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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미식축구는 바람직한 자본주의 모델인가?

by Nina Easton 포춘 칼럼니스트

오늘날의 많은 경제학자들처럼 로저 L. 마틴도 자본주의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반복되는 경기 호황과 불황으로 자유 시장 경제의 자정 능력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실제로 중산층 임금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면서, 임금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모든 계층이 경기 회복의 수혜자가 된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토론토 대학 로트먼 경영대학원의 학장이자 다작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마틴은 시장 규제 방식의 변화를 통해서만 자본주의의 병폐를 퇴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규제 강화론자는 아니다. 사실 그는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사베인즈-옥슬리법과 84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금융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법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금융 위기에 대한 과도한 반응의 산물이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용두사미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기업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통합적 사고’ 전문가인 마틴은 규제 당국이 전미 미식축구연맹(NFL)의 경영 스타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커다란 시장과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내세워 미국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미식 축구를 관리하는 바로 그 단체이다.

마틴은 먼저,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실적 게임(Real Game)’과 투기꾼들이 운영하는 ‘수익률 게임(Expectations Game)’을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 NFL은 팀 성적에 도박을 거는 ‘수익률 게임’에 관련된 선수나 관계자를 영구 퇴출시킨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이와 다르다. 제품과 소비자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승자가 되는 ‘실적 게임’은 월가가 조종하는 시장 ‘수익률 게임’을 당해내지 못한다.

규제 당국은 이 둘을 분리해야 한다. 가장 먼저, 주식에 기초한 최고 경영자의 보상체계를 없애야 한다. 최소한 퇴임하기 전까지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최고 경영자가 되면 ‘실적 게임’ 혹은 ‘수익률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두 게임 모두에 참여할 수는 없다는 게 마틴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주식 가격은 현재의 실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회사 방향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반영한다. 따라서 주식에 기초한 보상체계 하에서는 경영자가 월가와 함께 회사 주가를 부풀릴 우려가 있다. 심지어 일부 경우에는 비윤리적인 회계조작을 서슴지 않는다(playing hanky-panky with accounting). 강력하고 가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은 그들의 관심 밖이다. 그는 “우리는 경영자들이 주식에 기초한 보상을 챙기는 사례를 점점 더 많이 보게 된다”며 “이것이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경기 사이클이 발생하는 숨은 이유”라고 주장한다.

헤지 펀드가 기업의 실질 가치 구축보다 ‘수익률 게임’의 변동성을 등에 업고 성장하기 때문에, 마틴은 마찬가지로 그 권력을 제한하길 바란다. 우선 연금 펀드들이 헤지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는 전쟁과 흡사하다. 헤지 펀드의 자금 공급선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틴이 NFL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공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경기 규칙을 조정하는 방식 때문이다. 이는 미식 축구의 장기적인 흥행이 팬들에게 얼마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이해한 덕분이다. 영악한 자본주의 시장 참여자들은 항상 시장 규칙을 조작하려(game the system) 할 것이다. 마틴에 따르면, 규제 당국은 한발 앞서 규칙을 미세 조정함으로써 공정한 경기가 가능하도록 묘책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금융 규제 당국은 공정성을 잃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뉴저지 주 마와시 데이터 센터는 초단타 트레이더들에게 공간을 임대해주고 있다. 이들은 거래소 서버와의 근접성 때문에 경쟁자들보다 1,000분의 1초 더 빠르게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마틴은 “거래소는 중립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뉴욕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추가 비용만 지불하면 아무나 코로케이션 co-location *역주: 데이터센터에서 공간을 임대해주면 초고속인터넷 망에 연결되어 기존 인터넷 회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따라서 이는 결코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마틴과 필자는 그의 아이디어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공개 포럼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가 획기적이긴 해도 워싱턴 정가의 정책으로 구현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의회는 자신들의 통찰력과 명석함으로 다가올 금융 위기를 방지할 원대한 계획을 준비했다고 유권자들에게 말하는 대신, 경기 규칙을 ‘조정’해야 한다. 헤지 펀드와 기업 이사회 같은 강력한 이익단체를 정조준해 규제를 감행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마틴은 단념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올봄 학장 직에서 물러나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일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주가가 회사의 실질 가치를 구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면, 우리는 곧 망가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워싱턴 정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상 최초로 NFL 커미셔너 출신의 금융 책임자를 선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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