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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전력 네트워크

풍력발전기는 해안가보다 해상에 설치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하지만 해상풍력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가져와야 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 그 해답이 있다.

약 1만년 전에 끝난 마지막 빙하기 '뷔 름 빙기' 때 높이가 무려 1.6㎞나 되는 빙하가 북미대륙 동부 연안을 지나며 돌과 모래 등의 해저 잔해 수십 ㎦를 밀어냈다. 덕분에 이곳의 해저에는 최대 64㎞나 되는 평탄한 지반이 만들어 졌다.

여기에 얕은 수심과 많은 바람 이 부는 지형적 조건이 더해지며 이곳 은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 건설의 최적 지가 됐다. 앞으로 모든 사안이 잘 해 결된다면 바다 위에 세워진 무수한 풍 력발전기에 의해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화력발전의 비중을 획기적 으로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해상 풍력발전은 산이나 해안, 즉 육지에 발전터빈을 세우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탁월한 이점이 있다. 주변 지형의 변화에서 자유로우며 바람이 한층 강하고 꾸준히 불어와 발전효율도 높다.

특히 아주 맑은 날씨가 아니 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곳 에 발전기를 세워 환경론자나 님비 (NIMBY)족들의 저항을 잠재울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난제가 있다. 바다 에서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가 있는 육지로 가져와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메릴랜드의 전송 선로 기업인 트랜스-일렉트는 뉴저지주에서 버지 니아주 남부에 걸친 총연장 560㎞의 해저 전력망을 건설, 이의 해결을 모색 중이다. '대서양 풍력 커넥션(Atlantic Wind Connection, AWC)'으로 명명 된 이 프로젝트는 무려 50억 달러의 자 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설이 완료되 면 최대 6GW의 전력을 해상풍력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이는 웬만한 석탄 연료 화력발전소 10개소에 해당하는 전력생산량이다.

현재까지 구글 계열사 구글에너 지와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가 AWC프로젝트에 관심을 표명한 상태 로 트랜스-일렉트는 2013년 1단계 공 사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8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1단계에 서는 2016년 가동을 목표로 델라웨어 만과 애틀랜타를 잇는 240㎞ 구간에 해저 전력망이 설치된다.

이 같은 AWC의 혁신성과 잠재력을 이해하려면 해상풍력발전 시스템의 구 조를 알아야 한다. 먼저 해상 풍력단지 에서는 한 무리의 풍력발전기들을 교 류 송전 케이블로 연결해 지상으로 전 력을 전송한다. 교류 케이블을 쓰는 것 은 지상의 전력 인프라가 교류로 돼 있어 현존 풍력발전기의 대다수가 교류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류 케이블은 단거리 송전 시에만 효율적이다. 설치 장소가 지하 나 수중이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교 류 케이블만 사용해 육상으로 전력을 전송할 경우 육지와 가까운 장소에 풍 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해 발전단지 입지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반대로 바람이 세고 풍량도 많은 곳은 교류 송전 케이 블로는 감당키 힘들만큼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이때는 교류 케이 블에 더해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전압 변환기와 고압 직류 케이블이 필요하다. 풍력발전기가 생산한 교류를 직류로 변환한 뒤 지상으로 전달하고 지 상에서 다시 교류로 바꾸는 방식이다.

AWC가 바로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AWC의 진가는 하나의 다 방향 해저 전력망에 다수의 직류 송전 시스템을 연결하는 설계적 혁신성에서 빛을 발한다. 해상 풍력발전기와 육상의 소비자를 잇는 AWC의 규모와 복잡 성은 그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이 송전 네트워크의 교차점에 해당 하는 전압 변환기는 연안에 설치되는 데 거대한 박스형 스테이션에 넣어 악 천후에도 정상 작동을 보장받을 수 있 도록 설계됐다.



또한 각각의 전압 변환 스테이션은 또 다른 해상풍력단지 및 그곳의 전압 변환 스테이션과 연결돼 있어 풍력발전기가 만든 전력이 이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고가며 지상의 전 력망으로 전송된다. 이렇게 각 전압 변환 스테이션은 자 신이 담당하고 있는 지상의 전력수요 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생산한 전력 보다 수요가 크면 다른 곳의 전력을 공 급받아 충당하며 그 반대의 경우에는 남는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 있 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AWC는 미국 동부 연안의 전력공급 능력을 안정시 켜 전기료 상승이나 절전, 단전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AWC를 활용하면 새로운 송전 케이블이나 인프라의 구 축 없이도 신규 풍력발전기를 손쉽게 육상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다. 또한 바 람이 충분하다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먼 바다에도 풍력단지의 설치·운용이 가능하다. 이는 풍력발전단지 개발업 자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조건이다.

AWC 기본 콘셉트를 설계한 마키안 멜니크는 이렇게 말한다. "AWC는 단순 히 해상풍력단지의 송전 문제를 해결 한 것을 넘어 최적 입지에 풍력단지를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물론 AWC 최대의 장점은 엄청난 규 모에 있으며 그 이점은 하나 둘이 아니 다.

해상의 바람 방향과 세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수백 ㎞나 떨어진 다수의 풍력단지를 하나로 연결, 잉여전력을 공유하는 AWC는 전력공 급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신 규 풍력발전기의 송전 인프라 투자비 절감은 즉각 전기료 인하로 이어져 소비자들은 천연가스 및 석탄 화력발전소 대비 저렴한 가격에 친환경 풍력발 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공급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AWC가 현실화되려 면 갈 길은 아직 멀다. 가장 먼저 여러 관계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AWC는 해상풍력발전의 신기원을 열 어줄 것이며 유럽에서도 이와 유사한 해저송전망 건설 프로젝트 2건이 검토 되고 있다. 향후 AWC가 미국 동부 연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다면 관 련 프로젝트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 직류 VS 교류

해저 전력 케이블은 어망이나 바다 생물들의 공격(?)에서 보호받기 위해 금속 외피로 감싸진다. 하지만 해저 교류 케이블의 금속 외피는 지상의 케이블처럼 마냥 좋은 효과를 내는 것만은 아니다.

교류 케이블은 주변의 전기장 방향이 초당 120번이나 바뀌기 때문에 금속 외피가 마치 토스터기의 코일처럼 달궈질 수 있는 탓이다. 여기에 교류 케이블의 길이마저 길다면 이런 상호작용에 따른 에너지 손실로 제대로 된 전력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거리 해저 전력 케이블은 전자가 일정 속도와 방향으로 이동해 금속 외피와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직류 케이블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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