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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의 노벨상: 영광의 필즈상 수상자들

지난 8월 13일 개막한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9일 간의 대장정 끝에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번 대회는 120여개국 5,000여명 의 수학자가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답게 많은 이슈들을 남겼다.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시상되는 필즈상은 지난 4년간 수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이룬 40세 이하의 수학자에게 수여되는 수학계 최고의 상이다. 그래서 수‘ 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이번 서울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2명의 필즈상 수상자가 역대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마리암 미르자카니 교수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의 아르투르 아빌라 연구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역대 최초의 여성 필즈상 수상자, 아빌라 연구원은 브라질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수학자로서 미주와 유럽 외의 국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역대 최초의 수상자가 됐다.

이중 미르자카니 교수는 1977년 이란에서 태어나 학부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2004년 하버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기하학과 동역학 분야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으며, 특히 기하학의 난제로 꼽히는 ‘모듈라이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모듈라이 공간은 기하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그 복잡성과 비균질성으로 인해 직접 연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모듈라이 공간에서 특정한 부피를 계산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내 우주의 정확한 모양과 부피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빌라 연구원은 동력학계에서 획기적인 연구업적을 이룩하면서 지난 2010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또한 천재수학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만줄 바르가바 석좌교수와 고차원 방정식의 선구자인 영국 워릭대학의 마틴 헤어러 교수도 필즈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 수리정보과학 분야의 네반리나상(Nevanlinna Prize)은 뉴욕대학 수브하시 코트 교수, 응용수학 분야의 가우스상(Gauss Prize)은 UCLA의 스탠리 오셔 교수, 수학의 대중화 공헌도를 평가하는 릴라바티상(Leelavati Prize)은 아르헨티나의 수학자인 아드리안 파엔자 박사, 그리고 공로상에 해당하는 천상(Chern Prize)은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대학 교수를 역임한 필립 그리피스 박사에게 돌아갔다.

56명 1936년 이후 서울세계수학자대회까지 필즈상 수상자의 수





▶ 필즈상


· 아르투르 아빌라 (Artur Avila)
·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석학연구원

1979년 브라질에서 태어나 2001년 브라질 국립순수응용수학원(IMPA)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빌라연구원의 주 연구 분야는 동력학계(dynamical system). 동력학계의 다양한 층위 안에서 하나를 무작위 선택하면 안정적이거나 불규칙한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 업적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동력학계의 움직임에 관한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이론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동력학계에 있어 ‘혼합 실패’를 설명해주는 ‘약한 혼합’이라는 개념을 연구, 거의 모든 동력계가 약한 혼합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나아가 아빌라 연구원은 동력학계의 접근 방법을 해석학에 적용했는데, 양자역학 분야의 수학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의 스펙트럼에 대한 사이몬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여인천하
필즈상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의 개회식에서 개최국의 국가원수가 수여하는 것이 관례다.


· 마리암 미르자카니 (Maryam Mirzakhani)
· 스탠퍼드대학 교수

1977년에 이란 테헤란 출생으로 2004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하학과 동력학계 분야에서 리만 곡면과 그 모듈라이 공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쌍곡기하학, 복소해석학, 위상수학, 동역학계 수학 등 여러 분야들을 상호 연계시킬 다리를 놓았다. 특히 이론물리학 중 끈이론의 대가인 에드워드 위튼(1990년 필즈상 수상자)이 주창한 리만곡면의 모듈라이 공간에 대한 이론과 쌍곡곡면 측지선의 개수를 연결시켜 위튼 추측을 새로운 방식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한편 미르자키니 박사가 필즈상을 수상하는 순간에는 세계수학자대회를 주최한 세계수학연맹(IMU)의 잉그리드 도브시 회장과 시상자로 나선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 3명의 여성이 연단에 함께 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만줄 바르가바 (Manjul Bhargava)
· 프린스턴대학 석좌교수

1974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2001년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년 만인 2003년 모교의 정교수로 임용됐다. 이는 이 대학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나이에 정교수가 된 것이었다. 바르가바 교수는 대수적 정수론 분야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대학원 시절, 2차 다항식 집합에 주어진 가우스의 연산법칙을 큐브를 이용해 직관적으로 묘사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이를 발전시켜 가우스의 연산법칙을 더 높은 차수 다항식으로 확장해 13개의 새로운 연산법칙을 발견했다. 가우스 이후 200년간 이처럼 더 높은 차수 다항식에 연산 법칙이 존재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또한 그는 수의 기하학 이론에 대한 강력하고 혁신적 방법론을 개발해 저차원 환의 개수를 계산하고, 타원곡선 유리해군의 평균차원 상한 성립에 적용하기도 했다. 40년 가까이 답보 상태였던 분야에서 이뤄낸 주목할 만한 학문적 진전이었다.


·마틴 헤어러 (Martin Hairer)
· 워릭대학 교수

1975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고, 스위스 제네바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헤어러 교수는 확률 편미분 방정식 연구의 선구자로 기존의 연구를 막고 있던 많은 장애물을 없앴다는 것이 수학계의 평가다. 해결 불가능해 보였던 문제들에 도전할 새로운 이론을 창안함으로써 큰 돌파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확률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의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수학과 과학에서 중요한 여러 확률 편미분 방정식에 엄밀하고 본질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 네반리나상


· 수브하시 코트 (Subhash Khot)
· 뉴욕대학 쿠랑연구소 교수

1978년 인도 출생의 코트 교수는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뉴욕대 쿠랑연구소 컴퓨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계산 복잡도 이론 분야에서 ‘유일 게임 추측’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네반리나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효율적으로 풀기에 정말 어려운 문제 가운데 가장 간단한 문제로 보이는 유일 게임이라는 단순한 문제를 정의해낸 것. 참고로 유일 게임 추측은 ‘적당한 시간 내에 유일 게임의 답을 근사적으로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이다.



▶ 가우스 상


·스탠리 오셔 (Stanley Osher)
· UCLA 교수

1966년 뉴욕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고등 수학을 적용해 해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공학자 및 응용 과학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연구를 수행한 결과, 등위집합 방법과 영상복원 이론, 압축 센싱 이론 등 과학·공학계의 여러 난제들을 풀어낼 전례 없이 빠르고 강력한 수학적 방법을 제시했다. 오셔 교수는 이 방법들을 적용해 범죄자 수색,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자기공명영상(MRI) 분석력 향상, 컴퓨터 칩 구상 등 많은 산업분야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 릴라바티상


·아드리안 파엔자 (Adrian Paenza)
· 수학자 겸 과학 저널리스트

아르헨티나 출신의 수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2년까지 모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TV 저널리스트로서, 정치평론가로서 성공적 삶을 살아왔다. 특히 수학의 즐거움을 대중과 함께 하겠다는 열정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수학책을 저술했고, 수학과 과학에 관한 TV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는 재미있는 일화와 인터뷰, 유머 등을 섞어 문제 풀이에 응용함으로써 대중들이 수학이라는 학문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다.

▶ 천상


·필립 그리피스 (Phillip Griffiths)
·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명예교수

1962년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프린스턴대학, 듀크대학, 하버드대학 등에서 교수를 역임하면서 많은 우수한 제자를 길러냈다. 제자인 조세프 해리스 박사와 공동 저술한 ‘대수기하의 원리’는 수학의 고전으로 불린다. 현재는 세계 최고의 이론과학 연구소인 프린스턴 고등연구원의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복소기하학의 초월적 방법론을 선구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는데, 그중에서도 하지(Hodge) 이론과 대수다양체의 주기에 관한 연구로 후학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덧붙여 듀크대학 학장 8년,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원장 12년, IMU 총무 8년 등 과학교육 및 과학정책 분야에도 큰 공헌을 했다.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남긴 숙제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는 행사 기간 동안 큰 잡음이 없었던 데다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 배출, 개발도상국 지원 확대 등 여러 이슈를 생산하면서 과거 어떤 대회보다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기조연설을 한 것을 비롯해 5명의 한국 수학자가 초청강연을 펼치는 등 국내 수학계에도 큰 자극을 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여전히 수학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한국 수학계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돼 만만찮은 숙제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우리 수학계의 현실에 대해 “미적분을 풀 수 있는 고등학생조차 앞으로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 토로하기도 했다.

양적 성과에서 질적 성과로 전환
대회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필즈상 0명’ 이라는 성적표를 놓고 양적인 성과 집착을 벗어나 질적 성과 위주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 연구자들이 교수 임용과 승진 등을 위한 논문 수에 매달리지 않고, 하나의 연구를 하더라도 세계 수학계에 충격을 줄 만한 어려운 과제에 집중해야 된다는 것. 난제의 경우 실패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정부나 사회도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설사 성과를 내지 못해도 이를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형준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은 “임용·승진 등의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 젊은 수학자들은 자기 능력보다 쉽고 예측 가능한 문제만 연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을 계기로 눈높이를 높이고 도전정신이 배양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국 박사 학위 받은 세계적 수학자 배출
우리나라 학위를 받은 세계적 수학자를 배출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이미 일본만 해도 도쿄대학 출신의 고다이라 구니히코 박사와 교토대학 출신의 모리 시게후미 박사 등 자국 박사 출신의 필즈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초 세계수학자대회 초청강연자이자 기조 강연자인 황 교수를 포함해 초청 강연자로 나섰던 김병한 연세대 교수, 김범식 고등과학원 교수, 강석진·김범식·이기암 서울대 교수 등이 모두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황 교수는 “꼭 필즈상 수상이 아니더라도 세계수학자대회에 초청강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수학계에서 공인된 학자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우리는 아직 국내 박사 출신의 초청강연 학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며 “우리나라의 발전 수준에 맞춰 학계에서도 정량적 평가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등학교 수학 교육 과정 강화
최근 잇따른 교육과정 개정으로 수학·과학 교육시간이 계속 축소되는 흐름도 재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국가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과학기술인데다 금융·산업 등 수학의 응용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면서 최근 최상위 대학의 수학과 입시지원 점수가 의대 턱밑까지 올라왔음에도 일선 교육 현장의 정책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입시경쟁 위주에서 탈피해 흥미와 도전정신을 이끌 수 있도록 수학교육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명환 대학수학회장은 “지금 교육과정 개편 작업은 수학시간을 줄이고 인문 등 다른 교과 시간을 늘리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미적분을 할 줄 아는 고등학생조차 사라질 수 있다”며 “수학·과학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이 자연히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역설했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도 “수학이라는 학문은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의 기본 소양”이라며 “지금처럼 수학 교육을 홀대하면 대학 교육이 붕괴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가 무너진다”고 피력했다.

서울경제 윤경환 기자 ykh2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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