다시 한 번 볼 필요가 있어 다시 감사하게 된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 정책이 만들어진 2014년 이후부터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다음 달 국가 통계 시스템에 대한 감사에도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기간 발생한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 등 국가 통계의 정확성 논란을 감사할 계획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올해 5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 질의에서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3분기에 감사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현재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버티기 논란 속에 권익위에 대한 특별 감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출연?출자 기관 경영 관리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 △국세 부과 행정 및 관행 개선 △소극 행정 개선 등 규제 개혁 추진 △대학 평가 제도 및 학사 규제 운영 △개인 정보 보호 추진 등에 대해서도 하반기 중 감사한다. 기관 정기 감사 대상에는 공수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추가했는데 각각 통신 자료 조회 논란과 소쿠리 투표 사태 등을 감사할 가능성이 있다. -
[사설] 과도한 러·중 의존으로 늪에 빠진 독일, 반면교사 삼아라
오피니언 사설 2022.08.20 00:00:00유럽의 부국인 독일 경제가 늪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줄고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대중(對中) 수출 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수출 전략이 무력화하면서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 노동·복지 개혁을 추진하기 직전까지 고실업·저성장으로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6일 독일이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5월 독일의 무역수지는 10억 유로 적자로 통독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유로존 경제는 0.7% 성장했지만 독일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독일 경제가 휘청거리게 된 것은 에너지를 러시아에, 수출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전략 탓이 크다. 독일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에너지원을 대체하기 위해 천연가스 사용량 중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대(對)러시아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면서 러시아산 공급량이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으로 독일의 전체 수출액 중 대중 수출 규모는 8%에 달한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독일 제조 업체들은 공급망 차질과 대중 수출 감소 문제에 부딪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최근 “과거에 부주의하게 ‘한 바구니에 모든 것을 담지 말라’는 경제학 원칙을 저버렸다”며 공급망·수출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중 수출 비중이 23.2%에 달하는 한국은 ‘차이나 리스크’로 독일보다 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사드·요소수 사태에서 깨달았듯이 중국 의존이 커지면 그들의 경제 보복 시도로 우리는 심각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독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중국에 과도하게 치우친 무역·투자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와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와의 공급망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 -
대통령기록관 하루에 두차례 압수수색 …'文수사'로 향하나
사회 사회일반 2022.08.19 16:54:47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9일 하루에만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전일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고 불과 하루 만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경제성 조작 의혹,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등 기존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이지만 시점도 시점이고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이 보관돼 있는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은 총장 직무 대리인 이 후보자의 재가를 거쳤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와 대전지검 형사4부(김태훈 부장검사)는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각각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기록관리과 사무실 등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동료 선원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에 강제로 돌려보낸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대북 라인·국가정보원 등 고위급인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이 관련 혐의로 국정원 및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의 수사 초점은 북송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가 어떤 의사결정과 지시를 내렸는지에 맞춰져 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어민들이 탑승한 탈북 선박이 나포된 지 이틀 만에 북송 방침이 결정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어민들이 나포되기 하루 전 청와대가 대통령 순방 전에 조사·보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정원에 ‘중대 범죄 탈북자 추방 사례’를 문의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어민들에 대한 정부합동조사와 상관없이 ‘윗선’에서 이미 북송 방침을 세운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국정원·국방부·통일부 등의 컨트롤타워이자 북송 결정을 내렸던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련 기록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 확보에 나섰다. 청와대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어떤 위법한 지시를 내렸는지가 핵심이다. 수사팀은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사건을 수사해왔지만 김오수 체제의 대검찰청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고하는 등 진상규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현재 검찰은 당시 결정권자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추가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은 한편 ‘윗선’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다. 관련 사건으로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수현 전 사회수석,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박원주 전 경제수석 등이 고발돼 있다.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통상 압수수색과는 달리 지방법원이 아닌 관할 고등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깐깐한 절차를 거치는 만큼 이전 정부까지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단 일곱 번에 불과했다. 역대 압수수색 5건 중 1건이 이날 이뤄진 셈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통상적으로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윗선’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고등법원장이 엄격한 요건으로 영장을 살피는데 발부됐다는 것은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 후보자의 보고·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한 이유는 범죄 혐의점을 찾아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총장 직무대리를 수행하면서 인사청문 절차를 수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전 정권을 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설] 국민·역사 바라보면서 경제 도약·안보 위해 분골쇄신하라
오피니언 사설 2022.08.18 00:01:01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면서 국정 쇄신을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그 뜻을 받들겠다”면서 “앞으로 분골쇄신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실망·분노와 정권 교체 열망으로 탄생했으나 아직 국민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30% 전후에 그쳤다. 새 정부가 내세운 자유민주주의, 민간 주도 시장경제, 한미 동맹 격상, 탈원전 폐기 등 정책 총론은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도어스테핑 등 소통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만 5세 입학’ 등 정책 혼선과 부실·편중 인사 논란, 대통령의 말실수, 집권당의 내분 격화, 경제난 심화 등으로 민심을 잃었다. 하지만 이제 100일이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 남은 1700여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초반의 국정 혼선을 성찰하면서 경제 위기 극복과 구조 개혁에 매진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한국이 맞닥뜨린 현실은 엄중하고도 냉혹하다. 문재인 정부의 이념에 편향된 포퓰리즘 정책과 규제 사슬, 친노조 정책 등으로 잠재성장률은 2%로 추락했다. 또 신(新)냉전과 블록화가 가속화하면서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아야 선진 부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경제 도약을 이루려면 과학기술 초격차 확보와 인재 양성, 노동·규제·연금·교육 개혁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독일 사민당이 노동 개혁을 하다 정권을 17년간 놓쳤지만 독일 경제와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했다”며 노동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 하르츠 개혁을 밀어붙여 ‘독일병’을 치유했다. 윤 대통령은 또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공공 부문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불굴의 의지를 갖고 이를 실천해가야 한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의 국익과 안보·평화를 지키려면 주변 강국들과 북한이 도발할 수 없도록 압도적인 힘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는 한편 한미 동맹 격상과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 복원으로 가치 동맹을 더 굳건히 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개한 대북 로드맵의 의미를 설명하며 “북한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만 보여주면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협상에 나서고 비핵화를 약속하더라도 그것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 북한은 과거에도 말로만 한반도 비핵화을 약속하고 핵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왔다. 윤 대통령이 대북 관련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지 이틀 만인 17일에도 북한은 한미 연합 훈련 재개 등에 반발하면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핵 동결이 아니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 의지를 분명히 보일 때까지 섣불리 대북 제재의 기본 틀을 깨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4년 9개월 동안 국민과 역사를 바라보면서 위기 극복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분골쇄신해야 한다. 경제 도약과 안보 강화, 공정·법치 확립 등을 성공시켜 나라를 정상화하는 것이 정권 교체를 완성하는 길이다. -
54분 진행된 첫 회견…질문 시간 부족 지적도 [100일 기자회견]
정치 대통령실 2022.08.17 16:28:00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즉문즉답을 하는 등 ‘즉흥성’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질의응답 시간이 짧아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올 기회가 줄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 기자회견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에 맞춰 회색 정장과 분홍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했다. 당초 회견은 모두발언 15분, 질의응답 25분 총 40분으로 계획됐지만 각각 약 20분, 34분으로 길어져 총 54분 동안 진행됐다. 통상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사용됐던 프롬프터는 등장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준비한 원고만을 가지고 연단에 서서 지난 100일간의 성과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이 출입 기자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길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질문 주제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질문자는 강인선 대변인이 선정했다. 윤 대통령은 120여 명의 기자들 중 지목된 12명의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간상) 원래 질문은 7개 정도 받으려 했었는데 대통령이 12개를 받았다. 대통령실에서 많이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퇴장했다. 반면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회견 동안 모두발언만 20분에 달해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 등 민감한 현안 질문들이 빠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질문 내용들은 지지율, 외교·안보 등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민간 주도 성장, 탈원전 폐기 등 전 정권과 차별화 되는 국정 성과를 일일이 소개했다. 최근 국정 지지도의 하락 배경에 새 정부의 정책 홍보가 미흡했다는 대통령실의 분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평가도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치 갈등에 가려져 있었던 정책 성과를 국민께 잘 설명한 자리였다”며 “지난 정부와 결별한 정책 기조의 전환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모두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에 그쳤다”며 “기자와의 질의응답 시간도 단지 34분으로 제한돼 국민적 의혹과 논란에 대한 충분한 질문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尹 "국민 숨소리 놓치지 않겠다…저부터 더 분골쇄신”
정치 대통령실 2022.08.17 11:37:11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응원도 있고, 따끔한 질책도 있었다. 국민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늘 국민의 뜻을 최선을 다해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가진 첫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난 휴가 기간 정치를 시작한 후 1년여의 시간을 돌아봤고,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지지율 급락에 따른 반성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당면한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지지율이 계속 낮은 수준이다. (대선에서) 대통령에게 표를 준 사람의 절반 가까이 석 달 만에 떠나간 이유를 대통령 스스로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원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지지율 자체보다 여론 조사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휴가를 계기로 해서 지금부터 다시 다 되짚어 보면서 어떤 조직과 정책과 이런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짚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 논란을 지적하는 질문에도 “돌아보면서 다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지금부터 벌써 (검토를) 시작했지만 그동안 우리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성과 부각한 모두발언 윤 대통령은 약 20분 간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100일의 국정 성과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출범하고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며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어 가는 위기 상황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고,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산업의 고도화, 미래 전략산업의 육성에 매진해왔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새 정부에서 전임 정권의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경제와 관련해선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 정책을 폐기했다”며 “경제 기조를 철저하게 민간·시장·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했다. 경제의 기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바꿨다. 상식을 복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도 “일방적이고 이념에 기반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원전 산업을 다시 살려냈다”며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재개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주거 정책과 관련해서는 “주택 급여 확대, 공공 임대료 동결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켰다”며 공급을 막아온 각종 규제들도 정상화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폴란드 방산 수출, 누리호 발사 성공, 김포-하네다 항공노선 재개, 5000억 원 규모의 백신펀드 조성 계획 마련, 추경안 긴급 편성, 민정수석실 폐지 등을 그간 정부의 성과로 밝혔다. 이준석 사태 질문엔 “다른 정치인 발언 못챙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가 최근 윤 대통령도 직접 겨냥해 여러 지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여당 내에서 집안싸움이 이어진다면 국정 운영에도 상당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저는 작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뒷북경제]시총보다 많은 반기 손실액.. ‘이상한 공기업’ 한국전력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8.14 09:00:00한국전력이 올 2분기에만 6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상반기 총 영업손실액이 14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등 주요 연료원 가격이 1년새 2배 이상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소폭 오르는데 그쳐 역대 최대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연료비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반면 전기요금은 오는 10월 1kWh당 4.9원 오르는데 그칠 전망이라 한전이 올해 30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한전 상반기 영업손실 14.3조.. 시가총액 뛰어넘었다 한국전력은 올 상반기에 매출 31조9921억원, 영업손실 14조30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밝혔습니다. 한전 측은 “매출액은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조정에도 불구하고 3조3073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영업비용은 연료가격 급등 등으로 17조4,233억원 증가한 것이 이 같은 실적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1톤당 57만7000원 수준이었던 LNG 가격은 올 상반기 134만4000원으로 132% 껑충 뛰었습니다. 유연탄 가격도 올 상반기 1톤당 318 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21%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발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늘어나며 기타 비용까지 9119억원 증가했습니다. 반면 전기요금은 이 같은 원가 상승분을 거의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앞선 문재인 정부는 기준연료비(1kWh당 9.8원)와 기후환경요금(1kWh당 2.0원) 인상분을 올 1월부터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했으나, 반영시점을 늦추는 꼼수를 부렸기 때문입니다. 한전은 이에 따른 손실액만 올 상반기 2조3000억원 정도로 추정 중입니다. 한전의 전기료 인상요구.. 9번 묵살한 文 정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에 따르면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올 6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참석해 ‘지난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민생 상황과 물가를 고려해 올리지 말라고 했으며 결국 한 번 승인해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렀습니다. 특히 올 1월 전기요금은 1kWh당 총 11.8원을 올려야 했지만, 정부는 대통령 선거 이후인 4월과 10월에 인상분을 나눠 반영토록 하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이전정부는 분기마다 결정되는 실적연료비 인상 요구 또한 묵살하며 ‘탈원전 청구서’ 관련 비판을 피하려 애써왔습니다. 당시 전력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했지만, 경제부처 수장인 기획재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억누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피해액은 천문학적입니다. 원전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원전 이용률이 이전 정부 대비 10%포인트 낮다는 점에서, 탈원전 정책 관련 직접 손실액만 연평균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 중입니다. 여기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한울1·2호기 준공 지연 등에 따른 발전량 감소분까지 감안하면 이전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매년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같은 정부 정책 여파로 한국전력이 올 상반기 기록한 영업손실 규모는 14조3033억원에 달합니다. 한전의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14조1874억원) 규모를 뛰어넘습니다. 물론 한전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연료비 가격 급등이지만, 석탄·천연가스와 같은 연료비는 한국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입니다. 반면 이전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지 않고 전기요금 현실화 등을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실시 했다면 한전의 적자 요인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즉 이전 정부에서 충분히 통제가능했던 내생변수를 잘못 다뤄 한전의 손실을 키운 셈입니다. 전기료 2배↑ vs 대규모 재정투입.. 고난도 ‘밸런스 게임’ 결국 잘못된 에너지 정책에 따른 부담은 국민이 짊어지게 됐습니다. 우선 전기요금 급등이 예상됩니다. 정부는 전년도 연료비를 기준으로 전기요금의 기준지표가 되는 기준연료비를 산출하는데, 지금과 같은 연료비 구조하에서는 내년 1월 전기요금은 올해 대비 2배 가량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 상반기 한전의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용은 33조725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6% 뛰었습니다. 한전에 정부 예산이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한전의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32.9%)과 기획재정부(18.2%)로 정부 지분이 과반을 차지합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한전 측에 6680억원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당시 한전 영업손실 규모는 올해 한전의 연간기준 영업손실 추정치의 10분의 1에 불과한 2조7980억원이었습니다. 산업부 등은 대통령실이 앞장서서 물가안정에 ‘올인’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기 부담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이 때문에 한전의 재무개선을 우선적으로 요구 중입니다. 한전은 정부 압박에 자산 및 일부지분 매각, 투자시기 조정, 비용절감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말 그대로 ‘대증요법’에 불과합니다. 한전이 영업비용에서 감축가능한 부분은 수선유지비 등 전체 비용의 3.9%에 불과한데다 투자시기 조정 등은 자칫 송배전망 구축 지연으로 정전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전 정권의 정책코드에 발맞춰 한전의 요금인상을 억누른 정부가, 현정권에서 한전의 방만경영을 지적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정부는 법률개정을 통해 한전의 사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한국전력공사법 16조는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규정해 놓아, 올 연말께에는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이같은 경영방식이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이 또한 한전의 재무제표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국가 대표 공기업인 한전의 신용등급 하락은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한전 측은 이와 관련해 “한전의 경영 혁신을 전제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포함한 에너지 비용의 사회적 분담 방안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전력도매가격을 안정화해 민간 발전사의 과도한 이익을 규제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물가 우려에 요금 인상 '난망'…한전, 이대론 올 '30조 적자'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8.12 17:51:07“지난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했는데 민생 상황과 물가를 고려해 올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결국 한 번 승인해줬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6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전기요금이 원가 대비 지나치게 낮은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렀다. 특히 올 1월 전기요금은 기준연료비 인상분(1㎾h당 9원 80전) 및 기후환경요금 인상분(1㎾h당 2원)을 더해 총 11원 80전을 올려야 했지만 정부는 대통령 선거 이후인 4월과 10월에 인상분을 나눠 반영하도록 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전 정부는 분기마다 결정되는 실적연료비 인상 요구 또한 묵살하며 ‘탈원전 청구서’ 관련 비판을 피하려 애썼다. 당시 전력 산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했지만 경제 부처 수장인 기획재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억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피해액은 천문학적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원전 이용률이 이전 정부 대비 10%포인트 낮다는 점에서 탈원전 정책 관련 직접 손실액만 연평균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한울 1·2호기 준공 지연 등에 따른 발전량 감소분까지 감안하면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매년 수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의 여파로 한국전력이 올 상반기 기록한 영업손실 규모는 14조 3033억 원에 달한다. 한전의 시가총액(14조 1874억원·12일 종가 기준) 규모를 뛰어넘는다. 물론 한전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연료 가격 급등이지만 석탄·천연가스와 같은 연료비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다. 반면 이전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지 않고 전기요금 현실화 등을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실시했다면 한전의 적자 요인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 결국 잘못된 에너지 정책에 따른 부담은 국민이 짊어지게 됐다. 우선 전기요금 급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전년도 연료비를 기준으로 전기요금의 기준 지표가 되는 기준연료비를 산출하는데 지금과 같은 연료비 구조하에서는 내년 1월 전기요금이 올해 대비 2배가량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한전의 연료비 및 전력 구입 비용은 33조 72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뛰었다. 한전에 정부 예산이 투입될 수도 있다. 한전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32.9%)과 기획재정부(18.2%)로 정부 지분이 과반을 차지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한전 측에 668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는 올해 한전의 연간 기준 영업손실 추정치의 10분의 1에 불과한 2조 7980억 원이었다. 산업부 등은 대통령실이 앞장서 물가 안정에 ‘올인’하는 상황이라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기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재부 등과 협의해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한전의 재무 개선을 우선적으로 요구한다. 한전은 정부 압박에 자산 및 일부 지분 매각, 투자 시기 조정, 비용 절감 등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말 그대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한전이 영업비용에서 감축 가능한 부분은 수선·유지비 등 전체 비용의 3.9%에 불과한 데다 투자 시기 조정 등은 자칫 송·배전망 구축 지연으로 정전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전 정권의 정책 코드에 발맞춰 한전의 요금 인상을 억누른 정부가 현 정권에서 한전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일단 법률 개정을 통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전력공사법 16조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말께는 ‘빚으로 빚을 돌려 막는’ 경영 방식이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채 발행 한도에 숨통이 트이더라도 한전의 재무제표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근본적 처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측은 이와 관련해 “한전의 경영 혁신을 전제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포함한 에너지 비용의 사회적 분담 방안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전력 도매가격을 안정화해 민간 발전사의 과도한 이익을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
연료비 급등에 침몰하는 한전.. 상반기 영업손실 14.3조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8.12 13:00:00한국전력이 올 상반기에 14조3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비 가격이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소폭 올리는데 그쳐 역대 최대 손실로 이어졌다. 연료비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반면 전기요금은 오는 10월 1kWh당 4.9원 오르는데 그칠 전망이라 한전이 올해 30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전력은 올 상반기에 매출 31조9921억원, 영업손실 14조30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한전 측은 “매출액은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조정에도 불구하고 3조3073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영업비용은 연료가격 급등 등으로 17조4,233억원 증가한 것이 이 같은 실적악화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1톤당 LNG 가격은 57만7000원 수준이었던 반면 올 상반기에는 134만4000원으로 132% 껑충 뛰었으며, 유연탄 가격도 올 상반기 1톤당 318 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21% 급등했다. 여기에 발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늘어나며 기타 비용까지 9119억원 증가했다. 반면 전기요금은 이 같은 원가 상승분을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 ‘탈원전 청구서’ 비판을 의식해 문재인 정부는 기준연료비(1kWh당 9.8원)와 기후환경요금(1kWh당 2.0원) 인상분을 올 1월부터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했으나, 반영시점을 늦추는 꼼수를 부렸다. 실제 이전 정부는 직전 연도의 연료비를 바탕으로 1년에 한번 산정되는 기준연료비 상승분은 4월과 10월에 4.9원씩 나눠서 반영토록 했다. 기후환경요금 또한 4월부터 적용토록 해, 당시 ‘3월 대선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 시기를 늦췄다’는 비판이 거셌다. 한전측은 이전 정부의 이 같은 꼼수정책에 따른 상반기 손실액만 2조3000억원으로 추정중이다. 여기에 매 분기마다 산출되는 실적연료비가 동결된 것또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올 1분기에 1kWh당 14.8원의, 2분기에 1kWh당 33.8원의 요금 인상분이 발생했다며 매분기마다 요금인상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동결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과 올 3월에 단행된 올 1·2분기 실적연료비 동결은 이전정부의 결정으로, 결국 출범한지 100일이 채 되지 않은 현 정부가 관련 부담을 모두 떠안는 모습이 됐다. 이 같은 한전의 실적악화 기조는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 정부는 올 3분기 실적연료비를 1kWh당 5원 인상토록하고 4분기부터는 기준연료비 미반영분(1kWh당 4.9원)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지만 연료비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요인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전은 올 3분기 1kWh당 33.6원의 요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했으며 현재 글로벌 에너지 수급 문제를 감안하면 4분기 요금인상 요구분 또한 1kWh당 30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규 기준연료비는 올해 대비 1kWh당 30원 이상 급등할 수 있어, 내년 1월부터 날아오는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전년 대비 2배 가량 높은 요금이 청구될 전망이다. 반면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추가 요금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법으로 제약된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늘리는 등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글로벌 연료비 가격 안정때까지 버텨보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때 처럼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중이다. 반면 올 겨울 글로벌 한파 발생 가능성 등으로 각국이 천연가스 수급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글로벌 기후변화로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어 이 같은 높은 연료비 가격이 ‘뉴노멀’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임의적으로 전기요금 가격조정에 나서는 경우가 반복돼 도입된지 채 2년이 되지않은 ‘연료비연동제’와 관련한 무용론도 다시한번 거세질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전은 글로벌 연료가격 급등으로 인한 사상 최대 영업손실 및 이에 따른 재무구조의 급격한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그룹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 위원회’를 중심으로 부동산, 출자지분, 해외사업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또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사 전반의 경영효율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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