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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휴양지를 찾아서

[Health & work] 비즈니스맨을 위한 힐링요가

아직도 생산적인 휴가를 꿈꾸는가? 효율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글·사진 차병선 기자 acha@hk.co.kr
도움말 민진희 자이요가 원장


휴가를 만족스럽게 보내는 이가 몇이나 될까? 휴가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 계획하지만, 막상 다녀와선 녹초가 되어 있기 일쑤다. 차라리 ‘사무실이 그리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어떤 이는 휴가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맞추는 단계부터 슬슬 스트레스를 쌓아간다.

수많은 여행 프로그램을 검색하고 비교하다 보면 점점 혼란스럽고, 비교를 할수록 미궁에 빠지기 십상이다. 미국의 경영학과 교수가 재미난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컬럼비아대학의 쉬나 아이엔가 교수는 마트에 잼 24개를 전시했을 때와 6개만 전시했을 때의 구매율을 비교해봤다. 고객은 24개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막상 구매율은 3%에 그쳤다. 반면 6개를 전시했을 땐 구매율이 30%에 이르렀다. 이른바 ‘선택의 역설’이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에 따르면, 선택지가 많을수록 사람은 혼란과 압박, 자아탈진을 경험하고, 나아가 불행을 느낀다고 한다. 얻은 것에 기뻐하기보다 놓친 것을 아쉬워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비행기에 오르면서 동남아 여행객을 부러워하는 식이다.

휴가 기간에 저지르는 또 하나의 실수는 효율성을 따지는 데 있다. 휴가 기간이 짧고, 지출하는 비용이 크니 최대의 효용을 느끼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놀린다. 관광지에서 관광지로, 맛집에서 맛집으로 연이어 찍고 다닌다. 즐거움을 느끼기에 앞서 몸은 초주검이 된다. 길까지 막히면 짜증이 치솟는다. 시간이 아깝고 조바심이 난다. 부부간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거봐. 내가 비행기 타자고 했지! 길 막힌다고!”

휴가에 대한 태도는 요가 초보자가 전굴자세를 취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전굴 자세는 몸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자세다. 일어선 상태에서 허리를 숙여 땅바닥을 짚거나, 앉은 상태에서 몸을 앞으로 숙여 발끝을 잡는 자세가 전굴이다. 굳이 요가를 하지 않더라도 실생활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이완자세다. 누구라도 한번쯤 해보고, 누구라도 한번쯤 ‘내 몸이 로보트가 아닐까’ 의심해보게 만드는 자세다.

전굴 자세를 제대로 하면 몸 뒤쪽이 모두 이완된다. 발목 뒤에서 종아리, 무릎 뒤, 허벅지, 엉덩이를 모두 길게 늘여주고, 등과 허리, 척추도 모두 곧게 펴줘야 한다. 접히는 부분은 고관절뿐이다. 흔히 전굴 자세를 하라면 대부분 몸을 수그리기에 바쁘다, 등이 굽건 말건. 무릎 뒤쪽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워도 이를 악물고 손 끝을 뻗는다. 자세와 마음가짐, 모두 잘못됐다. 본인은 많이 내려갔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여전히 경직돼 있다.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자세가 잘못됐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본인도 자각할 수 있다. 자세가 잘못되면, 몸이 보내주는 쾌적감 즉 이완이 주는 기분 좋은 느낌을 느끼지 못한다. 전굴에선 몸을 얼마나 숙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한치를 숙이더라도 제대로 된 자세여야 한다. 제대로 된 자세란 다리 뒷면과 등허리가 굽지 않고 곧은 자세다. 몸을 느낄 수 있고, 호흡을 깊고 길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거나, 뒤로 과거로 처지지 않고 내 몸의 중심, 현재에서 밸런스를 찾는 것이 바로 요가다.

사는 모양새도 그러하다. 우리 삶은 목표와 휴식 모두를 필요로 한다. 목표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제공해준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그들처럼 되기 위해 채근한다. 휴가를 가서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경우마저 있다. 현대인은 지나치게 목표 지향적으로 사는 경향이 있다. 성공하는 데 젊은 시절을 모두 보내고, 노년이 되어서도 버킷 리스트를 만든다. 하지만 목표지향적인 삶은 우리를 고단하게 만든다.

의지로 밀어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의지력은 일종의 ‘힘 저장고’와 같다. 혹사시키지 말고 아껴 써야 한다”고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말한다. 바우마이스터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실험그룹을 둘로 나눈 뒤 A 그룹에게는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B그룹에게는 아무런 지시사항을 주지 않았다. 이후 두 그룹에게 어려운 문제를 풀게 했다. 시험 결과, A그룹이 훨씬 더 일찍 문제풀기를 포기했다. 백곰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통제력을 발휘해야 했던 A그룹이 먼저 나가떨어진 것이다. 마치 다이어트 결심을 굳힐수록 폭식에 빠질 위험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업무를 싫어하는 이유도 올바른 휴식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무 강도가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자꾸 초과하다 보면, 꿈이고 일이고 다 싫어진다. 되도록 한계가 오기 전에 가끔씩 전환을 해줘야 한다. 최상의 방법은 긴장 이완 훈련이다. 가벼운 요가동작을 취하거나, 호흡을 고르는 게 좋다. 하다 못해 몇 걸음 걸어가물 한 잔을 따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잘 맞는 휴식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여행이 능사가 아니다. 그 돈이면 차라리 호텔에서 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휴식하는 방법이 다르다. 어떤 이에겐 관광지와 인파, 낯선 사람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해주지만, 다른 이에겐 견디기 어려운 피로일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에겐 조용한 산사 체험이 지루함 그 자체일 수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 ‘콰이어트Quiet ’의 저자 수잔 케인에 따르면 사람마다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데, 이는 거의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낯가림을 하는 아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조용하고 사색을 즐기는 내향적인 사람으로 자란다. 반면 새로운 놀이에 주저 없이 뛰어드는 아이는 외향적인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들에겐 파티가 곧 휴식이다. 왁자지껄 떠들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대인관계가 좋고 순발력이 뛰어나다.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에겐 새로운 환경, 낯선 자극이 스트레스다. 이들에겐 자극을 차단하고 혼자만의 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다. 휴식이 충족되면 내향적인 사람 특유의 집중력과 창조성이 발현된다. 대부분은 그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적당한 자극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파도 속에 뛰어드는 대신 선글라스 너머로 비키니를 훔쳐보는 게 지상최대의 휴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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