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RIKA FRY AND VIVIENNE WALT
3월 중순(정확히는 13일의 금요일), 전 세계 주요 재계 인사들이 환상적인 스쿠버 다이빙과 부드러운 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홍해의 리조트촌 샤름 엘-셰이크 Sharm el-Sheikh로 몰려들 것이다. 인구 통계만 봐도 9,000만여 명이 사는 신흥 시장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를 다루는 회의 의제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집트가 미래다’라는 제목의 이 주말 정상회의에는 제프리 이멀트 Jeffrey Immelt 제너럴 일렉트로닉스 General Electric CEO, 김용 Jim Yong Kim 세계은행 총재, 영국 광고계 거물 마틴 소렐 Martin Sorrell 같은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낙관적이고, 세심하게 연출된 행사가 될 전망이다. 앞서 이집트 정부는 총 200억 달러 상당의 신규 프로젝트 30개를 이 자리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아랍 최다 인구를 거느린 이집트가 지난 몇 년간의 어려움을 딛고 제자리를 찾았고, 사업을 하기에도 확실히 안전하다는 걸 알리는 것이 이 행사의 목적이다.
수년 동안 중동은 오일머니로 주머니가 두둑했다. 젊은 소비자층도 빠르게 증가했다. 덕분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유망한 시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의 혼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지역의 리스크가 잠재적 수익을 능가하는지 따져보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계산이 이집트만큼 복잡한 곳도 없다. 이집트 정부는 샤름 엘-셰이크에서 북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시나이 반도에서 점점 더 강한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는 이슬람 반군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집트의 상업 중심지인 수도 카이로는 '아랍의 봄'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난 후에도 폭력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한 축구경기에서 일어난 충돌로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1월에는 타흐리르 광장 시위 4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시인이 분주한 중심가에서 헌화하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그럼에도 이집트는 이 지역에서 유망한 곳 중 하나이다.
상황이 최악이었던 2014년 이후에도 중동 전역이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ISIS를 비롯한 극단주의 단체들의 급부상과 잔혹한 테러는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에서 계속되고 있는 내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예멘 정부는 올해 초 반군의 손에 들어갔다. 시리아와 이라크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난민을 떠안은 소국 요르단은 실존적 지역 갈등에 말려들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ISIS가 자국 조종사를 화형에 처하자 지난 2월 이들에 대한 공격을 대폭 강화했다.
석유로 쌓은 부와 경험 많은 지도자들 덕분에 오랫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을 누려온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마저도, 원유 가격 폭락과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Abdullah bin Abdulaziz 사우디 국왕의 사망으로 흔들리고 있다. 석유를 통한 부의 유입-이 지역의 여러 정부는 임금을 올리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도 다른 여러 방법으로 이 자금을 국민들을 만족시키는 데 이용했다-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 지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회사들은 금전적 보상이 줄어드는 와중에서도 더 많은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예컨대 알 카에다는 지난해 12월 예멘에서 사업을 벌이는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털 Total을-이 지역에 진출한 몇 안 되는 다국적 기업 중 하나다- 표적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10년 하루 원유 생산량 180만 배럴에서 현재는 35만 배럴로 줄어든 리비아의 상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노스 아프리칸 리스크 컨설팅 North African Risk Consulting의 제프 포터 Goeff Porter 사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석유 시설은 위험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그런데 이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 속에서도 이 지역을 포기하는 기업은 찾기가 힘들다. 젊은 층이 늘고 있는-15~30세 인구가 1억 명이 넘는다-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소니나 코카콜라 같은 소비재 기업에겐 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두 기업 모두 이 지역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꼽고 있다(코카콜라는 실제로 이라크와 가자 지구를 비롯한 이들 지역에서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유인 요소는 바로 인프라 프로젝트들이다. 벡텔 Bechtel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지하철 2개 노선을 건설하는 100억 달러 상당의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중동이 국제 항공의 새로운 허브이자 제약회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벡텔의 유럽·아프리카·중동 지역 담당 데이비드 웰치 David Welch 사장은 “페르시아만 시장은 이 지역 우리 활동의 중심축”이라며 “우리는 프로젝트 회사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고, 그럴 자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동 여러 지역에는 여전히 자금이 충분한 상황이다. 한 예로 이집트를 꼽을 수 있다. 40억 달러를 들여 수에즈 운하 확장에 착수한 이집트 정보는 '안보 악화'로 애당초 3년 기한이었던 프로젝트를 1년 안에 끝내기 위해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렇듯 상황이 상당히 낙관적이지만, 일부 국가들은 불안 고조를 느끼는 자국민들(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색다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위해 수백 년 된 전술을 쓰고 있다. 북쪽과 남쪽 국경을 따라 견고한 장벽을 세우는 것이다. 이라크와 맞댄 국경이 무려 600마일에 달하기 때문에 이는 결코 쉬운 일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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