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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이모티콘 연쇄 판매중지 부른 '허버허버 논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신조어, ‘허버허버’가 한 주 동안 온라인을 달궜다.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모습을 표현한 이 단어가 ‘남성 혐오’라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여파도 상당했다. 구독자 수 100만 명 돌파를 눈 앞에 둔 인기 유튜버가 해당 용어를 동영상 자막에 쓴 뒤 사과했다. 카카오는 허버허버가 포함된 이모티콘 세 개에 대해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후 ‘카카오가 여성 혐오 표현이 있는 이모티콘은 내버려 둔다’는 반발이 잇따르며 또 다른 이모티콘이 판매 중지되기에 이르렀다. 허버허버는 어떻게 이 같은 ‘문제적 단어’가 된 걸까.

‘허버허버’라는 문구를 써 판매 중단된 이모티콘. /카카오톡 캡처




◆'남성 혐오' 논란에 카톡 이모티콘 판매 중단…유명 유튜버 사과까지

허버허버가 본격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15일 카카오가 ‘망충하지만 적극적인 치즈덕’, ‘민초가 세상을 지배한다! 민초토끼!’, ‘과몰입 망붕왕! 망상토끼’ 등 이모티콘 세 개를 판매 중단하면서다. 이 이모티콘들에는 캐릭터가 음식을 먹는 모습과 함께 ‘허버허버’라는 문구가 나온다. 카카오는 복수의 이용자들에게 ‘남혐 단어를 사용한 이모티콘을 수정해 달라’는 고객센터 요청을 받고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고객센터 답변을 통해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작가 혹은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인기 요리 유튜버 ‘고기남자’가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지난해 한 영상에 ‘허버허버’를 자막으로 삽입했던 고기남자는 이 용어 사용을 두고 구독자와 갈등을 빚었다. “허버허버는 여초 사이트에서 쓰는 남성 혐오 용어”라는 구독자의 지적에 “대 혐오의 시대, 바쁜 인생살이에 시간들도 넘친다”는 댓글을 단 것이다. 이 일로 지난 11일 기준 99만 8,000명이었던 고기남자의 구독자 수는 4일 만인 15일에 88만 7,000명까지 감소했다. 결국 고기남자는 사과 영상에서 “허겁지겁 먹는 것을 위트 있게 표현한다고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서 나온 단어를 쓴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2018년부터 지난 2월까지 카카오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허버허버’를 검색한 이들의 성별 비율. /카카오톡 데이터트렌드 캡처


◆“남자친구 비하 글 이후 유행” vs “검정고무신 기영이가 원조”

그렇다면 허버허버는 정말 남성을 비하·혐오하는 단어일까. 먼저 허버허버는 표준어가 아니다. 네티즌들은 ‘양이 푸지게 많다’ ‘굉장하다’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허벌나다’에서 이 단어가 유래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급히’라는 의미를 내포한 영어 표현 ‘hubba-hubba’가 출발점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 단어가 유행하게 된 맥락이다. 남성 네티즌들은 지난 2018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문제 삼는다. 해당 글에서 작성자는 “남자친구가 입을 메기같이 벌리고 허버허버 하면서 먹었다”며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고 했다. 이 글을 기점으로 남성이 밥을 먹는 모습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로 허버허버를 사용하는 이들이 생겼기 때문에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것이다. 특정 검색어의 검색량을 분석해주는 서비스 ‘카카오 데이터트렌드’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이 단어를 검색한 이들 중 76%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버허버를 주로 사용하는 성별이 여성인 것만큼은 사실인 셈이다.

하지만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이 단어는 2018년께 만화 ‘검정 고무신’의 주인공 기영이가 눈물을 흘리며 바나나를 먹는 모습을 허버허버라고 표현한 게시물이 인기를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한 만큼, 특정 성별에 대한 비하 의도 없이 쓰이는 표현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 등에 허버허버를 검색해 보면 ‘밥을 너무 허버허버 먹는 것 같다’, ‘허버허버 먹게 되는 맛집’ 등 자신이 급하게 음식을 먹는 행위를 표현할 때 이 단어가 주로 쓰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에 ‘기영이 허버허버’를 검색하면 표출되는 관련 사진들. /구글 캡처


◆"판매 중단 기준 납득 안 돼" 비판에 또 다른 이모티콘 삭제까지

일각에서 카카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위근우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허버허버는 근거가 명확하지도 않은 남성들의 주장을 굴지의 IT 기업이 바로 주워먹는 모습에 대한 부사”라는 글을 올려 카카오의 이모티콘 판매 중단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허버허버가 문제 되면 지금 판매 중지해야 하는 이모티콘이 많을 것" "카카오는 'ㅗㅜㅑ('오우야'의 모음만 따온 글자로 타인의 신체를 평가할 때 주로 쓰는 신조어)' 표현이 있는 이모티콘은 왜 막지 않느냐" 등 카카오의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19일 ‘ㅗㅜㅑ’ 표현이 들어간 ‘스웨크한 옥쨩의 SNS티콘’을 판매 중단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해당 이모티콘을 판매 중지해달라는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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