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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1범' 몰라?…떼창 부르는 판소리 밴드 이날치

영화음악감독 장영규 주축 결성 7인 밴드

연주자 셋, 소리꾼 넷 모여 벌린 판 반응↑

'범내려온다' 중독적인 리듬에 인기 폭발

"국악 대중화? 거창할 거 없이 재미 추구"

"음악해도 평범한 삶 영위할 수 있길" 바람

11일 국립극장 여우락서 수궁가 완전체 공연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멤버들. (왼쪽부터)정중엽, 이철희, 안이호, 이나래, 권송희, 신유진, 장영규./사진=난파 제공




“범 내려온다 / 범이 내려온다 / 송림 깊은 골로 / 한 짐생이 내려온다”(이날치 ‘범내려온다’中)

반복되는 가사와 감각적인 그루브에 이내 홀려버린다. 토끼 간을 찾아 뭍으로 올라온 별주부가 호랑이와 만나는 이 익숙한 상황은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옛날 노래 판소리를 ‘힙’한 댄스음악으로 빚어낸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는 자취를 감췄던 깊은 산골 호랑이(판소리)를 불러내 무대를 접수했다.

“‘1일 1범’이라는 말을 보면 저희도 신기해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이날치의 멤버인 장영규(베이스), 이철희(드럼), 정중엽(베이스), 권송희(보컬), 이나래(보컬), 신유진(보컬), 안이호(보컬)는 ‘호랑이의 마법’에 스스로 놀라워했다. 대표곡 ‘범 내려온다’의 온스테이지의 유튜브 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180만 뷰를 넘겼다. 중독성 강한 음악에 독특한 춤사위가 더해진 감각적인 영상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 사이에서 그야말로 ‘성지’가 됐다. 영상 밑에는 ‘뭔 호랑이가 오길래 이렇게 신나냐’, ‘수능 금지곡이다’ 등 재기발랄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회수 180만뷰를 넘긴 이날치의 ‘범내려온다’ 온스테이지 영상/사진=온스테이지 유튜브 캡쳐


모든 게 ‘재미’에서 시작됐다. 2018년 음악극 ‘드라곤킹’에서의 만남이 판을 깔았다. “음악극 반응이 좋았는데, 이렇게 밴드를 만들어 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장영규)

영화 ‘곡성’, ‘암살’ 등의 음악감독 장영규, 그와 민요 록 밴드 ‘씽씽’에서 활동한 이철희,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의 정중엽, 이 세 명의 연주자와 권송희·신유진·안이호·이나래 등 서로 다른 명창을 사사(師事)한 젊은 소리꾼 넷이 그렇게 뭉쳤다. “국악의 대중화, 국악의 세계화 같은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들으면서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재료는 수궁가요, 결과는 댄스 음악인 ‘이날치’가 탄생했죠.”



처음엔 ‘그게 가능해?’라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정중엽은 “밴드인데 악기는 베이스와 드럼뿐이었다”며 “클럽에서 연습하는데 흔치 않은 이 경험이 정말 흥미로웠다”고 회상했다. 기타 파트는 과감히 없앴다. 장영규는 “화성적이지 않고 문학의 역할이 큰 게 판소리의 강점”이라며 “이 부분을 살리려면 악기 반주로 리듬을 만들고 여기에 어울리는 대목을 얹어 자르고 반복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판소리에선 길어야 1분 30초인 ‘범 내려온다’ 부분은 그렇게 중독성 있는 후크송으로 거듭났다.

즐기는 자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했던가. ‘한번 놀아보자’는 이날치의 외침에 관객은 흥으로 화답했다. 색다른 음악과 무대가 호평받으며 지난달엔 정규앨범 1집 ‘수궁가’를 냈고, 이를 기념해 단독 공연도 펼쳤다. 내달 11일엔 국립극장 여우락페스티벌의 ‘들썩들썩 수궁가’로 관객과 만난다. 무대를 채운 삼면의 스크린을 통해 곡에 맞는 감각적인 영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멤버들. (왼쪽부터) 이철희, 권송희, 장영규, 이나래, 신유진, 정중엽, 안이호./사진=난파 제공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바람은 현실적이다. “음악 하면서 공무원(국공립단체 소속 단원)을 꿈꾸는 게 아니라, 평범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안이호) “다음 앨범까지 잘 연결돼서 오랜 시간 이 밴드로 활동하고 싶습니다.”(이철희) “국가 지원금 없이 자체 활동으로 살아남는 선례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권송희) “지금의 반응이 한때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계속 확장돼 음악 시장 안에 섞이길 바라죠.”(이나래) 롱런이 쉽지 않은 음악계 현실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장영규는 “밴드 음악이 공연으로 돈 벌기엔 힘든 장르”라며 “좋은 시장이 있다면 국내외 막론하고 우리의 다음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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