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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줄이려면 ‘리틀 벳’을 실행하라

[FORTUNE'S EXPERT]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경영자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 현실적 상황을 직시하고 진실에 대한 의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과거의 성공을 믿고 막연히낙관해선 안 된다. 큰일을 도모하기 전에 작은 실험을 해보고 안정된 선택을 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경영자도 불안해진다. 경영자가 불안해지면 판단력이 가장 먼저 흔들린다. 귀는 더욱 얇아지고, 적은 가능성에 대한기대감은 그만큼 부풀려져 성급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면 실패 확률도 높아진다. 노련한 경영자도 예외 없이 실패사례의 주인공이 되기도한다. 이런 경영자의 불안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완벽하진 않지만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운’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험’을 하는 것이다.

100년여 전 인류 최초로 남극탐험에 성공했던 탐험가 두 명이 있었다. 영국인 스콧과 노르웨이인 아문센이다. 당시 두 사람은 각자 나라를 대표하는 노련한 탐험가였지만 이들에게 닥칠 운명은 전혀 달랐다.스콧은 남극점을 정복한 후 돌아오는 길에 대원들과 함께 죽음을 맞았다. 반면 아문센은 모든 대원을 이끌고 무사히 귀환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겐 과연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두 탐험대장은 처한 조건이 같았음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스콧은 당시 최첨단 장비인 설상차와 말을 이동수단으로 선택했다. 대영제국다운 막대한 투자가 지원되었다. 반면 아문센은 개썰매를 고집했다. 스콧은 외형상 아문센에 비해 막강해 보였다. 그런데 왜 스콧은 실패했을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스콧의 설상차는 영하 50도에 이르는 남극의 혹독한 기후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사전 실험 없이 투입된 이 설상차는 남극에 도착하자마자 얼어붙어 전혀움직일 수 없었다. 스콧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한 것이었다. 스콧 탐험대가 끌고 간 말 또한 영하 50도의 추위를 견디지 못했다.남극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얼어 죽고 말았다. 스콧이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반면 아문센은 스콧에 비해 의심이 많았다. 아문센은 인간에 대한 의심이 아닌 진실에 대한 의심이 많았던 탐험가였다. 남극탐험 전 남극과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노르웨이 북단의 이누이트 족(族)을 찾아가 이들의 삶을 면밀히 살폈다. 그들의 생존법칙을 알기 위해서였다. 아문센은 이누이트 족(族)이 개썰매만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개는 말보다 추위에 강할 뿐만 아니라 유사시에는 식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남극탐험 전에 유사한 환경을 경험함으로써 예상되는 위험에 대처한 것이었다. 결국 스콧은 그토록 자신했던 설상차와 말을 모두 잃고 실의에 빠진 채 탐험을 계속하다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반면 아문센은 자신의 경험을 과신하지 않고 점검과 실험에 집중해 남극탐험에 성공한 것이다.

성공경험이 많은 경영자일수록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과거의 성공경험만큼 새로운 도전을 할 때 힘이 되는 것도 드물기 때문에 자신의 성공을 낙관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험 없는 실행은 실패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다.

미국의 발명가 딘 케이먼은 무려 15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한 명망있는 발명가였다. 그의 대표적인 발명품으론 ‘휴대용 인슐린 펌프’가 있다. 덕분에 많은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혈액을 투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딘 케이먼에게도 엄청난 성공과 부를 안겨주었다. 또한 휠체어를 탄 사람이 남의 도움 없이 계단을 오를 내릴 수 있는 ‘IBOT’을 발명해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케이먼은 후속작품으로 ‘세그웨이’라는 개인용 이동기구를 개발했다.그는 세그웨이가 자동차를 대신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투자를 받아 월4만 대의 세그웨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설립했다. 성공을 계속한만큼 그에겐 자신감도 커져 갔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컸던 탓일까? 날렵한 디자인을 위해 작게 설계한 배터리의 용량이 너무 작아 자주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이 나타났다. 가격 또한 1,000만 원이넘어 고객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무게가 무려 50kg에 이르다 보니 개인용 운송수단으로선 다루기가 힘들었다. 결국 개발 후 8년간 겨우 5만 대만 판매되었다. 2009년에는 지난 10년간 실패한 10대 제품 중 하나로 지목되는 치욕까지 겪어야 했다. 자신의 천재성만 믿고 위험에 대비한 실험을 간과한 것이 원이었다. 훌륭한 발명가의 서글픈 운명에서 스콧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새로운 도전에 신중했던 사례도 많다. ‘애플스토어’의 성공 스토리도 신중한 사전 실험의 결과가 낳은 개가였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아이폰과 애플스토어의 성공을 달리 생각했다. 잡스는 신중했다. 그는 애플스토어 설립에 앞서 많은 실험을 했다. 먼저 대규모 전자상품 양판점에 애플 쇼룸을 설치해 고객 반응을 살폈다. 고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지만, 이 정도로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한 잡스는다시 애플 본사 근처에 프로토타입 스토어를 열었다. 이때 잡스는 단순히 제품을 나열해 보여주는 것보다 고객들의 움직임을 더 원활하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다시 프로토타입 매장 20개 이상을 열어 고객의 동선을 유도했다. 그것이 바로 ‘지니어스바(bar)’다. 고객들은 이곳에서 애플 제품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문의하고 서비스를 제공 받게 된다. ‘지니어스 바’에 근무하는 애플 직원들도 단지 판매한 제품의 사후 서비스만이 아니라 고객들이 쏟아내는 제품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본사에 전달해 신제품 개발에 도움을 줄 수있게 했다.

이를 통해 애플스토어는 단지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을 애플의 광팬을 만드는 곳으로 진화했다. 제품에 집중하기보단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고객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대응했던 것이 주효했다. 사전에 실시한 실험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셈이었다. 잡스의 이런 신중함은 진실에 대한 의심이 많았던 아문센의 처신과 맥락이 닿아 있었다.

경영자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과거의 성공에 막연히 낙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상황을 직시하고 진실에 대한 의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경영 컨설턴트인 피터 심스는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해 사전에 작은 실험을 하는 것을 ‘리틀 벳(little bets)’, 즉 작은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큰일을 도모하기 전에 작은 실험을 해보고 안정된 선택을 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러한 ‘리틀 벳’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이 급해지면 절차가 희생되기 쉽기 때문이다. 성공에 대한 간절함이 집착으로 변질하는 탓이기도 하다. 때문에 ‘리틀 벳’은 경영자의 의지에만 의존하기보단 조직에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의 모범 사례로는 ’다이소‘가 있다. 다이소는 현재 전국에 1,000여 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서울에서 매장 3개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매출이 1조 원에 이르고 있다. 다이소는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망을 넓혀 나간 덕분에 창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영업손실을 낸 적 없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처럼 ‘리틀 벳’의 효과는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점에 적합한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급한 경영자에게 ‘리틀 벳’을 하라고 하면 대다수는 힘들어 할 것이다. 하지만 ‘리틀 벳’을 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신제구 교수는…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상무이사) 겸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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