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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면역체계 기만전술

면역체계의 발동을 억제, 장기인식 성공율을 높인다

1954년 최초의 신장 이식 수술이 성공한 이래 장기이식 분야 의사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어디서 장기를 구할 것인지가 그것이다.

50년 이상의 의학 발전에 힘입어 신장에 더해 심장, 안구, 심지어 얼굴 전체를 이식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이식할 장기의 수는 여전히 태부족인 상태다. 미국만 해도 매년 간이식 대기자 중 1,400명, 신장 이식 대기자 중 4,500명이 아까운 생을 마감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는 행위를 꺼리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식할 장기가 충분하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바로 인간의 면역체계다.

이식받은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면역체계로 인해 장기이식 환자들은 신체가 약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거부반응이 일어나거나 기회 감염에 의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의 위쪽에 있어도 자신과 궁합이 맞는 장기가 기증되지 않으면 순위가 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체는 정기적으로 세포의 표면에 있는 3개의 단백질들을 검사해 해당 세포가 원래 자신의 것인지, 외부에서 침입한 위험한 존재인지 판별한다. 그리고 침입자로 결정되면 면역체계가 공격에 나선다. 때문에 수혈을 할 때도 이 단백질 중 3개가 반드시 동일해야만 한다.

의료계는 현재 최소 6가지의 단백질이 환자와 일치할 때만 수술을 진행하지만 이 정도로는 면역억제제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그래서 이제는 면역체계를 속여서 이식되는 인공 또는 실제 장기를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의 줄기세포 전문가 앤서니 아탈라 박사도 그중 한사람. 그는 타인의 장기가 아닌 환자의 줄기세포로 맞춤형 장기를 제작하려 한다. 지난 1999년 이 방법으로 방광을 만들었고 지금은 신장 등 다른 이식용 장기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런 방식은 비유전성 질환, 즉 척추이분증이나 흡연에 의한 폐질환 환자들에게 효과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몇몇 암(癌)과 낭포성 섬유증, 근위축증 등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본인의 줄기세포로 장기를 만들면 동일한 질환에 또 걸릴 수 있다.

유전성 질환의 경우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로 만든 장기는 동일한 질환에 또 걸릴 우려가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 건강한 사람의 줄기세포를 쓰면 된다.

해법은 없을까. 건강한 사람의 줄기세포를 쓰면 된다. 물론 그러려면 환자와 기증자의 면역 체계가 극도로 정확히 일치해야만 한다. 이에 아탈라 박사팀은 줄기세포 은행 설립을 목표로 양수와 태반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목표는 10만개 이상의 표본 확보.

이 정도면 미국 국민 90%가 자신의 면역체계와 매우 정확히 들어맞는 줄기세포를 언제든 구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식의 인공장기는 최소 5년 내 실용화가 어렵다. 희귀 DNA 프로필 소유자에게 맞는 표본까지 제공할 수 있으려면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보다 간단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는 없을까. 환자의 면역체계를 구슬려서 다양한 장기, 가능할 경우 동물의 장기에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한 가지 방안은 환자에게 간엽줄기세포를 추가 주입하는 것이다. 성인의 골수나 제대혈에서 추출되는 간엽줄기세포는 주입된 지점 인근의 면역체계를 진정시킨다. 이식된 장기 주변의 면역반응만 억제하고, 나머지 부분은 정상적으로 유지시켜 거부반응과 이차 감염을 모두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 연구팀은 간엽줄기세포를 이용, 견공의 간 이식에 성공했으며 지난 5년간 골수 이식 환자 수십 명이 이 요법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단점은 있다. 일부 연구자들에 의하면 간엽줄기세포가 환부에서 멀리 떨어진 면역체계도 약화시킨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면역체계를 속이는 대신 이식된 장기가 면역체계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장기이식의 역사만큼 오래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외부에서 주입된 세포를 미세 망사 캡슐 속에 숨기려고 했다. 캡슐 속 세포는 망사 사이로 영양소 공급과 폐기물 배출을 원활히 수행하지만 직접적 접촉을 통해서 상대방을 인지하는 면역 체계의 감시망은 피할 수 있다.

현재 다수의 기업들이 이처럼 세포를 가두는 용기의 개발에 한창이다. 일례로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비아사이트는 당뇨병 치료를 위한 바이오 인공 췌장을 시험 중이다. 플라스틱 용기 형태의 이 췌장에는 수백만 개의 인슐린 생산 세포가 들어있어, 인체에 필요한 인슐린을 정상적으로 분비해준다. 이 회사는 시제품 췌장을 가지고 당뇨병에 걸린 수백 마리의 실험용 쥐를 치료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 역시 이른 시일 내 실용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안타깝지만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기증자들의 선의에 기대하는 것 말고는 이 식용 장기를 구할 다른 방법은 없다.

기회감염 (opportunistic infection) - 병원성이 없거나 미약한 미생물이 극도로 쇠약한 환자에게 감염돼 생기는 질환. 2차 감염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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