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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왜 중국은 쇠락할 수밖에 없나

이상훈 국제부장

커지는 인권 요구·내부불만 잠 재우려

중화주의 부흥 외치고 철권통치 소환

검열통해 권력앞 기업 줄세우기 급급

패권 앞세운 중국몽, 헛된 환상 그칠것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 시진핑 국가주석은 톈안먼 망루에 올라 노골적으로 ‘중화주의 부흥’을 부르짖었다. 행사장에 동원된 인원만 4만 명에 달했고, 스텔스 전투기는 에어쇼를 펼쳤다. 광장이 그야말로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보면서 왜 중국의 쇠락이 예정돼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매스게임에 대한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이런저런 행사에 학교 전체가 동원돼 친구들과 ‘인간 피라미드’를 만든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것도 모르던 당시에도 ‘어떻게 하면 땡땡이를 칠 수 있을까’ 고민할 만큼 힘들었다. 그런데 철이 들어 그 시절을 복기해보면서 이런 매스게임 문화가 전체주의 사회의 한 특징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당시 모습. /EPA연합뉴스


이런 질문을 해보자. 사람들을 광장에 대거 불러 모아놓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독재 국가들이 많다. 중국은 물론 북한·러시아 등이 다 그렇다. 군사 퍼레이드를 하는 나라 치고 내적으로 단단한 나라는 없다. 내부가 부실하다 보니 외부에 적을 상정하고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래야 허약한 체제를 추스릴 수 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시진핑이 한 65분의 연설 중 ‘위대’란 단어는 53번, ‘위대한 부흥’이란 문구는 21번 나왔다. 중화주의 부흥을 외치는 모습에서 ‘위기의 중국’이 오버랩 되는 것은 필자만의 착각일까.

21세기에 ‘중화주의’라는 ‘감성적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부터가 시대착오적이다. 역설적으로 시진핑이 ‘도광양회’ 하며 속을 감추지 않고 ‘중국몽’을 통해 어설픈 야욕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현재의 중국은 세계의 리더가 될 만한 어떠한 보편적 철학도, 가치도 갖고 있지 않은 나라다.



중국의 딜레마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를 담아낼 수 없다는 데 기인한다. 먹고살 만한 나라는 필연적으로 민주주의를 요구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이런 요구를 제대로 관리할 만한 역량이 없다. 위구르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56개나 되는 소수민족이 너도나도 들고 일어나면 중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래서 시진핑이 찾은 해답은 27년간 종신 집권하며 철권 통치를 한 ‘마오쩌둥의 소환’이다. ‘부유해진’ 중국이 마오쩌둥을 소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을 누르지 않는 이상 ‘시진핑의 중국’은 생존하기 어렵다. 홍콩 빈과일보가 괜히 폐간된 게 아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미래는 장밋빛이 아니다. 이미 시진핑은 권력 앞에 기업을 줄 세우고 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시범적으로 손봤고, 이제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팔을 비틀고 있다. 그간 통제가 안 됐던 기업에 대한 시진핑의 바닥 훑기식 검열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당시 모습. /EPA연합뉴스


자율 경쟁이 없는 곳에 혁신이 숨 쉴 리 만무하다. 기업인이 공산당에 의무 가입하고 경쟁보다 공산당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야 하는 이상 제대로 된 글로벌 기업의 탄생은 어려워질 게 틀림없다. 과거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서 경제를 이끌어왔던 중국이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반열로 도약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얘기다.

서구권의 노골적 중국 견제 속에 중국의 우군을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중국과 국경선을 마주한 14개국 가운데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웃을 힘으로 누르는 중국,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눈감는 중국, 거짓이 일상이 돼 통계조차 믿을 수 없는 중국을 지지할 정상적인 나라가 얼마나 될까. 중국에 대한 환상을 깰 필요가 있다. 내부 사정에 맞춘 특수한 독재란 세상에 없다. 독재는 그저 독재일 뿐이다.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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