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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료 플랫폼 '타다 사태' 재연 우려…소비자만 피해 볼 판

동물병원 진료비 '들쭉날쭉'에

소비자, 플랫폼 만족도 높은데

수의사회 등은 "시장 질서 왜곡"

개별 병원 압박에 20%는 해지

플랫폼 업계 "정보제공은 합법"

전문가들도 "상생방안 마련을"

사진=이미지투데이




# 30대 여성 A 씨는 이달 초 동물병원으로부터 자신의 애완견이 슬개골 탈구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알아보던 A 씨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친구에게서 동물병원 의료비 견적을 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소개받았다. 앱을 내려받고 인근 병원들의 수술비를 비교해본 결과 평소 이용하던 병원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싼 게 비지떡’이 아닌지 의심도 들었지만 수술 직후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예후가 좋았을뿐더러 의사와 직원 모두 친절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국내 동물 의료 시스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반 병원과 달리 표준화된 진료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동물병원마다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의료비가 천차만별인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동물병원의 진료비 견적을 비교해주고 이용 후기 등을 모아놓은 플랫폼 서비스가 보호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수의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수의사회가 ‘허위·과대광고’라며 위법 소지를 제기하자 플랫폼 업계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 차원’이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 호출 서비스를 두고 택시 기사들과 갈등이 불거진 ‘타다 사태’를 교훈 삼아 수의사와 플랫폼 업계가 상생하며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르는 게 값?…‘깜깜이’ 동물 진료비=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동물병원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병원마다 제각각이다. 지난 1999년 동물병원 수가제 폐지로 진료비가 자율화되면서 진료 항목별 표준화된 정보 제공 체계도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질병으로 수술을 받더라도 병원별로 많게는 수백만 원씩 진료비 차이가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애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만 발품을 팔아가며 병원별 진료비를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동물병원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0.7%가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또 불만 요인으로 ‘과잉 진료 의심(16.7%)’과 ‘진료비 사전 고지 없음(15.8%)’ ‘진료비 과다 청구(14.1%)’ 등을 꼽았다. 이러한 빈틈을 파고 등장한 것이 동물 의료 플랫폼 서비스다. 반려동물의 상태를 기재하면 거기에 맞춰 인근 병원에서 의료비 견적을 제시받는 방식이다. 각 동물병원의 이용 후기를 모아놓은 서비스도 인기다.

◇“시장 질서 왜곡” vs “소비자 정보 제공”=하지만 플랫폼 서비스는 수의사 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일부 서비스가 과대광고에 해당할뿐더러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수의사회는 일부 플랫폼 서비스가 수의사법이 금지하는 ‘유인행위 및 허위·과대광고’에 해당하고, 환자들을 연결해주는 소셜 커머스 업체의 의료법 위반 판례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의사회는 플랫폼 업계에 공문을 보내 압박하는 한편 동물병원협회 등 관계 단체 등을 통해 개별 병원에도 플랫폼 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요청하고 있다. 동물병원 리뷰를 모아 제공하던 한 업체의 경우 수의사회의 반발이 본격화된 뒤 제휴를 맺었던 수의사들의 20%가 계약을 해지했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법조계의 해석을 빌려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중개업이 따로 규정돼 별도의 라이선스가 필요한 업종이 아니면 정보 제공 차원에서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의사회와는 별개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일선 수의사들도 적지 않다. 서울 관악구에서 S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플랫폼을 이용한 뒤 수술 예약률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40%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새로운 기회로 삼아야=전문가들은 플랫폼 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소모적 갈등보다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신회 한양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의학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결국 수의사들”이라며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창열 청년창업네트워크 프리즘 대표는 “수의사는 본인의 경쟁력을 활용한 성장 방안을 고민하고 플랫폼은 이들의 이익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진·서종갑 기자 hjin@sedaily.com,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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